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제주의 공립 예술 공간을 말하다] ④ 통합 부서, 위탁, 별도 재단 운영 등

제주 예술계에서 ‘공립 예술 공간’의 위상은 변함없이 높다. 하지만 진정 예술 현장과 도민 관객을 위한 공간인지, 선명한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는 여전히 물음표가 앞선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는 제주지역 공립 예술 공간의 운영 상황과 문제점, 개선안을 제주문예회관, 제주아트센터, 서귀포예술의전당 중심으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긍정적인 공간 운영 효과가 기대되고, 지역주민들의 문화 향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문예회관, 아트센터, 예술의전당’ 통합 운영을 이제라도 추진해야 한다. 사진은 문예회관, 예술의전당, 아트센터.(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의 대표 공립 예술 공간인 제주도문예회관, 제주아트센터, 서귀포예술의전당을 통합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제 오늘 나온 게 아니다.

물론 제주도(문예회관), 제주시(아트센터), 서귀포시(예술의전당)가 각각 맡는 현재 구조를 ‘틀렸다’라고 규정지을 순 없다. 지금도 나름대로 도민들의 문화 향유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전문가들이 지금보다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바라보는 이유는 분명하다. 

통합 운영의 필요성이 드러난 상징적인 사례는 2019년이다. 순차적으로 그해 7월 문예회관은 ‘오페라 춘향전’, 8월 예술의전당은 ‘서귀포오페라페스티벌’, 9월 아트센터는 ‘오페라 카르멘’을 주최 공연했다. 세 곳 모두 오페라를 1년 가장 큰 기획으로 제작한 것이다.

각 공간들이 오페라를 기획했다는 자체를 잘못됐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기악, 성악을 비롯한 다양한 요소들이 완성하는 오페라 예술의 가치는 높이 평가한다. 소수의 기획자와 직원들이 합심해 종합예술을 만든 과정·결과는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각 공간만이 아닌 ‘제주지역 예술’ 전체로 확대해서 판단해보자. 세 곳이 일제히 오페라에 공력, 예산, 관심을 쏟는 모습이 지역 예술 생태계와 도민 문화 향유 관점에서 과연 건강한 흐름일까. 연극, 뮤지컬, 음악 등 다른 예술에 대한 상대적인 소홀함은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마련이다.

2019년 7월 제주도문화예술진흥원이 주최한 오페라 춘향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19년 8월 서귀포예술의전당이 주최한 서귀포오페라페스티벌의 작품 박쥐.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19년 9월 제주아트센터가 주최한 오페라 카르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물론 타 장르에서 오페라만큼의 결과물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존재했을 것이다. 제주대학교를 필두로 '서양 전통 음악' 고등교육기관이 지역에 뿌리를 내려왔고, 공립예술단도 함께 발을 맞추는 상황은 타 예술 분야, 특히 뮤지컬을 포함한 극 예술은 따라가기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도민들은 공립 예술 공간에서 다양한 예술을 관람하길 기대하고, 예술 창작자들 역시 제주 최고 공연장에서 관객과 만나며 역량을 키우길 원한다. 2019년 한 번이라고 치부하기에 현재 문예회관, 아트센터, 예술의전당 운영은 특정 예술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예술 공간 통합 운영의 목소리는 이런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각양각색 예술을 제주사회에서 소개하고, 때로는 집중과 선택에 기반한 기획력으로 핵심 콘텐츠를 육성하는 것은 지금 같은 각자도생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연장을 하나로 묶는 관리 속에 모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코로나19와 세수 감소 등으로 공립 예술 공간마다 기획 예산이 대거 삭감된 올해 상황이나, 단순 공연·전시가 아닌 도민 참여형 예술 교육까지 기대하는 확장된 역할을 고려하면 따로따로가 아닌 통합 체계가 더욱 필요하다. 무엇보다 도립예술단의 장기적인 발전도 통합 체계와 별개로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가지고 있는 관객에 맞게 공연의 편성이 기울어지지 않고 새로운 공연들을 통해 지역에서 보기 힘든 공연들을 제공할 수 있도록 되어야 하며, 다양한 관객층에 맞게 세분화되고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기획 돼야 한다. 
- 제주 문예회관의 역할제고 방안 연구(2011, 고가연 석사학위 논문)

제주도립예술단의 위상에 걸맞은 도 차원의 행정운영체계, 즉 도청 문화정책과 내에 제주도립예술단 행정전담팀 신설은 실질적인 도립화의 구조를 구축하는 것으로 도 차원의 실행력이 동반되지 않으면 실현이 불가능한 부분임. 아울러, 도내 행정전담팀을 만들어감과 동시에 제주도립예술단 운영 예산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권한이 함께 확보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절차와 단계를 밟아나갈 필요가 있음. 
- 제주특별자치도립예술단 활성화 및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용역(2019, 사단법인 문화다움)

# 통합 부서부터 별도 재단 출범까지

전국 광역자치단체, 지자체들은 각자 여건에 맞게 공립 예술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취재 결과, 광역자치단체 기준 공립 예술 공간 운영 방식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별도 재단법인(경기·서울·부산), 재단 위탁(전남·전북), 행정 사업소(경남·인천·대전·광주·울산), 시설관리공단 운영 병행(대구·세종) 등이다. 비교할 만한 공립 예술 공간이 없는 경우(경북·충남·충북·강원)도 있다. 이 가운데 충남과 세종은 보다 전문적인 예술의전당, 아트센터 설립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

제주에서 문예회관, 아트센터, 예술의전당을 통합 운영한다고 가정할 때 참고할 만한 전국 사례는 청주, 창원, 부산 세 곳을 꼽을만 하다.

청주시 공립 예술 공간을 총괄 관리하는 문예운영과(붉은 색). 출처=청주시청 홈페이지.

인구 84만4815명의 청주시는 공립 예술 공간 3곳을 통합 관리하는 부서 ‘문예운영과’를 문화체육관광국 산하에 두고 있다. 문예운영과는 다시 문예운영팀, 문예시설팀으로 나뉘는데 청주시가 운영하는 청주예술의전당(공연·전시), 청주아트홀(공연), 청주문화관(전시)의 기획부터 시설 관리까지 총괄 책임진다.

세 곳 모두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떨어진 별도 공간이지만 운영은 하나의 부서에서 담당한다. 더욱이 교향악단, 합창단, 국악단, 무용단 등을 포함한 시립예술단 관리까지 문예운영과가 도맡는다.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은 1508석, 소공연장은 296석이다. 청주아트홀은 710석이다.

청주시 경우를 제주에 도입할 경우, 조직 개편과 조례 제정 같은 절차만으로 도입 가능해 보인다. 예컨대 제주도청 사업소인 제주도문화예술진흥원이 아트센터와 예술의전당을 흡수해 재정비하는 방식이 자연스럽다.

창원문화재단은 창원시 공립 예술 공간을 총괄 관리하고 있다.(붉은 색). 출처=창원문화재단 홈페이지.

인구 103만6738명의 창원시는 2010년 창원, 마산, 진해를 통합해 창원 통합시로 출범했다. 이에 따라 창원시(성산아트홀), 마산시(3.15아트센터), 진해시(진해문화센터)가 각각 운영하던 공립 예술 공간도 ‘창원문화재단’이 일괄 관리하는 방식으로 2011년 개편됐다. 이후 공간 책임자(관장) 제도, 단일 조직 내 통합 관리 등 변화를 거치면서 지금은 세 공간이 경영수석본부장 아래 별개 본부로 나눠져 있고 각 공간마다 별도 기획·시설 인력을 두는 본부제로 운영 중이다. 창원문화재단은 세 공간에 대해 직원 순환 근무제를 운영 중이다.

창원시 경우를 제주에 도입할 경우, 문예회관·아트센터·예술의전당의 조직·업무·예산을 제주문화예술재단으로 이관하는 절차가 필요해 보인다. 

재단법인 부산문화회관은 문화회관과 시민회관을 운영한다. 출처=부산문화회관 홈페이지.

인구 339만1946명의 부산광역시는 부산시민회관과 부산문화회관을 재단법인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부산시민회관은 1973년 개관해 2004년부터 부산시설공단이 관리해왔다. 부산문화회관은 1988년 일부·1993년 전체 개관했으며 2017년 1월1일 재단법인으로 출범했다. 그리고 두 조직은 2017년 10월1일 ‘재단법인 부산문화회관’으로 통합했다.

부산문화회관의 대극장(1409석), 중극장(777석), 사랑채극장(312석·어린이전용극장), 챔버홀(410석·클래식 전용홀)과 시민회관의 대극장(1606석), 소극장(385석)은 각기 다른 규모-성격에 맞게 통합 관리되고 있다. 교향악단, 국악관현악단, 도립무용단, 합창단, 청소년교향악단, 소년소녀합창단, 극단까지 7개 부산시립예술단은 모두 부산문화회관에 상주해 활동하고 있다.

부산시 경우를 제주에 도입할 경우, 문예회관·아트센터·예술의전당을 포괄하는 재단법인을 출범시켜야 한다. 

세 가지 사례는 각자 장단점이 있겠지만 자율성과 창작 여건을 최우선에 둔다면 부산 같은 별도 재단, 빠른 통합 추진을 중요시하면 청주 같은 행정 개편, 절충안은 창원 같은 재단 위탁이 되겠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19년 문순덕·홍선영 연구자가 발표한 제주연구원의 정책연구 ‘국내 공연장 및 예술단 운영 사례 분석’은 통합·전문 예술 공간의 필요성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연구자들은 서울시 강동구, 경기도 구리시, 부산·대전광역시 사례를 조사했다. 그 결과 “국내 사례조사 결과 시민들의 문화예술 복지 증대를 위해서 공연장의 전문성 강화가 필수이며, 이를 위한 전문인력 영입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특히, 공연기획 전문팀을 구성하고 문화예술교육과 홍보·마케팅 분야의 전문인력을 배치해 공연장 운영 목표를 달성했다. 또한 공공 공연장의 성격에 맞게 무대 전문인력을 확보해 지역민의 문화예술 향휴 기회를 극대화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제주지역 공공 공연장과 예술단 운영이 활성화되고, 제주도민들의 문화예술 향유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대 전문인력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전문 예술 공간의 특성을 인정하고 역할을 보장해주는 제도적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원희룡 제주도정이 내건 문화정책 구호인 문화예술의 섬. 1년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앞두고 말로만 남는 문화예술의 섬이 되지 않으려면 실제로 효과를 낼 수 있는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긍정적인 공간 운영 효과가 기대되고, 지역주민들의 문화 향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문예회관, 아트센터, 예술의전당’ 통합 운영을 이제라도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직급-수당 등을 조정한 지난해 제주도립예술단 운영 기준 개편과 예술단 합동 공연 같은 노력이 향후 더 큰 효과를 거두려면 공간 통합은 더더욱 필요해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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