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제주의 공립 예술 공간을 말하다] ③ 놀이마당 적극 활용 필요

제주 예술계에서 ‘공립 예술 공간’의 위상은 변함없이 높다. 하지만 진정 예술 현장과 도민 관객을 위한 공간인지, 선명한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는 여전히 물음표가 앞선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는 제주지역 공립 예술 공간의 운영 상황과 문제점, 개선안을 제주문예회관, 제주아트센터, 서귀포예술의전당 중심으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많은 분들이 모르거나 혹은 잊고 있겠지만 제주문예회관에는 야외공연장이 두 곳이나 있다. 정문으로 들어가 곧바로 오른쪽으로 향하면 한 곳, 대극장에서 후문 방향으로 나가서 주차장 왼쪽에 자리 잡은 한 곳.

정식 명칭은 놀이마당이다. 놀이마당은 가운데 사각형 마당을 두고 3면을 계단식 좌석으로 둘러싼 구조다. 하지만 놀이마당은 사실상 공터나 다름없이 방치돼 있다. 후문 놀이마당은 어느새 주차장이 더 익숙한 지경이다.

앞서 말했듯이 놀이마당은 어엿한 제주문예회관이 보유한 공연 시설이다. 규정 상 명시한 공연 대관 대상도 대극장, 소극장 그리고 놀이마당까지 세 가지다. 그러나 활용은 실내 극장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제주문예회관 시설 현황. 11번 두 곳이 야외 공연장 '놀이마당'이다. 출처=제주문예회관 홈페이지.
대관 대상에 놀이마당(붉은 색)이 포함돼 있다. 출처=제주문예회관 홈페이지.

제주문예회관에 따르면 가장 최근 놀이마당 대관은 2019년 10월 풍물굿패 신나락의 ‘놀판굿 신명 세상 쳐드리세’이다. 그해 대관도 풍물굿패가 유일하며 2020년과 2018년은 아예 없다. 2017년은 7월과 9월 두 차례 제주시낭송협회가 대관했다. 2016년은 5월 한국 아동국악교육협회 체험, 12월 제주도의 동아시아 문화도시 행사로 두 차례 빌렸다. 5년 간 5번 대관한 셈이니 공연장이란 존재 이유가 빛바랬다고 봐도 무방하다.

놀이마당이 야외공연장으로서 외면당한 이유는 주민 민원, 부족한 시설, 멀어진 관심 등을 꼽을 수 있다.

한 때 제주문예회관 야외에서 다양한 공연이 열렸다는 소식은 사람들의 기억뿐만 아니라 당시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도로 건너 주민들의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는 등 최근 몇 년 간 야외 공연은 극히 제한된 여건에서 열렸다. 야외 공간 전체를 사용한 제주문예회관 기획 초청 공연 ‘여민락 콘서트’도 2018년에 시작했다. 

후문 놀이마당은 낡은 조명 시설이라도 세워져 있지만, 정문은 그마저도 없다. 다른 실외 공연장이나 실내 공연장에 비해 신경 써야 하는 게 많다는 건 예술인 입장에서 단점이자 부담이다. 이런 이유들이 계속 쌓여 예술인도 문예회관 관리자들도 점차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현재 상황에 이르렀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제주문예회관 야외공연장인 놀이마당.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문예회관 야외공연장인 정문 놀이마당.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문예회관 야외공연장인 놀이마당.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문예회관 야외공연장인 후문 놀이마당.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와 관련해 지난해 취임한 부재호 제주도문화예술진흥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문예회관은 도민들이 더 자주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그렇기 위해 건물 바깥을 지금보다 많이 활용해야 한다. 야외 놀이마당에서 공연이 어떤 식으로 가능할지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조명, 음향 같은 장비를 보완하면 활용도는 크게 높아질 것이다. 물론 부족한 예산 문제가 걸림돌이지만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장비와 예산에 얽매이지 않더라도, 대관할 수 있는 예술 장르의 폭을 넓히고 인지도도 다시 높아진다면 지금보다는 많이 사용되리라 짐작해본다. 놀이마당은 연극, 그 중에서도 마당극에 잘 어울리는 구조다. 큰 소음이 아니라면 음악을 비롯해 퍼포먼스 등 자유로운 공연도 충분히 가능하다.

주민 민원도 예전처럼 민감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제주문예회관 관계자는 “지난 2019년 여민락 콘서트는 야외에서 큰 무대도 세우고 저녁 7시에 시작했는데 민원 전화가 몇 통 온 정도였다. 민원 내용도 심하지 않았다”면서 새삼 달라진 여건을 전했다. 문예회관 옆 신산공원에서는 제주국제관악제 공연, 제주관광공사 야간 조명 축제 등이 열리기도 했다. 물론, 코로나19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돼야 놀이마당 활용 논의도 한층 활발해질 전망이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