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 반려동물 공존 시대, 제주](3) 동물장묘시설 설립 난항

인간과 동물의 ‘아름다운 동행’. 제주에서도 동물을 인생의 친구로 여기는 반려인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제주도내 반려동물 양육가구가 9만 세대가 넘고, 연관 산업은 팽창하고 있다. 반면 1년에 7000마리가 넘게 유기되는 동물 숫자와, 장묘시설의 부재라는 그늘도 존재한다. 동반·짝의 의미를 담은 반려(伴侶) 동물은 과거 ‘인간이 즐거움을 위해 사육하는 동물’이라는 의미의 애완(愛玩) 동물로 불렸다. 그러나 이제 동물은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반자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았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신년을 맞아 다섯 차례에 걸쳐 제주 반려동물 문화의 현주소와 과제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함께 살던 강아지나 고양이 죽으면 어떻게 해야할까? 현재 합법적인 반려동물 사체 처리 방법은 다음 중 하나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기 △동물병원에 위탁해 의료폐기물 처리 △동물장묘시설 이용. 매장은 불법이다.

제주도민이라면 난감해지는 순간이다. 제주에는 동물장묘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2020년 농림축산식품부의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에는 총 44곳의 장묘시설이 존재하지만 제주에는 한 곳도 없다.

장묘업체를 통해 육지부 장묘시설에서 화장을 해야 한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것은 물론이고 사체를 항공기 화물칸에 태워 보내는 방식이 주는 심리적인 부담도 크다.

도내에서 차량에 소각로를 구축한 뒤 화장을 하는 이동식 장묘시설이 운영되고 있지만 이는 불법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필요한 시설과 인력을 갖춘 뒤 시군구에 등록된 동물장묘업자만이 사체를 위탁받아 화장 처리할 수 있다. 작년 제주지역에서는 총 2건의 불법 이동식 화장시설이 적발됐다.

그동안 동물장묘시설에 대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2018년 ‘제주특별자치도 동물보호 복지 및 연관산업 육성방안’ 연구용역 과정에서 508가구를 대상으로 의식조사가 실시됐는데 장묘시설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69%, 불필요하다는 응답이 30%였다. 해당 조사대상 중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가구가 68%였다. 2018년 도지사선거와 2020년 총선에서도 제주지역 다수의 출마자들이 반려동물장묘시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실제 동물장묘시설은 원희룡 도정의 민선 7기 공약 중 하나다. 

제주도가 추진중인 ‘동물복지 5개년 추진계획(2019~2023)’에는 공설동물장묘시설과 제2동물보호센터가 결합된 ‘반려동물 복지문화센터 조성’이 핵심 세부과제로 제시돼 있다. 동물 보호관리 시설과 함께 화장실, 추모시설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2019년 2월 신축부지 지역 공모 절차에 들어갔고, 같은 해 7월에는 제주특별자치도 동물보호 조례를 개정해 관련 시설 설치 마을에 대한 숙원사업 지원 근거도 마련했다. 2020년 3월까지 사업부지를 선정하고 해당 마을과 협약서를 체결한 뒤 2021년부터는 설립 과정을 본격화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후보지 주민들의 반발로 계획은 백지화됐다. 장묘시설을 혐오시설로 보는 부정적인 인식으로 벽에 부딪친 것이다. 원활한 부지 선정 없이는 사업이 언제 정상궤도에 오를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일단 도유지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후보지를 찾고, 만약 없다면 부득이 신규매입을 통해 부지를 선정할 계획”이라며 “동물장묘시설에 대한 시각차가 크다. 필요시설이라고 느끼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주민들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 기획 기사 4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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