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학생인권 조례안(제주학생인권조례)이 제주도의회 최종 관문을 통과했지만, 주요 쟁점 사항이 대폭 손질되며 조례의 본 취지가 무너졌다는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을 주도하는 제주지역 시민단체-정당 등으로 구성된 '학생인권조례제정연대'는 23일 성명을 내고 "학생인권조례 제주도의회 통과 마냥 환영할 수는 없다. 인권을 제한하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학생인권조례가 도의회에서 통과돼 전국 여섯 번째 조례 제정의 성과를 이뤘다는 사실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면서도 "그러나 제정된 조례의 내용을 보면 교육 전문가인 교육의원들이 수정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처참한 수준이다. 혐오세력에 굴복해 기본적 권리를 근거 없는 기준을 통해 재단하고 제한한 사실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조례안 8조 1항에서 명시됐던 포괄적 차별 금지 조항들이 대폭 축소됐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에 관한 법적 근거 조항 역시 삭제했다"며 "이는 조례안 제 1조에서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조례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의 빈약한 인권의식과 보수적 관점을 충족시키기 위한 농단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또 "기존 조례 안에 명시된 학생참여 위원회와 관련된 조항이 전체 삭제됐다. 제정된 조례는 여전히 학생들을 억압과 통제의 대상으로 보고, 최종적인 결정권은 교육감과 학교장에게 위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는 기본적으로 학생들의 주체성과 인간의 존엄을 전제해야 하나, 조례는 이를 무시한 채 학생들을 대상으로 보고, 훈육하려는 듯한 의원들의 인권 의식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혹평했다.

인권옹호관 조항이 삭제된 데 대해서도 "실질적 인권 증진을 위해서는 권력 기구로부터 독립된 전문 단체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부서 내의 인권센터 운용이라는 제정 조례안의 내용은 이러한 독립성과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앞으로 제정된 학생인권조례의 내용을 엄밀히 분석해 비판하고, 인권조례 다운 인권조례를 위한 개정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