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주의 밤바다는 동글동글한 갈치잡이 배들의 어화(漁火)로 불야성을 이룹니다.

아주 가끔 깜깜한 바다위로 무수히 떠 있는 어화를 한참 보다 보면 작은 도시가 바다에 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황홀경이 고단한 노동의 산물임을 알고 있기에 나는 그 광경을 마냥 즐거워하며 바라볼 수 없었습니다.

한 통에 120개의 바늘을 일일이 손으로 한땀 한땀 꿰어 놓는 주낙 통을 수십 통 이상 마련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하여 엄청난 열기를 내뿜는 집어등 밑에서의 갈치잡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지금 잡히는 갈치가 씨알이 작은데다 가격도 지난해보다 떨어진다는 소식이 저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합니다. 씨알 굵은 갈치가 많이 잡혀서 넉넉한 겨울을 맞이 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화북포구 금돈지에 잠깐 들렸더니 동네 분들이 모여서 주낙작업을 하고 계시더군요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물으니 시원스레 궁금증을 풀어 주시더군요 "이거 알앙 머할꺼라"하시며 웃으시는 그 분들의 웃음 속에 건강한 삶을 볼 수 있어서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더군요.

<光人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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