[인권왓 칼럼] (21)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상임활동가

편견으로 무장한 이들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여전히 반인권적 발언과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 일들을 우리는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존재 자체로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있어선 안됩니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난민 등 대상은 다르나 일상 곳곳에서 여전히 차별이나 혐오, 폭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인권문제에 천착한 '인권왓 칼럼'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인권활동가들의 현장 목소리를 싣습니다. [편집자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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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지역, 특정 여론이 높은 지역만을 선택적으로 의사 결정 권한을 강화하는 행위는 오히려 사람들의 권리만 침해할 뿐이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협의 하에 제주 제2공항 관련 도민 여론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찬반을 묻는 여론조사 문구도 합의 하에 정했다고 한다. 이제 도민의 여론을 중심적으로 여기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기대는 역시나 실망으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원희룡 제주도정의 요구로 성산읍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추가로 진행하기로 한 것 때문이다. 성산읍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는 여론조사 협상 과정에서 원희룡 도정이 요구한 가중치를 도의회가 수용한 결과이다. 

편법으로 변형한 것이란 비난이 일고 있는 이 추가적인 조사는 문제가 꽤 심각해보인다.

우선, 추가적인 조사에서 왜 성산읍민을 대상으로 하는지 정당한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명분상으로 주민 수용성을 높힌다고 했는데, 누가 보아도 찬반 대립이 명백한 사안을 놓고 명백한 의견을 말하라고 강요한다면 마을공동체는 극심한 분열에 빠지고 말 것이다.

제2공항 건설 예정지를 둘러싸고 마을 주민들은 다양한 이해 관계를 갖게 된다. 직접적인 건설 예정지에 자신의 삶의 터전이 포함되는 사람들은 피해자로서 이해 관계를 가질 것이다. 반대로 건설 예정지 주변은 소음 피해 지역을 벗어나면 즉각 이해 관계가 극적으로 뒤바뀐다. 부동산 가격이 증가하고 각종 경제적 이익이 발생한다. 실제로 성산에 제2공항 계획이 발표된 이후 구좌읍의 지가가 치솟았다고 한다.

사람들의 기대 심리가 잘못은 아니다. 당연히 자신의 이익이 크게 증가하면 기쁜 일이 될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 경제적 이득은 매우 민감하고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러한 경제적 이익이 이웃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결국 여론조사를 하든지 말든지 간에 성산읍의 여론은 자신들의 이해 관계를 극대화하여 표현할 것이 명명백백하다. 결과적으로 건설 예정지와 소음 피해 지역의 주민들은 절대적으로 반대할 것이고, 그 외 지역의 주민들은 굴러들어온 기회를 마냥 넋 놓고 바라보며 매우 윤리적으로만 판단하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극심하게 의견이 나눠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희룡 도정은 그 중간 과정에서 충분한 노력도 없이, 마치 성산읍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아주 객관적인 존재인 것처럼 불쑥 찬반 조사만 던져 놓았다. 참으로 졸렬한 정치적 행위이다. 충분한 정보의 제공, 객관적이고 신뢰성 높은 정책을 통해 도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야 할 도정이 불보듯 뻔한 마을 공동체의 분열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를 보인 것이기 때문이다. 마을 공동체가 분열하든 말든 찬성 여론을 일으켜 반대 여론을 제압하려는 원희룡 도정의 의도는 크게 비판 받아 마땅하다.

오히려 피해 당사자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한다면, 건설예정지의 실제적인 피해지역인 5개 마을에 피해 당사자로서 제2공항 사업에 대한 비토권을 보장해야 한다. 왜냐하면 해당 지역의 많은 사람들은 지금의 상황에서 부가적인 경제적 이익을 보는 수준이지만, 피해 당사자는 자신의 삶 전체를 송두리째 바꿔야하기 때문이다. 피해 당사자 자신이 원치않더라도 말이다. 이해 관계의 수준이 매우 다르다. 따라서 성산읍에 대한 추가적인 여론조사를 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피해 당사자에 대한 불평등한 정치 행위임에 다름없다.

공평하고 평등한  주민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당사자들의 비토권을 보장하는 방식이 고민되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성산읍에 대한 추가적인 여론조사는 제주의 공동체를 분열시키면서 정책을 성공시키는 가장 저급한 정치행위임을 원희룡 도정은 알아야 한다.

둘째, 왜 원희룡 도정은 성산읍의 추가적인 여론조사를 통해서 도민의 의사 결정권을 무시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만약에 성산읍의 추가 여론조사를 했다고 치자. 찬성이 우세하게 나왔다고 하자. 그러면 제주도민 전체 여론조사 결과는 무시하고 성산읍 주민들의 의견만을 수용할 건가? 아니면 역으로 성산읍 조사 결과가 반대로 나오고, 제주도민들의 결정이 찬성으로 나오면 성산읍민들에게 희생을 강요할 것인가? 또 두 군데 다 찬성으로 나오면 피해 당사자들의 동의없이 사업을 강행할 것인가?

여러모로 따져보아도 성산읍민에 대한 추가적인 여론조사는 의미 없음을 넘어, 기껏 도의회와 합의한 도민 여론 조사 자체를 무력화 시킬 가능성이 크다. 성산읍에 대한 추가 여론조사 결과를 유리하게 활용해보겠다는 생각 같은데, 결과적으로 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양분시켜 조사 결과 자체가 논쟁에 휩싸일 가능성이 너무 크다. 또 민주주의 원칙에 비추어보더라도, 왜 성산읍민들만 이중의 결정 권한을 행사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결국 경제적 이익이 강해지는 지역만을 선택적으로 포괄하여 도민의 의사 결정권을 제안하려는 제주도정의 배타성 짙은 의도가 잘 드러나 보이는 듯하다. 피해 지역의 주민들에게는 불공정하고 제주도민들에게는 불평등하다. 기본적으로 비민주적이다.

제2공항과 관련하여 사회적 갈등이 매우 심각하다. 경제적 이익이 발생하는 사람들에게 제2공항은 그간의 경제적 어려움 또는 그날그날의 평범함 또는 기회를 엿보며 투자했던 것에 대한 중대한 보상으로 비쳐질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쉽게 뿌리칠 수 없는 기회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에서 겪게 되는 피해 당사자들의 삶은 단순하게 경제적 가치로만 평가 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또한 제주의 무궁한 자원이 되고 있는 심각한 자연 환경의 파괴는 정말 심도깊게 논의하고 논의해서 결정해야만 하는 사항이다. 오름을 깎는다고 한다. 사업이 실패하면 오름을 복원할 수 있을까? 그 안에 살던 사람들의 삶이 오롯이 원상 복구가 될 수 있을까? 그러한 의미에서 피해 당사자들의 결정권은 그 무엇보다도 더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

필자는 제주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오히려 원희룡 도정과 국토부에 피해 당사자들의 비토권 보장을 적극 추천드린다. 그리고 도민의 의사결정을 묻는다고 하면 최대한 민주적으로 최대한 공평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정책 결정자의 의도와 의지가 심하게 작동된다면 오히려 주권자인 도민들의 의사 결정이 왜곡 될 수 있다. 사전에 충분하고 적정한 정보가 제공되고 심도깊은 논의의 장이 필요하며, 공평하고 평등한 의사 결정 과정이 진행되어야 한다. 특정 지역, 특정 여론이 높은 지역만을 선택적으로 의사 결정 권한을 강화하는 행위는 오히려 사람들의 권리만 침해할 뿐이다. 이번 성산읍에 대한 추가 조사건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하고, 매섭게 비판 받아야만 한다. /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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