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기획-제리뉴스] 탐방예약제-휴식년제 시작된 한라산과 용눈이오름

제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한라산. 특히 한라산 정상 백록담은 살면서 한 번은 꼭 가봐야 하는 명소로 꼽힙니다. 그런데, 2021년부터는 한라산 정상을 마음대로 갈 수 없게 됐습니다.

한라산 탐방로 7개중에 정상을 갈 수 있는 곳은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 두 군데. 제주도는 2021년부터 하루 성판악 코스는 1000명, 관음사 코스는 500명으로 탐방객 수를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이 두 코스는 미리 탐방예약시스템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을 해야 입장이 허용됩니다. 한 달 전부터 예약이 가능하고, 예약을 해놓고 지키기 않으면 처음에는 3개월, 두 번이면 1년간 탐방을 제한할 예정입니다.

왜 탐방예약제를 하는 걸까요? 그동안 한라산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왔기 때문입니다. 수용한계를 넘어서면서 등산로가 허물어지고, 급경사지가 훼손되고, 식물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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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행위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라산국립공원 내 자연공원법 위반 적발 건수는 2017년 99건, 2018년 124건, 2019년 177건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총 177건으로 전년(124건)보다 더 증가했습니다. 2019년에는 흡연이 117건으로 가장 많았고, 출입금지 지역 출입(47건), 야영/취사 등(13건) 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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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백록담.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한라산 백록담.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1981년 연간 10만명이었던 한라산 탐방객이 1994년에는 50만명, 2010년에는 100만명, 2015년에는 125만명을 기록했습니다. 적정 수용력을 초과했기 때문에 탐방객을 줄어야한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올해 코로나 국면에도 10월 한 달간 한라산을 찾은 탐방객은 10만여명. 1일 평균 3429명꼴인데, 이는 1일 적정 탐방객 수를 넘어선 수치입니다. 2018년 완료된 ‘세계유산지구 등 탐방객 수용방안 및 관리계획 수립 용역 결과에 따르면 1일 기준 한라산의 물리적 수용력은 3145명, 사회심리적 수용력은 2723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제주도는 당초 2019년 한라산 탐방예약제를 시범실시하고 2020년 1월부터 적용하기로 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관광활성화 등을 이유로 2021년으로 미뤄졌습니다. 앞서 제주도는 1996년 3월 1일부터 1999년 2월말까지 3년간 자연훼손 등을 이유로 한라산 정상 등반을 금지한 적이 있었습니다.

탐방예약제와 함께 불법 주정차단속도 본격화 됩니다. 성판악 휴게소 앞 도로는 고질적인 불법주정차 구간으로 양쪽에 늘어선 차들 때문에 통행에 문제가 생기거나, 위험하게 차도를 가로지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주차방지봉을 설치했고, 2021년 1월부터는 이 곳에 과거처럼 차를 세웠다가는 과태료를 물게 됩니다.

약 10km 떨어진 제주국제대에 새로 조성된 환승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이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은 한라산 뿐만이 아닙니다.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평일 오전 용눈이오름. 주차장에 차들이 빼곡하게 차 있습니다. 구좌읍 종달리에 위치한 용눈이오름은 부드러운 능선과 아름다운 풍경으로 사계절 내내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정상을 향하는 길. 멀리서 봐도 훼손된 모습이 곳곳에 보입니다. 산책로를 보강하고 식생을 복구하는 정비사업을 진행중이지만 역부족입니다.

훼손된 용눈이오름 탐방로의 모습. ⓒ제주의소리
훼손된 용눈이오름 탐방로의 모습. ⓒ제주의소리

결국 제주도는 용눈이오름에 자연휴식년제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내년 2월부터 2023년 1월말까지 2년 동안 전면 출입이 통제됩니다. 무단 출입시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라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이로서 자연휴식년제가 적용되는 오름은 송악산, 백약이오름(이상 정상부), 물찻오름, 도너리오름, 문석이오름, 용눈이오름 등 총 6곳이 됩니다.

훼손이 심한 오름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으로 탐방총량제를 도입하는 방안, 보전가치가 높은 오름은 도립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도 논의 중입니다.

“더 큰 문제는 훼손에 대해서 앞으로 어떻게 복원할 지, 복원하는 방법은 어떤 형식으로 할 지에 대해서는 연구되거나 관련된 내용이 충분치 않다는 데 있습니다. 이에 대해 분명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이는 수용력 자체에 대한 고민이 있을 수 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과잉관광이 한라산이나 오름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커졌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과잉관광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할 지 논의할 때가 된 것입니다”(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7년 전, 관광객 1000만 시대를 축하했던 제주도는 이제 감당하기 힘든 양의 쓰레기, 하수문제, 교통난, 삶의 질 하락 등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제주 자연의 상징인 한라산과 오름이 겪는 고초는 제주가 마주한 현실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그 동안 우리는 너무 쉽고 편하게 이들을 누렸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코로나 시대, 당연하게 여기던 것이 사실은 가장 소중했다는 교훈은 제주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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