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호의 짧은 글, 긴 생각] 아홉 번째

시간이 지날수록 제주다움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제주출신의 공학자, 이문호 전북대학교 초빙교수가 '제주의소리' 독자들과 만난다. 제주다움과 고향에 대한 깊은 성찰까지 필자의 제언을 ‘짧은 글, 긴 생각’ 코너를 통해 만나본다. / 편집자 주

해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되면 생각나는 것이 있다. 사람은 한 평생 살다가 누구든지 저 세상으로 간다. 내가 남기고 갈 것은 무엇인가? 석가(釋迦)는 반야심경(般若心經)을, 독일의 세계적인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은 상대성원리(相對性原理)를 남겼다. 난 자켓 옷 한 벌(Jacket Matrix)이 전부다.

왜 여자들은 화장을 할 때 립스틱을 짙게 바를까? TV 뉴스 앵커는 왜 화면 중심에 잡는가? 답은 ’눈에 잘 보이게 하기 위해서‘이다. 한자로는 荷重, 영어로는 Image Enhancement로 풀어쓸 수 있다. 제주 남양MBC송신소장을 그만두고 대학에 와서 1984년 6월 전남대 공학박사 논문 연구로 디지털 영상 Enhancement를 다뤘다 1990년 일본 동경대 전자과 박사학위에서도 수학과 하드웨어로 이를 증명했다.

왜 여자들은 화장을 할 때 립스틱을 짙게 바를까? TV 뉴스 앵커는 왜 화면 중심에 잡는가? 답은 ’눈에 잘 보이게 하기 위해서‘이다.<br>
왜 여자들은 화장을 할 때 립스틱을 짙게 바를까? TV 뉴스 앵커는 왜 화면 중심에 잡는가? 답은 ’눈에 잘 보이게 하기 위해서‘이다.

1998년 12월 세밑, 독일 북서부 아흔(Aachen) 공대 연구실에 가 있을 때다. 오후 4시면 해가 지고 칙칙하게 비 내리다 밤에는 눈이 펑펑 쏟아져 50cm 정도 쌓일 때였다. 화면 행렬의 가운데 하중(荷重, Weighting, 값 2)을 줘 해결한 것을 일반화했을 때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송신 측과 수신 측 행렬(行列) 화소(畫素) 상호간에 역(逆, Element-wise Inverse) 관계란 특징을 갖는 것이다. 이를 두고 세상에 누구도 내 놓지 않는 새로운 이름을 고심하던 때였다. 12월 31일 점심때 독일 A. Noll 교수와 카푸치노 커피를 마시면서 그는 “네가 발견한 것이 네가 입고 있는 자켓(Jacket)이 아닌가, 자켓은 뒤집어서 입고 그대로도 입고 간편히 위에 걸처 나갈 수 있는 옷 말일세. 그것을 이 교수가 우연히 발견(Serendipity) 했네.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원리에서 보면 에너지는 질량과 빛 속도의 제곱인데, 에너지를 질량으로 나누면 빛의 속도의 제곱이 상수(常數, Constant)네. 자네는 이런 관계를 행렬로 푼 게 다르지. 즉 [A]*[B]=상수(常數)가 단위(單位·Identity) 행렬, [A]행렬의 역행렬(逆行列)이 [B] 행렬”이라고 설명했다.

밖에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었다. 그후 자켓 행렬 관련 SCI(Science Citation Index) 논문 350편과 독일에서 Jacket 수학 이동통신(移動通信) 책을 발간하고 특허 100건을 출원했다.

석가(釋迦)의 반야심경(般若心經)에서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이 나오는데 중심 사상은 공(空)이다. 색(色, 肉身)이 공(空, 精神)이고, 공(空)이 색(色)으로 육신이 정신, 즉 석가가 제자들에게 손등과 손바닥이 같은가 다른가를 질문했다. 답은 한 몸(身·Body), 하나다. 육체와 정신이 일체 한 몸, 즉 A*B=1,B는 A의 역(逆)인 상즉불이(相卽不二). 간단히 증명된 셈이다.

당나라 현장법사(玄奘法師)는 629년 오랫동안 꿈꾸었던 천축국(天竺國)을 향해 구법(求法)의 길에 올랐다. 익주 공혜사에 이르렀을 때, 한 병든 노스님을 만났는데, 그는 험난한 천축길에 만나게 될 갖은 시련을 알려주면서 "삼세제불의 심요(心要) 법문이 여기 있으니 이것을 늘 기억하여 외면 온갖 악귀를 물리치고 안전히 다녀올 수 있으리라"했다. 그 노스님이 가르쳐준 것은 범어(梵語)로 된 ‘반야심경’이었다. 천축을 가는 길은 황량하고 험난해서 나는 새나 짐승도 없고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곳이 며칠씩 계속되기도 했다. 자기 그림자를 벗 삼아 고난의 길을 가는 현장에겐 끊임없이 무서움과 괴로움, 편안함을 유혹하는 악귀들이 덮쳐오고, 길을 잃고 방황하는 경우도 무수히 많았다. 그때마다 현장은 이 반야심경을 지심(智深)으로 독송(讀誦)했는데, 그때마다 악귀들은 물러나고 길이 저절로 열리면서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나타나곤 했다. 현장은 천신만고 끝에 무사히 천축 마가다국 나란타사에 도착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는 거기에서 자신에게 반야심경을 가르쳐준 병든 노스님을 만나게 되었다. 현장을 본 그 노스님은 흔연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이곳에 무사히 도착한 것은 삼세제불(三世諸佛)의 심요(心要)법문을 수지(受持) 독송한 덕이니라. 내가 바로 관음보살이다." 그러고는 표연히 떠올라 하늘 높이 사라져버렸다.

석가는 불교 반야심경의 상즉불이(相卽不二)를 A*B=상수(常數) 자연수(自然數) 1로,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원리인 시공간, 광(時空間光) 관계를 E/M=상수(常數) 빛의속도 C²으로, 필자는 Jacket 행렬을 [A]*[B]=상수(常數) 단위(單位 Identity) 행렬로 나타냈다.

이문호 교수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출신 전기통신 기술사(1980)로 일본 동경대 전자과(1990), 전남대 전기과(1984)에서 공학박사를 각각 받고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서 포스트닥(1985) 과정을 밟았다. 이후 캐나다 Concordia대학, 호주 울릉공- RMIT대학, 독일 뮌헨,하노버-아흔대학 등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1970년대는 제주 남양 MBC 송신소장을 역임했고 1980년부터 전북대 전자 공학부교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계최초 Jacket 행렬을 발견 했다. 2007년 이달의 과학자상,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해동 정보통신 학술대상, 한국통신학회, 대한전자공학회 논문상, 2013년 제주-전북도 문화상(학술)을 수상했고 2015년 국가연구개발 100선선정, 2018년 한국공학교육학회 논문상을 수상했다. 이 교수는 제주문화의 원형(原型)과 정낭(錠木)관련 이동통신 DNA코드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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