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피고인 법정서 경찰 수사 공식 문제제기...피해자엔 “그날 죽이지 못해 후회” 발언

전 여자친구를 성폭행하고 감금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A씨가 사흘간 도주행각을 벌이다 제주시 도남동 인근 CCTV에 촬영된 모습.
전 여자친구를 성폭행하고 감금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A씨가 사흘간 도주행각을 벌이다 제주시 도남동 인근 CCTV에 촬영된 모습.

520여명 경력과 헬기까지 투입된 경찰 수사를 따돌리고 사흘간이나 도주행각을 벌이다 붙잡힌 피고인이 법정에서 경찰이 자신의 정보를 유출했다며 불법 체포를 주장하는 역공을 폈다.

수사와 재판과정에서는 중상에 처한 피해자를 향해서는 “그날 죽이지 못해 후회된다. 피해자에 미안한 마음이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판사)는 살인미수와 강간, 특수협박, 특수폭행, 특수감금, 상해, 폭행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모(38)씨를 상대로 17일 첫 공판을 진행했다. 

강씨는 올해 6월부터 사귀던 A씨의 이별 통보에 격분해 11월3일 오전 8시쯤 A씨를 제주시내 자신의 주거지로 끌고 가 손과 발을 묶어 감금하고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감금 사흘째인 11월5일 오전 8시30분 강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가까스로 탈출했다. 강씨의 범행으로 A씨는 갈비뼈가 부러지고 비장이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다.

강씨는 A씨가 탈출한 사실을 확인하고 곧바로 도주했다. 헬기까지 동원한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휴대전화를 끄고 도주 행각을 이어가다 나흘째인 11월8일 제주시내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당초 경찰은 특수감금과 강간상해 등의 혐의를 적용해 강씨를 송치했다. 반면 검찰은 피고인의 행위에 무차별적 폭행 등 살인하기 위한 고의성이 있었다고 판단해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첫 공판에 앞서 강씨는 수사과정에서 경찰의 체포에 위법성이 있었다며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어 배심원단의 의견을 듣고 싶다며 재판부에 국민참여재판 의사까지 내비쳤다.

전 여자친구를 성폭행하고 강간한 혐의로 붙잡힌 30대 피의자의 신상 정보. 이 자료는 경찰 내부용이었지만 외부로 유출돼 당시 SNS를 통해 지역사회 급속도로 퍼졌다.
전 여자친구를 성폭행하고 강간한 혐의로 붙잡힌 30대 피의자의 신상 정보. 이 자료는 경찰 내부용이었지만 외부로 유출돼 당시 SNS를 통해 지역사회 급속도로 퍼졌다.

강씨는 “범행 후 나에 대한 신상정보가 SNS에 퍼지고 댓글까지 달렸다. 얼굴까지 공개돼 공개수배인줄 알았다. 알고 보니 비공개 수사였다”며 당시 수사를 맡은 동부경찰서를 겨냥했다.

실제 강씨의 도주행각이 이어지던 중 경찰에서 작성한 내부자료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출되는 일이 있었다. 해당 자료에는 강씨의 얼굴과 이름, 주소, 차량정보까지 담겨 있었다.

강씨는 “경찰이 단톡방에서 공유하는 과정에 내 정보가 유출됐다. 적절한 수사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신상이 공개되면서 (나의) 인권이 유린됐다. 위법한 체포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특히 “송치 직전에 담당 형사도 사과를 했다. 경찰 감찰도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며 “이에 대해서는 별도로 정보공개청구도 제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공소장에 적힌 증거까지 모두 부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저었다. 국민참여재판 신청에 대해서도 당초 의사와 달리 철회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피해자에 대한 생각을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강씨는 “할 말이 없다”며 반성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강씨는 수사과정에서도 “피해자를 죽여야 하는데 죽이지 못해 후회된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강씨는 재판부를 향해 “피해자에 대해서는 미안한 마음이 없다. (죽여야 하는데 못 죽였다는 진술은) 그 날 감정이 그랬던 것이다. 이제 와서 그런 말이 무슨 소용이 있냐”며 덤덤하게 말했다.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이날 결심 절차가 예상됐지만 검찰이 피고인에 대한 전자장치 부착 청구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혀 구형과 선고는 내년으로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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