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위기의 상아탑 제주대학교] ①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존폐 위기 가속화

지역거점 국립대학교로서 제주를 이끌어 갈 우수한 인재를 양성해야 할 제주대학교가 안팎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학령 인구 감소라는 전국적인 흐름으로 치부하기에는 지표상으로 드러난 경쟁력 저하의 추세가 예사롭지 않다. 특히 최근 수년간 교수들의 갑질 논란, 성폭력 사건이 숱하게 불거졌다. 무너진 연구윤리와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도민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신년을 맞아 국립 제주대학교를 둘러싼 위기의 현실과 대안을 점검하는 기사를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학령 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지방대학의 존폐 위기는 현실이 됐다. 대학 서열화는 노골화됐고, 우수학생의 수도권 쏠림 현상 역시 가속화되고 있다.

교육통계서비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의 자료에 따르면 2021학년도 전국 대학의 입학정원은 약 55만659명인데 반해 대학진학 희망자 수는 이에 미달하는 53만여명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2년 사이에 지원자 수가 약 6만명이 줄어든 결과다.

대학진학에 희망하는 고3 수험생 약 40만명에 재수·삼수 등 N수생 약 13만명을 더해도 지원자가 정원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까지만해도 가까스로 정원을 채웠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지원자 수가 입학정원에도 미치지 못한 첫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약 4~5년간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2024학년도면 입학가능인원이 대입정원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를 단순 계산할 시 기존의 대학 중 약 30여개의 대학이 사라지게 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보다 심각한 것은 수도권과 지방대학 간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집계한 전국 4년제 대학 지역별 신입생 모집 경쟁률 자료를 살펴보면 2018년 수도권 소재 대학 경쟁률은 13.5대 1로, 비수도권 대학 6.9대1, 2019년 수도권 대학 13.5대 1, 비수도권 대학 7.0대 1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2020년에도 수도권 대학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수도권 대학 경쟁률은 12.7대 1로, 비수도권 대학의 평균 경쟁률 6.6대 1보다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제주의 경우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지역 내 학생의 유입률이 높다는 이점이 작용하고 있지만,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역 거점 국립대학교의 역할을 맡고 있는 제주대학교 역시 이 같은 현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교육부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제주대의 신입생 충원 현황을 살펴보면 2018년 당시 7.0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이후 2019년 6.2대 1, 2020년 5.8대 1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제주대의 정시 일반전형 지원 현황을 살펴봐도 2018년 6.17대 1, 2019년 6.18대 1의 경쟁률을 보이다 2020년에는 5.06대 1로 급감했다. 

수시 모집 경쟁률 역시 6대 1을 넘지 못했다. 수시모집 전형의 경우 최대 6곳의 대학에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률 6대 1 미만은 사실상 지원률이 미달인 셈이다.

2020학년도 정시 합격선 기준을 매긴 결과 지역거점 국립대학이 몰락한 것도 교육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종로학원이 분석한 '대학 정시 합격선 분석' 자료 상에는 서울대를 제외한 지자체 대표 9개 국립대 중 인문계 상위 300위 학과에 이름을 올린 것은 제주대 초등교육과가 유일했다. 10년 전인 2009학년도 상위 300개 학과에는 제주대 국어교육과를 비롯해 지역거점국립대 학과가 34개 포함됐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유일하게 제주대가 이름을 올렸지만, 제주대 초등교육과의 경우 기존의 제주교육대학교가 편입됐다는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특출난 성과로 꼽기는 다소 민망하다. 학령인구의 감소세로 인해 지역대학 신입생 지원 규모도 줄어들었고, 그만큼 합격선 역시 하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들어온 인재의 유출 현상 역시 매년 심화되고 있다. 진학 및 편입학을 이유로 자퇴하는 학생의 숫자가 급증하면서다.

국회 교육위원회 김병욱 의원(국민의힘)이 각 지역거점 국립대로부터 제출받은 '지역거점대학 자퇴자 현황'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지역거점 대학의 자퇴자 숫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제주대의 경우도 진학 및 편입학을 사유로 자퇴한 학생 수는 2013년 232명에 그쳤지만, 2014년 248명, 2015년 254명, 2016년 301명, 2017년 287명, 2018년 350명, 2019년 335명으로, 해마다 자퇴자 수가 수십명 씩 늘어났다. 도내 많은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하기 위해 재수나 반수를 택하며 빚어진 결과다.

다만, 이 같은 위기가 단순히 학령 인구의 감소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안팎으로 나온다. 냉혹한 대내외적 평가에 따른 자성의 목소리다.

대학 내 모 관계자는 "학령 인구가 감소한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는 현상이지만, 대학이 이전에 비해 상당히 해이해진 것도 사실이다. 올해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수십건의 지적사항이 발생하는 등 올해로 3년째를 맞게 되는 대학 평가 결과에 상당히 예민하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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