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위기의 상아탑 제주대학교] ③ 교육개혁-시스템 개선 필수...경쟁력 강화 관건

지역거점 국립대학교로서 제주를 이끌어 갈 우수한 인재를 양성해야 할 제주대학교가 안팎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학령 인구 감소라는 전국적인 흐름으로 치부하기에는 지표상으로 드러난 경쟁력 저하의 추세가 예사롭지 않다. 특히 최근 수년간 교수들의 갑질 논란, 성폭력 사건이 숱하게 불거졌다. 무너진 연구윤리와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도민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신년을 맞아 국립 제주대학교를 둘러싼 위기의 현실과 대안을 점검하는 기사를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지난 2018년 이른바 '갑질교수' 파문 당시 제주대학교 본관 정문 앞에 모여든 학생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피켓 뒤 구조물에 적힌 진리, 정의, 창조를 강조하는 대학 이념이 어색하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 2018년 이른바 '갑질교수' 파문 당시 제주대학교 본관 정문 앞에 모여든 학생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피켓 뒤 구조물에 적힌 진리, 정의, 창조를 강조하는 대학 이념이 어색하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대학의 위기는 다가올 미래가 아닌, 이미 현실이 됐다. 대학이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닌,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관문임을 감안하면 지역거점 대학교의 경쟁력은 해당 지역의 최종 보루나 다름 아니다. 제주도와 제주대학교 역시 ‘뗄레야 뗄 수 없는’ 불가원(不可遠)의 관계다.

내외부적으로 대학의 과감한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순 사명감을 부여하는 수준이 아닌, 시스템적으로 지역대학을 살릴 수 있는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0년대에 접어들며 수도권 소재 대학과 지역 대학의 경쟁력 차이가 급격하게 벌어진 것은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학 간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서열화'로 인해 교육격차가 가속화됐다는 분석이다.

가뜩이나 경쟁력 차이를 좁히기 어려운 사회적 구조 속에서 재정 지원 역시 수도권으로 무게가 쏠렸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학생 1인당 재정 지원 규모를 살펴보면 지방거점국공립대 학생의 경우 1인당 평균 2300만원을 지원받는데 반해, 수도권의 경우 1인당 평균 3000만원의 재정을 지원받는다. 회계시스템이 달라 직접 비교는 무리가 있지만, 재정 지원이 가장 풍족한 수도권 모 사립대학의 경우 학생 1인이 4000만원이 넘는 재정을 지원받고 있다. 

교원 1인당 평균 학생수의 비율도 수도권 대학은 6~7명 남짓을 유지하고 있는데 반해, 지역 대학교는 9~10명으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 국립대학 무상교육 본격 논의...가능성은?

이 같은 관점에서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국공립대학의 무상교육의 가능성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에는 지방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관련 토론회가 진행되기도 했다. 요지는 균형발전을 위해 지방인재육성이 선행돼야 하고, 인재들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대비해 지방 국공립대를 무상교육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있다.

국립대학교의 무상교육화는 단순 지역균형발전만이 아닌 기회의 평등 차원에서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배우고 싶은 사람은 누구라도 배울 수 있어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개념을 기반으로 하는 주장이다. 이미 카이스트(KAIST),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등의 성공모델을 갖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무상교육이 요원하다 하더라도 지방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공적부담 원칙이 더 명확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있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초중등교육의 경우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의해 예산을 배정받는데 반해 고등교육은 관련 법이 없어 해마다 예산의 불확실성에 놓여있다. 관련법을 통한 정부의 공적 책임이 부여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우려도 상존한다. 현 지방대학의 시스템에서 재정이 지원된다한들 체질을 개선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뒤따르면서다. 고등교육에서의 무상교육이 학생들의 학습 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고, 각 대학 자생력의 저해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역거점대학교는 곧 지역 고등교육을 선도하는 역할을 맡는 곳이기도 하다. 제주대의 재정 자립 논의는 이후 공영형 사립대를 연구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 도민사회 신뢰 잃은 교수 사회 '자성의 목소리'

어느 곳보다도 구조적 개혁이 절실한 제주대의 경우 도민사회의 신뢰를 저버렸다는 점은 더욱 뼈아픈 대목이다. 지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어도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불미스런 구설에 휩싸인 제주대가 설득력을 지녔냐는 근본적인 문제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대학 내부 구성원들 역시 교육-행정 개혁의 필요성을 절실히 통감했다. 오히려 보다 통렬한 자기반성을 쏟아내기도 했다.

대학 내 핵심 보직을 맡고 있는 A교수는 "무상교육이든 무엇이 됐든 대학이 경쟁력을 갖춘 상황에서 요구한다면 받아들여지지 않을 이유가 있겠나. 학생도, 교원들의 개혁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교수들이 변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교수들이 갑질이며, 성비위며, 각종 입방아에 오르니 같은 교수로서 낯부끄럽고 민망할 따름"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그는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성폭력 예방교육을 한다. 제주대는 이수율도 꽤 좋은 것으로 아는데 결과적으로 무슨 소용이 있었나. 보여주기식 대응 아닌가"라며 "사람 사는 세상이다보니 교수들이라고 별의 별 사람이 없겠냐마는, 적어도 교육자로서 최소한의 양심은 지켜야 한다. 그나마 문제의 교수들이 색출된 것은 다행"이라고 했다.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또 다른 B교수는 "교수들이 연구하지 않는 대학에는 미래가 없다. 굳이 수도권 대학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타 지방대학만 보더라도 주말 밤에도 연구실의 불이 환하게 켜져있다"며 "특정 교수를 거론하기는 그렇지만 주중에도 수업이 없으면 외지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고, 주말에는 골프가 일상인 교수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B교수는 "대학 내 약 600명의 교수 중 학교를 먹여살리는 교수는 50명 남짓 될까말까다. 제주대 교수들의 SCIE나 SCOPUS 등 국제학술지 평균 등재 논문 건수가 0.4편인데, 교수 30여명 정도가 한 해에 4~5편의 논문을 쓴다. 이들이 평균을 올려준다. 반면 제대로 된 논문 한 건도 안쓰는 교수들이 수두룩하다는 뜻이기도 하다"라며 "교수 평가나 승진 기준을 고치는 정도로도 얼마든지 개선이 가능하다. 가능한데 하지 않을 뿐"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 "지역적 특성·자원 살린 특성화 전략 수립해야"

명목상 거점 중심 대학이지만, 제주대에 대한 외부 평가는 박하다. 세계 대학 평가 기관인 QS, THE, ARWU 등이 매긴 순위를 보면 국내 180여개 대학 중 제주대는 대체로 40~50위권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수도권의 명성 높은 대학은 물론, 제주대를 제외한 7곳의 각 지역거점 국립대보다도 평가 순위는 낮다.

대학 내부에서는 최근 교육부 종합감사를 통해 수 많은 비위 사례가 적발되면서 올해 실시되는 3주기 대학 기본역량진단 평가에서는 더 낮은 평가를 받게될 것을 우려하는 기류도 적지 않다.

결국, 미래 비전을 위해 제주대에 지역적 특성을 살린 교육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생명공학 관련 학과를 통합하는 등 특성화 전략을 채택한 전남대, 공학 분야 특성화를 통해 지역 산업 발전전략과 연계해 온 경북대 등의 행보는 눈여겨 볼 사례다.

농수산, 빅데이터, 에너지신산업, 바이오헬스, 인문사회융복합분야 등 4단계 'BK(두뇌한국)21사업'에 선정된 교육연구단은 지역 자원을 살릴 대표적인 소재로 꼽힌다. 연구중심 대학을 위한 체제 개편, 대학원 교육 개선 및 학사 구조 개편, 대학원 국제경쟁력 강화 등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상임회장을 맡고 있는 오홍식 교수는 "의대나 법전원, 수의대 등 국가면허를 요하는 곳을 제외하고는 제주도가 갈 방향과 제주대가 가야 할 방향이 밀접해야 한다. 제주는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무궁무진하다. 단기간에 달성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닌만큼 더 늦지 않게 교육의 혁신과 미래비전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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