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제주국립공원 지역 상생·협력 가능성 찾아야 / 김효철

소리시선’(視線)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글

올해는 한라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 꼭 50년이 되는 해다. 1970년 3월 24일 한라산은 우리나라에서 6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건설부 고시 제28호)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이자 화산섬인 한라산은 50년 넘게 국립공원이자 제주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우리와 함께 해왔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1961년 지리산 국립공원을 시작으로 가장 최근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태백산까지 모두 22곳이다. 설악산과 내장산, 치악산, 속리산, 계룡산처럼 우리가 알만한 산들은 대부분 국립공원이란 이름으로 보호되고 있고 유명세도 타고 있다.

국립공원은 자연공원법에 따라 자연생태계와 자연경관, 문화 경관, 지형보존, 위치 및 이용 편의 항목을 판단해 국가가 지정한다.

지정 조건이 까다로운 데다 국가가 지정, 관리하는 공원으로서 국립공원은 지정만으로도 가치와 명성을 인정받는 것이다.

ⓒ제주의소리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이자 화산섬인 한라산은 50년 넘게 국립공원이자 제주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우리와 함께 해왔다. 제주도가 추진 중인 한라산을 포함한 제주국립공원 확대 계획이 지역주민 반발 속에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제주의소리

한라산 국립공원이 지정 50년을 맞은 뜻깊은 올해에 제주 사회는 국립공원 확대지정을 둘러싼 갈등을 겪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추진하고 있는 한라산을 포함한 제주도 국립공원 확대 계획이 지역주민 반발 속에 흔들리며 자칫하며 무산될 위기에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국립공원 확대 계획을 밝힌 지는 벌써 5년 전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16년 제주 주요 생태 축을 잇는 한라산과 곶자왈, 오름, 해양도립공원, 생물권보전지역을 국립공원으로 확대 지정한다고 밝혔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그해 6월부터 3개월간 제주발전연구원에 ‘제주국립공원 지정을 위한 기초연구’를 의뢰하고 국립공원 확대지정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어 2017년 6월 말까지 제주 국립공원 용도지구별 경계(안)을 설정해 지역별 주민설명회, 주민공람, 도의회 설명 등을 거쳐 최종 의견을 모으고 난 뒤 그해 11월 환경부에 국립공원 확대지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신청서는 낸 지 3년이 지났으나 국립공원 확대는 지역주민 반발에 부딪히며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환경부는 2018년부터 ‘제주국립공원 지정을 위한 타당성조사 연구용역’을 벌인 데 이어 국립공원 확대에 따른 의견수렴을 거쳤으나 사유재산권 침해와 규제강화에 따른 경제활동 제약을 우려하는 반대에 부딪혔다. 이 과정에서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특별자치도사회협약위원회가 권고한 의견을 받아들여 사유지와 우도와 추자, 한라산 중산간 일부를 제외한 계획안을 마련했다.

계획 축소에도 지난 8일 환경부가 열려던 ‘제주국립공원 확대 지정에 대한 주민설명회 및 공청회’는 임업인을 비롯한 마을 주민들이 반대하며 무산됐다.

제주국립공원 지정 당초 계획안.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국립공원 지정 축소안.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번 공청회 무산은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국립공원 지정에 따라 편입되는 사유지 매입 계획이나 표고버섯 재배를 하는 임업인들이 경제활동을 유지할 수 있는 대안 마련과 합의가 부족한 상태였다.

특히, 국립공원 확대 계획을 발표한 지 5년이 지나도록 사유지 매입을 위한 구체적 해결방안이 없는 것은 아쉬움이 크다. 사유지 매입 예산 문제를 놓고 국립공원 관리 주체인 제주특별자치도와 지정 주체인 환경부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다. 사유지 문제는 제주특별자치도가 국립공원 확대 계획부터 예견된 일임을 볼 때 전략도 노력도 부족하다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다. 

결국 야심차게 시작한 국립공원 확대는 도민 합의 속에 새로운 제주사회 활력소가 돼야함에도 갈등만 남고 알맹이는 없는 국립공원으로 전락할 위기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처음 확대하려던 국립공원 면적은 기존 한라산국립공원 153㎢를 포함해 곶자왈과 추자·우도 해양도립공원 등 610㎢ 규모였다.

그러나 주민 반대에 부딪혀 우도·추자면, 표고버섯 재배 지역과 사유지 등을 제외하고 보호지역으로 지정관리 중이거나 생태적 가치가 높은 지역만을 대상으로 조정하면서 면적은 303.2㎢로 크게 줄었다.

특히 곶자왈은 법적으로 보전상태인 곶자왈도립공원(1.5㎢)과 주변 도유지 일부(0.5㎢), 람사르 습지인 동백동산만(4.4㎢) 포함됐다. 이 과정에서 사유지 곶자왈은 지역주민 반발을 이유로 제외됐다.

결국 국립공원 확대 지정으로 곶자왈 보전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곶자왈 보전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 밖에 오름군락도 제외되는 등 국립공원 확대 계획이 사유재산권 논란에서 한발도 나가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다.

일부 언론보도도 사유지 매입에 따른 재정 부담을 주로 다루며 국립공원 확대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물론 국립공원 확대가 주민재산권과 관련된 문제여서 국립공원 확대를 위해서는 당연히 풀어야 할 과제다. 하지만 사유재산권 문제만을 놓고 바라본다면 결국 국립공원 확대는 불가능하다. 

산림청이 국비로 지원 중인 사유지 곶자왈 매수사업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중단되고 지방재정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주지역 언론에서 보도한 바 있다. 곶자왈 관리권이 환경부로 이관되면 사유지 곶자왈 매수사업도 중단된다는 논리다.

국립공원 지정으로 산림청 사유지 곶자왈 매수사업이 중단된다는 주장은 실제 국립공원에 포함될 사유지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볼 때 잘못된 가정이다. 국립공원 확대와 함께 산림청은 사유지 곶자왈 매입으로 곶자왈 보전에 나서야 할 문제다. 사유재산 문제만을 강조하며 곶자왈을 보존하려는 노력은 뒷전으로 보인다.

코로나19나 지구온난화로 인류 미래가 위협받는 시대다. 제주도도 자연환경 곳곳이 파헤쳐지고 미세먼지와 플라스틱으로 뒤덮이며 지속가능성에서 멀어지고 있다.

사유지 소유주들이 느끼는 걱정과 반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사유재산권 보호와 마찬가지로 공공이익을 위한 환경보전이라는 목표 또한 소홀할 수는 없다.

김효철 (사)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 ⓒ제주의소리
김효철 (사)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 ⓒ제주의소리

국립공원 지정을 놓고 갈등을 빚은 것이 제주만은 아니다. 무등산과 태백산을 비롯해 많은 국립공원이 오랜 갈등과 반대를 겪었다. 환경부와 제주특별자치도는 앞선 사례를 바탕으로 도민합의를 이루고 지역사회 환경보전과 경제에 기여하는 합리적 방안 찾기에 더 노력해야 한다. 언론을 비롯해 도민사회에서도 국립공원 문제를 사유재산권 갈등문제를 넘어 도민사회 합의 속에 풀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립공원으로 인한 추가 규제를 최소화하도록 제도 개선과 함께 재정을 들여 사유지를 보호·관리하거나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대안 찾기도 필요하다.

문화와 환경, 사람을 연계한 산림생태휴양서비스로 국립공원 명품 마을로 인지도를 높이고 경제효과도 높여 지역과 상생 협력하는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 김효철 논설위원, (사)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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