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코로나19와 제주 관광] ① Before 코로나

지난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지구를 집어 삼켰다. 우리사회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이슈가 코로나라는 거대한 블랙홀에 빠져버렸다. 특히 관광 등 서비스산업 비중이 높은 제주경제의 타격은 치명적이었다. 오래 전부터 제기돼온 제주관광의 체질 개선 목소리는 코로나19 충격파로 더욱 더 선명해지고 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는 코로나19에 따라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제주관광의 과거-현재-미래를 Before 코로나, With 코로나, Post 코로나 순서대로 3차례에 걸쳐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제주를 찾았던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
코로나19 이전 제주를 찾았던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미사일 배치에 따른 경제보복과 코로나19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중국인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지난 10년간 제주관광은 엄청난 양적 성장을 이뤘다. 10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한 제주 방문 관광객 수치가 이를 반증한다. 하지만, 1인당 매출액과 함께 고용도 지표가 10년째 제자리걸음하는 등 질적 성장은 사실상 멈춰 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지금, 제주관광의 질정 성장을 위한 체질 개선 필요성이 다시금 대두되는 이유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제주 관광산업의 생산성 성장에 대한 동학적 연구’를 통해 제주 관광산업이 질적 성장 없이 양적 성장만 거듭했다고 진단했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제주 관광산업 매출액 증가율은 84.9%에 달한다. 종사자수와 사업체수 증가율도 각각 55.6%, 46.2%를 기록하는 등 양적으로는 큰 성장을 보였다. 

2009년 652만명 수준이던 연간 제주 방문 관광객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면서 2010년 1000만명을 돌파했고, 2016년에 1585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2017~2018년 1400만명대로 잠시 떨어졌지만, 2019년 다시 1528만명으로 상승했다.

제주관광 조수입은 ▲2015년 4조6930억원 ▲2016년 5조4930억원 ▲2017년 5조7000억원 ▲2018년 6조7996억원을 기록했고, 2019년은 7조4673억원(잠정치)으로 집계됐다. 

제주 방문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제주관광 사업체와 종사자 수 등 양적 지표에서 큰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세부지표로 보면 제주 관광산업의 성장은 초라하다.  

2010년 8400만원 수준이던 제주 관광산업 1인당 매출액은 2014년 1억200만원까지 올랐지만, 2018년 1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업체당 고용은 2010년 3.11명에서 2018년 3.31명을 기록하는 등 10년 가까운 시간동안 단 0.2명 느는데 그쳤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제주 숙박업 진입률은 104.7%에 달한 반면, 퇴출률은 25.8%를 기록했다. 새롭로 개업하는 업체가 크게 늘어나면서 과당경쟁이 심화됐다는 얘기다. 

제주 관광산업의 부가가치율 변화 추이. 해당 연구는 2017년을 끝으로 추산되지 않고 있다.
제주 관광산업의 부가가치율 변화 추이. 해당 연구는 2017년을 끝으로 추산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 관광산업 부가가치율은 ▲2010년 32.5% ▲2011년 32.3% ▲2012년 35.4% ▲2013년 35.6% ▲2014년 35.5% ▲2015년 34.8% ▲2016년 31.3% ▲2017년 29.5%로 2012~2014년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제주 관광산업 관련 부가가치율 통계는 전문 연구자가 제주를 떠나면서 2017년 이후로는 추산되지 않고 있다. 

제주 관광산업이 질적 성장 없이 양적 성장만 거듭하자 수년전부터 제주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과잉관광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한라산 등반과 성산일출봉 일출 감상, 해안도로 드라이브 과정에서 방문한 토속 음식점에서의 식사. 수십년전 제주가 신혼여행지로 각광받던 시절부터 이어진 관광코스가 아직도 여행사를 통해 판매되는 점은 분명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제주관광의 체질 개선을 위해 단순한 자연과 시설 중심 관람 위주의 관광문화를 벗어나 생태·힐링·문화관광으로의 확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제주에 가면 힐링할 수 있다’는 인식을 안겨줘야 관광객의 제주 체류일수가 늘어나고, 개별 지출 등 부가가치도 덩달아 늘어난다는 의견이다. 

2020년 코로나19가 제주를 포함한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수년 전부터 제기된 제주관광의 체질 개선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개별 관광객 위주의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해서다. 

너무 많은 탐방객이 몰리면서 훼손된 제주 용눈이오름.
생태관광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기존의 시설관광 중심과 단체관광 중심의 관광수요는 급격히 줄고 있다. 그러나 생태자원의 보고인 제주도는 생태관광객을 맞을 준비가 미흡하다. 사진은 너무 많은 탐방객이 몰리면서 훼손된 제주 용눈이오름. 용눈이오름은 2021년부터 휴식년제에 들어갔다. 

코로나19가 터지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단체관광객 위주의 사업체다. 전세버스업계 예약률은 10%를 밑돌고 있고, 단체 숙박업소 예약률도 크게 떨어졌다. 단체 관광객을 주 고객층으로 삼던 음식점 상당수도 직원을 줄여 버티거나, 임시휴업 중인 곳도 수두룩하다.  

진즉에 제기돼온 '제주관광 체질 개선'이 근본적으로 시도됐거나 이뤄졌다면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의 충격파는 지금보다는 좀 나은 수준이었을 것이란 건 자명한 일. 

고선영 제주관광공사 연구조사센터장 역시 코로나19 이전 제주관광은 변화하는 관광 트렌드에 재빨리 대응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고 센터장은 “코로나19 이전까지 제주관광에 단체 관광객 수요는 꾸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관광시장은 빠르게 개별관광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단체 관광객 시장은 고사 직전”이라며 “코로나19 등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으로 생태관광 같은 야외 관광이나 언택트 관광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수년전부터 개별 관광객의 경우 색다른 체험을 선호하기 시작했는데, 제주관광은 이에 대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 센터장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생태관광 상품이 있었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개별 관광객의 생태관광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개별 관광객 수요에 맞춘 상품을 개발하면서 체질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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