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코로나19와 제주관광] ③ Post 코로나

지난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지구를 집어 삼켰다. 우리사회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이슈가 코로나라는 거대한 블랙홀에 빠져버렸다. 특히 관광 등 서비스산업 비중이 높은 제주경제의 타격은 치명적이었다. 오래 전부터 제기돼온 제주관광의 체질 개선 목소리는 코로나19 충격파로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는 코로나19에 따라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제주관광의 과거-현재-미래를 Before 코로나, With 코로나, Post 코로나 순서대로 3차례에 걸쳐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제주착한여행의 제주생태관광 모습. ⓒ제주착한여행
조천읍 람사르 습지도시에서 이뤄지는 생태관광 모습. ⓒ조천읍 람사르 습지도시 지역관리위원회

코로나19는 제주 관광산업에 큰 숙제를 던졌다. 수년 전부터 제기돼 온 생태·공정 관광으로의 체질 개선이다. 질적 성장 없이 양적 성장만 거듭한 제주관광이 당장 실행에 옮겨야 할 과제가 됐다. 

감염병 학계 등 상당수 전문가들이 '다시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전망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더 자주, 더 많이 발생하는 상황을 전제로 제주관광 전체를 재설계해야 한다.  

실제 2003년과 2012년 발생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이다. 

코로나19도 초창기에는 신종코로나, 우한코로나, 우르스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는데, 메르스 이후 세계보건기구(WHO)가 전염병 바이러스에 특정 지역 이름을 넣지 않기로 한 지침으로 코로나19(COVID-19)라고 최종 결정됐다. 

앞으로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등 전염병은 늘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코로나20, 코로나21가 유행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내국인의 해외관광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는 곧 제주 방문 내국인 관광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과 맞물린다. 

통계마다 차이가 있지만, 제주 관광산업에서 내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육박한다. 내국인 관광객에게 외면받는 제주관광은 '사형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없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제주관광이 활기를 되찾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위험에 빠질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코로나로 제주관광이 큰 피해를 입긴 했어도, 긍정적으로 볼만한 요소도 여럿 있다. 그 중에서도 아직은 제주가 ‘청정’ 관광지로서 매력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주관광의 가장 큰 매력이 ‘청정’이란 점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국내에서 코로나가 퍼지자 제주와 강원도를 방문하는 내국인 관광객이 증가했다. 해외 입국자에 대한 2주 자가격리 지침에 따라 내국인의 해외관광 시장이 크게 위축된 것이 원인이었다.  

청정 제주라는 이미지 덕에 ‘제주에 가면 코로나를 피할 수 있다’는 인식의 영향이 컸다.

실제 지난해 대구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됨에 따라 국군간호사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국군대구병원에 투입됐던 간호장교들이 제주여행을 통해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최저 인원으로, 사람들이 오지 않는 자연 공간에서 이뤄진 생태관광 모습.
사람들이 많지 않은 자연 공간에서 이뤄진 생태관광 모습.
코로나19 발생 이후 최저 인원으로, 사람들이 오지 않는 자연 공간에서 이뤄진 생태관광 모습.
사람들이 많지 않은 자연 공간에서 이뤄진 생태관광 모습.

2020년 세밑에 코로나가 제주에서도 확산됐지만, 내국인 관광객 상승세에 힘입어 예년에 비해 제주방문 관광객이 더 늘어난 시기도 있었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여름 성수기인 지난해 8월16일 내·외국인 관광객 4만3551명(잠정)이 제주를 찾았다. 이는 전년도 8월16일보다도 1.3%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 시대 제주를 찾는 관광객 상당수는 한라산과 바다, 오름 등 청정 제주의 자연을 만끽했다. 이들은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해 자연 속에서 잠시나마 마스크를 벗었다. 

청정 자연은 생태·공정관광으로 연결할 수 있다. 공정관광은 지역주민의 삶과 문화를 존중하면서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공정한 거래를 하는 지속 가능한 관광을 의미한다. 

현재 제주도민 사이에서 관광산업은 ‘돈 버는 사람만 돈 버는 산업’이라는 인식이 짙다. 

제주올레는 전통적인 관광산업에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2007년 9월7일 1코스(시흥초등학교~광치기 해변)의 문을 연 올레길은 현재 총 21코스로 구성돼 있다. 1-1코스, 3-A·B 코스 등을 포함하면 총 28개 코스다. 

올레길을 걸을 때 지불하는 돈은 없다. 무료로 걷는 코스인데, 올레꾼 대부분은 걷다가 주변에 보이는 식당 등을 찾아 식사를 해결한다. 관광객 전문업소가 아닌데도 관광객이 찾기 시작해 마을 곳곳에서 수익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제주다크투어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제주4.3 다크투어리즘. ⓒ제주다크투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군간호사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국군대구병원에 투입된 간호장교 60기가 제주에서 힐링 여행하는 모습.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군간호사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국군대구병원에 투입된 간호장교 60기가 제주에서 힐링 여행하는 모습.

올레길이 생긴 지 13년이 지난 시점에도 제주 생태·공정관광 우수 사례로 제주올레가 꼽히는 점은 관광업계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생태·공정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제주착한여행’과 제주4.3 중심의 다크투어리즘 '제주다크투어' 같은 여행사가 생겨난 것은 그나마 긍정적이다. 

허순영 제주착한여행 대표도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관광객들이 ‘청정’ 제주를 찾았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생태·공정관광을 중심으로 이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했다. 

허 대표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청정’이라는 이미지 덕에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많다. 대부분 제주에서 잠시나마 코로나를 피하려 했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변하는 제주 여행 패턴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지역·마을관광과 소규모 그룹 여행, 생태 관광객을 원하는 사람은 늘어나는데, 아직 제주 관광은 패턴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코로나 상황에서 다른 지역민 2명이 제주에서 한달간 거주한 바 있다. 이들은 이곳저곳을 관광한 것이 아니라 생필품 구매 등을 제외하고는 숙소에서만 거주했다. 그럼에도 ‘제주에 와서 숨통이 트였다’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이 같은 사람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생태·공정관광을 중심으로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지속가능한 제주 관광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주관광공사가 도입한 '실시간 관광지혼잡도분석서비스'.
제주관광공사가 도입한 '실시간 관광지혼잡도분석서비스'. 사람들이 몰린 지역의 경우 지도에서 색이 다르다. 

코로나 확산 이후 ‘포스트코로나 시대 제주관광’을 주제로 연속 세미나를 개최해온 제주관광학회 홍성화 학회장은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제주관광에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며 제주 환경수용력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강조했다. 계속된 양적 성장은 제주관광 산업에 ‘독’이 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다. 

홍 학회장은 “2018년 제주방문 관광객이 줄어들었다. 당시 젊은 사람들이 일본과 동남아 등지로 여행을 떠났다"며 "제주로서는 큰 위기였는데, 일본 불매운동이 퍼지면서 일본 관광 수요가 다시 제주로 몰렸다. 제주관광 스스로가 위기를 극복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제주관광 산업은 외부 변수에 크게 좌우된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쌓였던 해외여행 욕구가 분출되면서 제주 방문 내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가 끝나면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얘기”라고 전망했다. 

홍 학회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제주의 웰니스와 자연관광, 생태관광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트렌드는 언제 바뀔지 모른다. 미리 대비해야 한다”며 “제주의 환경수용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생태·자연·공정관광와 함께 +알파(α)가 무엇인지 대대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태·공정관광 전문가인 고제량 조천읍 람사르 습지도시 지역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제주 관광이 생태·공정으로 체질 개선했다면 코로나로 인한 타격을 덜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예전부터 제주 관광이 생태·공정관광으로 체질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돼 왔고, 코로나 사태와 직면했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이 강화됐는데, 되레 제주 자연속에서 힐링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관광객들은 한라산과 오름, 휴양림 등 기존에 유명한 제주의 자연을 찾아 사람들이 몰리는 장소가 생겼다. 만약 제주 관광 체질개선이 일찍 이뤄졌다면 사람들이 덜 몰렸을 것이며, 코로나로부터 더욱 더 안전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 위원장은 최근 제주관광공사가 도입한 '실시간 관광지혼잡도분석서비스(https://www.visitjeju.net/kr/bigdatamap)'와 같은 프로그램 활성화도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빅데이터에 기반한 관광객들에게 실시간 혼잡도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자연스레 사람들은 몰리지 않고, 제주 곳곳을 탐방하게 된다. 생태관광지도 수용력에 한계가 있다. 혼잡도를 알려 한계치를 넘지 않도록 해 지속가능성을 꾀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코로나19가 제주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훼손된 환경을 복원하고, 자연이란 관광자원의 가치를 고양시키는 방향으로 관광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이미 도시화된 섬을 과거 모습의 섬으로 되돌리기는 어렵지만, 도시화를 추진하지 않고 속도와 강도를 늦추는 것만으로도 제주가 의미와 가치를 가질 수 있다.”

(2020년 11월19일 제주언론인클럽 '2020 정기세미나' 조성하 대표의 주제발표 발췌)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해야하는 제주관광업계가 24년간 여행전문기자로 활동하면서 전 세계 80여개 국가 800여개 지역을 취재했었던 조성하 여행컨설턴트그룹 여인숙 대표가 제주관광산업에 던진 과제를 곱씹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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