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제주의 공립 예술 공간을 말하다] ② 관객-창작자 위한 운영 기준 세워가야

제주 예술계에서 ‘공립 예술 공간’의 위상은 변함없이 높다. 하지만 진정 예술 현장과 도민 관객을 위한 공간인지, 선명한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는 여전히 물음표가 앞선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는 제주지역 공립 예술 공간의 운영 상황과 문제점, 개선안을 제주문예회관, 제주아트센터, 서귀포예술의전당 중심으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제주아트센터 운영 기준에는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제주아트센터 설치 및 운영 조례’ 제7조의 1항 ‘사용료의 특례 및 감면’이다.

흥행을 목적으로 하는 공연의 기본시설 및 부대시설 사용료는 부가가치세를 공제한 당해 입장수입 총액의 100분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사용료로 징수한다. 다만, 그 금액이 제6조제2항에 따른 사용료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제6조제2항의 규정에 따른 금액을 징수한다.

상업 공연의 경우 기본 사용료와는 별개로 전체 입장 수입의 10%를 추가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시설을 이용하는 비용 뿐만 아니라, 수입의 일부를 떼서 내야하는 다소 의아한 규정이다. 제주문예회관,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제주아트센터의 이 같은 특례는 민망하게도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제도 개선 의결서 ‘공공 문화시설 대관 투명성 제고’에 대표 사례로 포함된 바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수익배분 관점에서 대관자 판매수익 일부를 추가 징수하는 특례 규정을 폐지해 부당수익과 유착비리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면서 “대관 사용료를 관람물 판매수익의 일정 비율로 정하는 규정, 대관 기간별로 사용료를 할증 적용하는 규정 등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해당 내용의 예시로 제주아트센터를 소개했다. 여기서 설명하는 '유착비리 요인'은 제주아트센터에 해당한다는 의미보다는, 규정 자체가 가진 가능성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제도개선 의결서 '공공 문화시설 대관 투명성 제고' 가운데 한 부분. 출처=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

이와 관련해 제주아트센터 대관 담당자는 “해당 규정이 속한 이유는 상업 공연의 지나친 수익화에 대응하는 성격이라고 본다. 앞으로 타 지역 사례를 참고·비교해 개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제주도민들은 더 다양한 예술 향유를 위해서 필연적으로 타 지역을 찾아야 한다. 뮤지컬, 연극, 오페라 같은 보다 즐길 거리가 많은 콘텐츠를 찾는 수요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추가 사용료 지급 규정은 자칫 양질의 공연, 도민들이 선호하는 공연 기회를 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우려할 만 한 상업성은 대관 허가 단계에서 먼저 판단한다.

물론 추가 사용료 규정은 비단 제주아트센터 만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타 지역과 비교하면 이 문제를 포함해 운영에서 한층 더 경직된 모습이 보인다.

지난해 11월 기준 제주시 인구는 49만2100명이다. 같은 기간 의정부시는 46만400명으로 엇비슷한 수준이다. 제주아트센터 객석수는 1184석, 의정부예술의전당 대극장은 1025석이다. 둘 다 1000석이 넘어가는 대형 극장이다. 그러나 의정부예술의전당은 추가 사용료 부가 없이 수익성이 높은 대중 콘서트나 흥행성 공연 대관에 대해 기본 시설 사용료의 200%를 징수한다는 규정만 두고 있다. 

인구 53만4343명의 평택시는 남부·북부·서부문화예술회관을 운영한다. 규모는 각각 606석·631석·768석. 평택시는 문예회관 3곳 모두에 제주아트센터와 유사한 ‘유료관람물의 공연 시 수입 총액의 100분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사용료로 납부’한다는 기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외 이용 기준에서 이용자 부담을 줄인 모습이 보인다. 초과 사용료 가산에 있어 1시간 미만(20%), 1시간 이상(50%), 3시간 이상(100%)으로 세분화했다. 대관 비용은 오전·오후·야간·심야뿐만 아니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사용하는 1일 대관 요금을 다소 가격을 낮춰 마련했다.

제주아트센터는 초과 사용료 기준을 1시간 미만은 50%, 1시간 이상은 시설이용료 전액을 가산한다. 1일 대관 요금도 없다. 뿐만 아니라 ▲1회 시간 이내 2회 공연은 2회 사용료 적용 ▲1회 시간 이내에 원상복구가 안된 경우에는 원상 복구된 시간까지 사용한 것으로 본다 등 세세한 제약까지 뒀다. 여기서 1회 시간은 오전·오후·야간 각각 4시간 씩이다.

제주아트센터 전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아트센터 전경. ⓒ제주의소리 

대구 수성아트피아와 대구문화예술회관 모두 1000석 이상 대극장을 보유하고 있다. 1159석의 수성아트피아는 추가 사용료 규정이 없다. 하지만 1008석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은 제주아트센터와 동일하게 ‘입장수입 총액의 100분의 10’을 징수한다. 수성아트피아는 2007년 개관, 대구문화예술회관은 1990년 개관했다. 2010년 문을 연 제주아트센터의 시설은 최신이지만, 운영은 그에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전국 공립 예술 공간마다 각자의 특성, 사정이 있기에 직접 비교는 다소 무리일지 모른다. 하지만 제주아트센터 설치 및 운영 조례 제10조 ‘사용자의 변상책임’이 지난해 11월 뒤늦게 삭제됐듯, 시대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 행정 중심이 아닌 ‘관객과 예술 창작자 중심’으로 변화하려는 노력은 멈춰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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