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기획] 경찰법 개정에 확대 시범 종료...자치경찰 존치됐지만 3년 전 조직으로 뒷걸음질

   국회가 자치경찰 도입 내용을 담은 경찰법법 개정안을 가까스로 처리하면서 15년째 전국 유일의 자치경찰을 운영 중인 제주에서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당초 정부는 국가경찰에서 자치경찰을 분리해 지방자치단체 소속 기관으로 두는 이원화를 추진했지만 당·정·청 협의에서 일원화로 방향을 틀면서 제주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연말까지 268명의 국가경찰 파견 인원이 원대 복귀를 예고하면서 새해를 앞둔 자치경찰은 당장 제도적 한계와 주민밀착형 치안서비스 확보라는 난제와 다시 마주하게 됐다.

▲ 자치경찰 도입 경찰청법 개정안 무엇이 담겼나

국회는 제392회 제15차 본회의에서 ‘경찰법 전부개정법률안’과 ‘경찰공무원법 전부개정법률안’,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9일 동시 처리했다.

경찰청법 개정안 제4조에는 경찰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나누고 각 사무별 지휘‧감독권자를 분산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률적으로 한국 경찰 조직을 나누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16조에는 경찰청에 국가수사본부를 두도록 했다. 국가수사본부장은 형사소송법에 따른 수사와 관련해 각 시‧도경찰청과 경찰서장에 대한 지휘와 감독권을 갖는다. 직급은 치안정감이다.

제18조에는 자치경찰 사무를 관장하는 시‧도지사 소속의 시‧도자치경찰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시‧도자치경찰위원회는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자치경찰 소관 사무를 총괄 하게 된다.

법률상 국가와 자치로 사무가 나눠졌지만 모든 경찰은 국가경찰 소속이다. 별도 외청기관 신설 없이 기존 조직에서 경찰청과 국가수사본부, 시‧도자치경찰위원회로 권한만 분산된 형태다.

이 경우 제주 자치경찰도 국가경찰로 흡수돼 업무만 나누는 일원화로 통합돼야 한다. 제주도와 도의회가 이에 반대 입장을 피력하면서 제주는 기존 제주특별법을 적용받게 됐다.

당초 김영배 의원 발의안에는 부칙 제6조 제54항을 통해 제주특별법 제7장에 규정된 제주자치경찰에 대한 법적 근거를 삭제하도록 했지만 논의과정에서 이 부분이 빠졌다.

다만 경찰법 제27조(사무기구)에 ‘제주특별법 제44조 제3항에도 불구하고 개정안 제27조제2항을 우선해 제주에서도 시‧도자치경찰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강제조항을 뒀다.

▲ 파견생활 국가경찰 268명 31일자로 전원 원대 복귀

개정된 경찰법의 명칭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경찰법)로 바뀌고 22일자로 공포되면서 당장 2021년 1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법률 시행에 맞춰 제주지방경찰청은 12월31일 자정을 기해 자치경찰에 파견된 268명의 국가경찰 인력을 지방경찰청으로 원대 복귀시킬 계획이다.

제주에서는 2018년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에서 자치경찰 도입안을 마련하면서 그해 4월30일 국가경찰 중 27명을 자치경찰로 1차 파견하는 전국 첫 지방자치 시범운영에 나섰다.

그해 7월18일 2차로 지역경찰 등 96명을 넘어가고 2019년 1월31일에는 3차로 137명, 올해 2월5일에는 4차로 8명이 추가 파견되면서 현재 총 268명이 자치경찰과 생활을 하고 있다.

2년 전 만들어진 정부의 자치경찰 도입안에는 기존 국가경찰의 업무 중 생활안전과 여성, 청소년, 교통 등 주민 밀착형 민생 치안 활동을 자치경찰로 완전 이관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가경찰은 정보와 보안, 외사, 수사, 전국 공통적 처리를 위한 민생치안 업무만 맡도록 했다. 업무 떠넘기기 방지 차원에서 112 상황실은 합동 근무해 공동책임을 지도록 했다.

계획안에 따라 국가경찰 11만7600여명 중 36%인 4만3000명이 자치경찰 소속으로 넘어가야 한다. 신분도 국가직에서 지방직으로 바뀌지만 일원화 도입에 따라 모두 없던 일이 됐다.

제주지방경찰청은 경찰법 개정에 따라 더 이상 파견 연장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법률에 따른 조직개편과 의경 폐지에 따른 부대 창설 등으로 인한 인력 확보를 이유로 내걸고 있다.

▲ 자치경찰 3년 전으로 회귀...기관간 업무 협의 가시밭길

제주자치경찰단의 정원은 156명이다. 현재까지 4단계에 걸친 확대 시범운영으로 정원보다 갑절 가까이 많은 268명의 파견 인원이 자치경찰 업무를 공동 수행하고 있다.

2006년 출범 당시 자치경찰단 정원은 38명이 전부였다. 당시 제주특별법에 명시된 자치경찰 사무는 생활안전을 위한 순찰과 가정‧폭력 예방, 교통안전에 관한 사무 등에 그쳤다.

자치경찰단은 2008년 지능형교통시스템(ITS)센터와 주정차 단속 사무를 흡수하고 2011년에는 행정시의 교통시설사무도 넘겨받는 등 행정 사무로 덩치를 키웠다.

2014년에는 제주특별법을 손질해 음주측정과 통행의 금지, 즉결심판 청구권도 확보했다. 특별사법경찰이 맡는 수사 분야도 관광과 환경, 식품, 위생 등 19개 분야 86개 특별법으로 넓혔다.

2018년 이후에는 제주지방경찰청과 업무협약을 통해 국가경찰 사무인 생활안전과 아동청소년, 교통 업무를 넘겨받고 7개 자치지역관서를 운영하며 생활불편 112신고까지 전담했다.

당장 이달 말 파견인원이 복귀하면 자치경찰 업무는 3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간다. 지역경찰은 물론 교통외근과 112지령, 실종, 학교폭력, 아동‧실종 등의 업무를 국가경찰로 다시 넘겨야한다.

제주는 국가경찰 파견 확대 운영을 개정안 부칙에 명시하는 방안을 바랐지만 끝내 반영되지 않았다. 추후 대통령령이나 부령에서 관련 내용이 포함되길 바라고 있지만 여전히 미지수다.

자치경찰은 국가경찰 파견에 따른 이원화 모델 운영으로 치안지표가 오히려 개선됐다는 입장이다. 2020년 자치경찰 치안만족도가 54점에서 올해 70점으로 급증한 점도 부각시키고 있다.   
업무 분장은 지방경찰청과 자치경찰단간 협의로 가능하지만 인원과 법적 사무 권한은 예산과 법령이 뒤따라야 한다. 후속 조치가 없으면 무늬만 경찰이라는 비난을 또다시 감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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