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 반려동물 공존 시대, 제주](2) 끊이지 않는 동물 유기

인간과 동물의 ‘아름다운 동행’. 제주에서도 동물을 인생의 친구로 여기는 반려인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제주도내 반려동물 양육가구가 9만 세대가 넘고, 연관 산업은 팽창하고 있다. 반면 1년에 7000마리가 넘게 유기되는 동물 숫자와, 장묘시설의 부재라는 그늘도 존재한다. 동반·짝의 의미를 담은 반려(伴侶) 동물은 과거 ‘인간이 즐거움을 위해 사육하는 동물’이라는 의미의 애완(愛玩) 동물로 불렸다. 그러나 이제 동물은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반자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았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신년을 맞아 다섯 차례에 걸쳐 제주 반려동물 문화의 현주소와 과제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제주특별자치도 동물보호센터에서 만난 동물들. 센터는 유기·유실 동물들을 보호하고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는 역할을 맡는다. ⓒ제주의소리
제주특별자치도 동물보호센터에서 만난 동물들. 센터는 유기·유실 동물들을 보호하고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는 역할을 맡는다. ⓒ제주의소리

가족을 잃은 동물마다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다. 한 고양이는 케이지에 갇힌 채 오름에서 발견됐다. 어떤 강아지는 등록된 주인이 있음에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함께 살던 강아지가 새끼를 낳았는데 분양이 잘 안된다는 하소연, 이사를 하게 됐는데 새 아파트에서는 개를 키울 수 없게 됐다는 이야기와 함께 대신 맡아주면 안되냐는 전화가 온다.

제주시 용강동에 위치한 제주특별자치도 동물보호센터가 겪는 일상이다.

반려동물 관련 TV방송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이들 프로그램은 반려동물이 문제가 아니라 보호자의 ‘무지’나 ‘과보호’가 반려동물 이상행동의 원인임을 일깨워준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보호자가 지켜야 할 예의인 펫티켓이 자주 강조된다. 결국 세상에 나쁜 반려동물은 없다. 반려동물을 키우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쉽게 내다 버리는 것은 분명 반려동물을 존중하지 않는, 생명을 경시하는 행위다. 

2020년 한 해 제주에서 유기된 동물은 7047마리에 이른다. △2016년 3027마리 △2017년 5828마리 △2018년 7979마리 등 계속 증가하다가 △2019년 8111마리를 기록한 뒤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상당한 규모다.

보호센터에 들어온 동물들은 질병과 부상 여부 등을 검사받은 뒤 예방접종, 처치나 수술 등을 받게 된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 등을 통해 해당 동물에 대한 공고를 한 뒤 최소 10일 이상 보호한다. 최소 2회 공고를 하면서 가족을 찾거나 입양을 성사시키려 노력한다. 그러나 이후에도 원래 가족을 찾지 못하거나 입양되지 못하면 부득이 인도적 처리를 해야한다. 안락사다.

작년 제주도 동물보호센터에서 안락사된 개와 고양이는 4076마리에 이른다. 입소 동물 중 57.8%에 해당하는 수치다. 입소 동물 중 가족에게 반환되는 비율은 5.2%, 분양에 성공하는 경우는 15.5%에 그쳤다.

제주특별자치도 동물보호센터에서 만난 동물들. 센터는 유기·유실 동물들을 보호하고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는 역할을 맡는다. ⓒ제주의소리
제주특별자치도 동물보호센터에서 만난 동물들. 센터는 유기·유실 동물들을 보호하고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는 역할을 맡는다. ⓒ제주의소리
제주특별자치도 동물보호센터에서 만난 동물들. 센터는 유기·유실 동물들을 보호하고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는 역할을 맡는다. ⓒ제주의소리
제주특별자치도 동물보호센터에서 만난 동물들. 센터는 유기·유실 동물들을 보호하고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는 역할을 맡는다. ⓒ제주의소리

입소된 동물들의 적정 보호를 위한 1일 수용규모는 300마리 정도. 그러나 유기동물이 쏟아지는 탓에 최대 500마리까지 수용하고 있다. 3명의 수의사를 포함해 전체 15명의 직원의 모든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유기동물이 급증하면서 한계에 부딪치자 제주도는 제2동물보호센터와 공설장묘시설이 결합한 반려동물 복지문화센터를 조성할 계획이었나, 후보지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쳐 절차가 중단됐다. 2019년 전국 안락사율 1위(55%)라는 불명예를 안았지만, 추가 보호시설 건립이 난항인만큼 당분간 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제주도는 반려동물의 유기유실을 줄이고 보호자의 책임의식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동물등록에 필요한 내장형 칩과 수수료를 무료 지원하고 있다. 2020년 11월 기준 3만9250마리가 등록됐는데 전체에 4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반려동물 등록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대한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적발이 쉽지 않다. 양육과정에서 어려움이 생기면 유기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고진아 제주도 동물위생시험소 동물보호팀장은 “생명을 키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가족 구성원들과 합의를 하고 책임질 수 있을 때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해야 한다”며 “제주의 경우 마당에서 키우는 반려견이 새끼를 많이 낳고 이들이 새로운 가족을 찾지 못해 버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모든 아이들을 책임질 수 없다면 중성화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호소 벽면에는 입소 동물들의 구조 일시와 장소, 종 등이 기록된 프로필이 붙여져 있다.  ⓒ제주의소리
보호소 벽면에는 입소 동물들의 구조 일시와 장소, 종 등이 기록된 프로필이 붙여져 있다. ⓒ제주의소리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곳곳이 위험투성이다. 지난 주말 제주시 한경면의 한 도로에서 앞다리가 덫에 끼인 개가 발견됐다. 다행히 지나가던 행인의 신고로 119가 출동해 구조됐다. 산책 중 가족을 잃어버리거나 부상을 입고 구조된 동물들도 제주도 동물보호센터로 실려온다. ⓒ 제주의소리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곳곳이 위험투성이다. 지난 2일 제주시 한경면의 한 도로에서 앞다리가 야생동물 불법사냥용 덫에 끼인 개가 발견됐다. 다행히 지나가던 행인의 신고로 119가 출동해 구조됐다. 산책 중 가족을 잃어버리거나 부상을 입고 구조된 동물들도 제주도 동물보호센터로 실려온다. ⓒ 제주의소리

 

[인터뷰] 제주특별자치도 동물위생시험소 고진아 동물보호팀장

- 제주도 동물보호센터의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출근 후 밤 사이 아픈 아이는 없는지 배변상태를 체크하고 진료한다.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는 입양을 원하는 일반인들에게 개방한다.(제주형 사회적거리두기에 따라 17일까지는 중단된 상태) 보통 이 시간대 이후 구조된 동물들이 들어온다. 이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예방접종 뒤 보호에 들어간다. 그리고 다음 날 인터넷에 유기동물 공고를 등록한다.

- 수용량이 한계에 부딪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안다

적정보호관리수 대비 입소되는 유기동물이 워낙 많다. 새로운 원래 가족 또는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려 노력하고 있지만 불가피하게 여기서 생을 마감하는 동물들이 많다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 가슴 아팠던 사례가 있다면

보호센터에 들어오는 동물들이 다 저마다의 사연이 있을 것인데 다 알 수는 없다. 새끼를 많아 낳았는데 분양이 안되거나, 이사를 가게됐는데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하게 됐다며 저희한테 받아달라고 전화를 주시는 분들이 있다. 그럴 때 많이 속상하다. 동물들 입장에서는 가족이 갑자기 자신들을 버리는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저희가 희망자에게 입양을 보낼 때도 ‘이 아이들은 한 번 상처가 있는 애들이고, 병원비가 많이 들 수도 있다. 그러니 신중하게 생각하고 데려가야 한다’고 말씀드린다.

- 보람있는 경험도 있었을 것 같다

보호센터에서 치료를 하고 분양을 보내서 가족들과 행복하게 사는 게 가장 기쁜 일이다. 한 가족이 강아지를 분양받고 몇 년 뒤 ‘이 아이 덕분에 가족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 우리 가족의 품에 오기까지 잘 보살펴주셔서 감사하다’는 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 그때 정말 보람을 느꼈다.

한 아이는 교통사고로 양쪽 눈을 제거할 수 밖에 없었는데, 최근 해외입양을 가서 잘 지낸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말 뿌듯했다.

- 어리고 작은 강아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전화로 그런 문의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럼 솔직히 말씀드린다. “예쁜 애들은 많은데, 선생님들이 원하시는 말티즈나 푸들은 없습니다. 버려지지 않기 때문입니다”라고. 대신 “마당에서 키우는 믹스견들도 있는데, 정말 예쁜 아이들이 많다. 한 번 직접 보러오셔서 결정을 하세요”라고 말씀을 드린다.

- 동물보호팀장으로서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직 동물등록을 하지 않는 분들이 많다. 강아지를 잃어버렸을 때 동물등록이 안돼있으면 찾기가 정말 힘들다. 확인할 방법이 없다. 꼭 동물등록을 하셨으면 한다. (제주도에서는 내년 말까지 동물등록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제주의 경우 유기견의 대부분이 믹스견이라는 특징이 있다. 주로 마당에서 키우다가 중성화 수술이 안되는 상태에서 새끼들을 많이 낳게되는 경우다. 그 아이들이 새로운 가족을 만나지 못하면 버려지게 된다. 이 모든 아이들을 책임질 수 없을 거라면 꼭 중성화수술을 했으면 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새로운 가족이 왔을 때 사고를 칠 수도 있고, 다쳐서 병원비가 많이 나올 수도 있다. 생명을 키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생명을 다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이 드셨을 때, 가족들과 모두 합의를 하고나서 그 생명을 가족으로 맞이하면 좋겠다.

* 기획 기사 3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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