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전문가 칼럼] (5) 카본프리 아일랜드, 제주처럼 하면 안되는 이유 /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이사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라 우리의 일상과 삶이 위드(with)코로나와 포스트(post)코로나 시대로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2021년 새해를 맞아 코로나19 펜데믹 이후의 미래를 준비하는 각 분야 석학과 전문가 목소리를 싣는 신년기획 전문가 칼럼을 마련했습니다. / 편집자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이사

15년 전 마라도 여행을 했다. 여행객들이 떠난 밤, 섬을 걸어서 30분 만에 한 바퀴 돌고 나니 100여 명이 사는 공간의 한계가 느껴졌다. 생태용량의 한계가 명확한 섬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것에 대해 경험할 수 있어 신기했고, 고마웠다. 

2008년 다시 마라도를 찾았을 때는 골프카트 천지였다. 관광업이 수송업으로 바뀐 마냥 장사가 잘되었는데, 전력생산을 위해 태양광과 디젤발전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갔다. 태양광자립섬 마라도는 잊혔고, 2014년까지 마라도는 골프카트로 몸살을 앓았다. 마라도는 태양광 설치만큼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가, 수요관리를 어떻게 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일 년 전 이맘때를 떠올려보면 2020년 우리가 코로나 19와 경제난, 기후위기를 그토록 처절하게 겪을 줄 상상조차 못 했었다. 그만큼 우리가 뿜어댄 온실가스와 환경파괴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과학자들의 권고를 받아들여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국가가 늘어났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 1위 국가 중국이 2060년을, 일본, 미국, 한국, EU는 205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탄소중립은 대기 중에 온실가스를 추가로 배출하지 않는 것으로 석유, 석탄, 가스와 같은 화석에너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에너지만이 아니라 대량생산-소비-폐기를 기반으로 돌아가는 경제시스템을 완전히 바꿔야 실현할 수 있는 도전적인 목표이다. 

일찍이 제주도는 2012년 ‘카본프리 아일랜드 2030’ 비전을 선포하고, 세계자연보전총회 개최에 맞춰 가파도를 에너지자립섬으로 만든다고 발표했다. 섬이라는 공간에서 재생에너지로 ‘자립’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누가 보기에도 이야깃거리가 된다. 그래서인지 탄소중립과 그린 뉴딜이 화두로 떠오른 시대에 제주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보도자료를 뿌리고 홍보했던 그 많던 에너지자립섬은 정말 자립했을까? 카본프리 아일랜드에서 온실가스는 얼마나 줄어들었을까? 제주도는 생태계는 잘 보전되고 있고, 도민들은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제주의소리
2020년 우리는 코로나 19와 경제난, 기후위기를 처절하게 겪었다. 그만큼 우리가 뿜어댄 온실가스와 환경파괴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탄소중립과 그린 뉴딜이 화두로 떠오른 시대 주목받는 제주도가 2021년 진짜 '카본프리 아일랜드'를 시작하는 한 해로 만들어가길 기대한다.ⓒ제주의소리

재생에너지 생산량으로 보면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으뜸이다. 전력설비의 37.5%가 재생에너지발전이고, 전력을 생산 비중도 14.4%이다. 우리나라 전체 6.5%의 두 배가 넘는데 풍력과 태양광 덕분이다. 문제는 최종에너지 소비도 늘었다는 점이다. 2005년~2017년 제주의 최종에너지 소비 연평균 증가율은 3.5%였다. 2012년 3,865GWh였던 제주도의 전력소비량은 2018년 5,273GWh로 73%나 늘어났다. 전력소비가 이렇게 늘어나면 재생에너지로 자립하는 목표는 점점 멀어진다.

제주도는 서울시에 이어 전기차 보급 2위다. 전기차는 2만 대를 넘었고, 전체 자동차의 5%를 넘어섰다. 여기서도 전기차도 늘고, 승용차도 늘어났다. 2010년 25만794대였던 차량 대수는 2020년 11월 기준 39만4261대(역외세원차량제외)로 늘었다. 2000년~2017년 제주도 연평균 자동차대 수 증가율은 6.4%로 전국 3.5%의 두 배에 달하는 증가율을 보였다. 그나마 최근 제주도가 차고지증명제, 렌트카 총량제, 대중교통개편을 하면서 자동차 증가율이 둔화하고 있다.

2015년 제주특별자치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369만5천 톤이다. 2018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에 따르면 제주도의 배출량 증가율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030년까지 277만9천 톤으로 줄이는 것인데, 카본프리 아일랜드의 목표로는 초라하다. 그리고 카본프리를 표방한 제주도의 온실가스배출 통계 정보를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 

지난 10여 년간 펼쳐진 카본프리 아일랜드 정책이 주는 교훈은 제주도처럼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통계와 자료를 조금만 찾아보면 카본프리 아일랜드의 실상이 드러나는 상황이다. 재생에너지 와 전기차 보급도 중요하지만, 보조금을 통해 설비만 늘리는 것으로는 안된다. 제주공동체 공통의 목표설정과 산업, 교통, 건축, 폐기물, 생활 전반에서 수요관리와 효율화, 에너지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에너지 효율화와 수요관리 정책을 간과하고, 보조금을 통한 설비 보급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렇기에 제주도가 지금이라도 카본프리 아일랜드 정책의 성공과 실패를 분석하고, 새로운 경로를 설정하는 것은 한국사회에 의미있는 일이 될 수 있다. 10년 전 녹색성장의 실패를 경험했기에, 이제 우리 사회도 녹색인지 아닌지, 하는 척 포장인지 아닌지 정도는 분별할 수 있다. 제주도는 2021년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세계환경중심도시’를 목표로 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유치에 나선다고 밝혔다. 제주도의 카본프리 아일랜드가 세계에 모범이 될지, 그린워싱으로 비판받을지는 2021년을 어떻게 준비하는가에 달려있다. 

먼저 제주도의 생태용량을 초과하는 일을 개발계획을 멈춰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제주 제2공항이다. 탄소중립을 표방한 제주도에서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고 생태용량의 한계를 넘어설 것이 분명한 공항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맥락이 전혀 맞지 않는 일이다. 그 어떤 친환경 선언도 무색하게 만들어버린다. 

카본프리 아일랜드는 온실가스 감축을 중심으로 성과를 관리하고 평가해야 한다. 제주도에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과 연계해 그린 뉴딜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관광산업으로 인한 물·전기 사용량, 쓰레기와 하수 발생 등 모든 것이 차고 넘치고 있다. 관광산업의 녹색화가 가장 시급하다. 숙박과 교통 전반의 전환대책이 필요하다. 

제주도의 재생에너지 갈등을 포함한 에너지전환은 도민들과 함께 풀어갈 문제이다. 제주도가 ‘풍력자원 공유화기금’ 제도를 마련하고, 지역의 에너지 공기업인 ‘제주에너지공사’가 풍력발전을 추진하는 것은 중요한 성과이다. 도민들이 참여해서 에너지협동조합과 에너지자립마을 만들고, 도민참여정책단을 통해 함께 탄소중립을 표함한 기후변화 종합 계획을 수립하자. 도민들이 탄소중립 목표를 받아들이고, 함께 할 때 비로소 계획은 추진력과 실행력을 갖게 된다. 

제주도에 살지도 않은 이가 정초부터 쓴소리하는 것이 죄송하다. 다만 2021년, 제주도가 생태계의 건강함을 지키면서 도민들의 삶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제주도가 환경을 더는 파괴하지 않고, 메시지만 떠다니는 거짓말이 아니라 참말을 하는 정책을 펼치길 소원한다. 우리는 기후위기로 인한 지구의 한계를 몸으로 체감하는 세대, 제주도는 생태용량의 경계에 도달한 섬. 그 어떤 때보다 시급한 행동이 필요한 때이다. 2021년은 제주도가 진짜 ‘카본프리 아일랜드’를 시작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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