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도의회, 안심번호 획득 불발...선거법 가능한 언론사에 요청키로 잠정 합의

원희룡 제주지사와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이 지난 12월11일 도청 기자실에서 제2공항 도민의견수렴 관련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원희룡 제주지사와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이 지난 12월11일 도청 기자실에서 제2공항 도민의견수렴 관련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제주 제2공항 운명을 결정할 여론조사 실시 주체가 제주도와 도의회가 아닌 언론사 주관으로 실시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이상헌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단장과 홍명환 도의원은 4일 오후 2시 도의회에서 여론조사와 관련 실무회의를 갖고 안심번호를 제공받을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에 제주지역 언론사에 제2공항 여론조사 실시를 요청키로 잠정 합의했다.

앞서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지난 12월11일 제2공항 도민의견수렴 방안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키로 합의한 바 있다. 전체 도민 2000명에 대한 찬반 조사를 실시하고, 이와 별도로 성산읍 주민 500명에 대한 조사까지 1월11일까지 실시하기로 했다.

당초 전체 제주도민 여론조사는 2곳 조사기관에서 각각 1000명씩 총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며, 별도 성산읍 주민 500여명을 대상으로한 여론조사도 실시키로 했다. 

하지만 여론조사를 위한 가장 중요한 '안심번호' 발급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제주도와 도의회는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안심번호를 발급받으려고 계획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선거 관련 여론조사가 아니어서 안심번호를 제공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통해 안심번호 발급을 추진하려 했지만 "개인정보 수집목적 범위를 벗어나는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법적 검토가 충분하지 않은채 제2공항 건설 찬반 여론조사 실시 계획을 발표하면서 도민갈등 해소를 위해 선택한 여론조사 방식이 아예 물거품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위기를 자초했다.   

제주 성산읍 온평리 마을을 중심으로 한 제2공항 예정부지 활주로 조감도. 

현행 선거법 상 안심번호를 발급 받으려면 언론사가 여론조사를 실시하거나 정당의 경우 가능하다. 

결국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언론사를 통해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듯 하다. 다만 언론사에 위탁하는 게 아니라 언론사가 주관하는 제2공항 여론조사의 모양새를 요청할 계획이다.

여론조사 위탁이나 직접 의뢰할 경우 제주도에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그럴 경우 당장 '선거법 위반'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언론사 위탁 조사일 경우에도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 

당초 제주도와 도의회는 제2공항 여론조사 비용으로 약 8000만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제주도와 도의회는 이같은 비용 때문에 언론사 1곳에 맡기는 게 아니라 4~5개 언론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비용을 분담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진에서 이처럼 '늪'에 빠진 제2공항 찬반 여론조사를 언론사 주관으로 실시하는 것으로 잠정 합의하면서, 남은 절차는 원희룡 제주지사의 최종 결심과 국토교통부의 수용 여부도 관심 거리다. 

홍명환 의원은 "여론조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안심번호를 획득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유일한 방법이 언론사 주관 제2공항 여론조사"라며 "제주도 최대 현안인 만큼 공익적 차원에서 언론사에서도 수용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제주도에서 원희룡 지사가 최종 재가하면 도와 의회가 언론사 컨소시엄을 통해 제2공항 여론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제주도와 도의회는 여론조사기관을 1월4일 선정하고, 1월11일 여론조사를 완료하기로 했다. 단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 1회에 한해 10일 이내 연장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일단 오는 11일까지 제2공항 여론조사를 완료하는 계획은 무산됐다. 과연 10일 연장시한인 21일까지 언론사 주관 제2공항 여론조사가 실시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