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제주 송악선언 그 후] ③ 벌써부터 주민반발과 갈등, 소송전도 우려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해 10월25일 '청정제주 송악선언'을 발표했다. 그동안 환경훼손과 경관사유화 논란이 많았던 송악산 유원지, 부영호텔, 오라관광단지, 녹지국제병원, 동물테마파크 등에 대해 개발허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정치적 이벤트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방향은 옳다는 평가도 나왔다. 송악선언이 단순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송악선언 그 후, 제주도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 세차례에 걸쳐 점검해 본다.

 

지난해 11월21일 대정읍 섯알오름 주차장에서 드론 택시 실증행사장에서 원희룡 지사가 타고 있는 관용차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대정읍 주민들
지난해 11월21일 대정읍 섯알오름 주차장에서 드론 택시 실증행사장에서 원희룡 지사가 타고 있는 관용차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대정읍 주민들

#장면1.  11월21일 대정읍 섯알오름 주차장에 방문한 원희룡 제주지사는 주민들의 항의에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제주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띄우는 '무인 드론택시' 실증행사가 파행으로 얼룩졌다.

그 이유는 10월25일 대정읍 송악산 앞에서 원 지사가 이벤트성으로 발표한 '청정제주 송악선언' 때문. 대정읍 주민 20여명이 제주도의 송악산 문화재 지정에 반발하며 원 지사가 탑승한 차량을 가로막으면서 결국 '무인 드론택시 실증행사'는 무산됐다.

#장면2. 지난 5일 중산간 파괴 논란이 있던 신화련금수산장 관광단지 개발사업 중국사업자가 제주도의 자본검증을 문제삼아 '소송'을 제기했다. 제주도를 상대로 '개발사업 시행승인 효력 상실처분 취소 소장'을 접수한 것.

제주도 개발사업심의위원회는 2018년 12월 자기자본 516억과 차입금 253억원 등 총 770억원을 국내 금융기관에 예치하는 조건으로 통과시켰지만 중국 사업자가 예치금을 넣지 못하자, 지난해 9월9일 개발사업 시행승인 효력을 상실시켰다.

이에 반발해 중국 사업자가 제주도의 행정행위인 개발사업 시행승인 효력상실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난개발에 종지부를 찍었다며 야심차게 발표한 '청정제주 송악선언'이 #장면1과 #장면2처럼 주민반발과 소송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은 단순히 우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

제주도는 청정제주 송악선언 후속조치 1호로 송악산 유원지 개발 자체를 막기 위해 아예 문화재 구역으로 지정해 항구적으로 보존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문화재로 지정하면 개발행위 자체를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주변 토지주와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를 감수해야 한다. 반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마디로 원희룡 지사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깜짝쇼' 형식으로 송악선언을 발표함으로써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당장 대정읍이 지역구인 양병우 도의원(무소속)도 '졸속적이고, 실천되지 못할 허상의 발표'라며 반발하고 있다.

양병우 의원은 "대정읍민의 재산권과 직결돼 있는 문제인데 지역주민과 단 한번의 논의도 없이 송악선언이 발표됐다"며 "문화재 지정 대신 대정읍민이 공감할 수 있는 도립공원조성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의원은 2021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제주 서귀포 송악산 문화재 지정 가치조사 연구 용역비'(6000만원) 전액 삭감을 주도했다. 

송악선언을 발표한 지 2달 밖에 안됐지만, 벌써부터 지역주민과 정치권 반발에 한발도 나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지역주민 반발'에 대해 원희룡 지사는 "청정과 공존 자체에 반대하는 분은 단 한분도 못봤다"며 "송악선언의 방향성은 자연경관을 해치는 개발은 엄격히 금지해 경관사유화를 방지하고, 대규모 투자에 대해 자본의 신뢰도와 사업내용의 충실성을 엄격히 심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구체적이고 단계적인 목표점을 제시하면 방향을 넘어 속도와 경로에도 동의를 얻을 수 있다"며 "청정과 공존은 정파적인 것도 아니고 이념적인 것도 아니라 미래를 위한 비전이며 제주가 살아갈 수 있는 활로"라고 강조했다.

원 지사의 '송악선언'이 성공하려면 '지역주민의 설득과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원 지사의 말대로 도정이 차근차근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며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하지만 시작부터 지역주민의 반발과 관련 예산 삭감이 이뤄지면서 문화재 지정은 차일피일 미뤄질 수밖에 없다. 

민선 7기 원희룡 도정이 끝나면 사라져버릴 '깜짝 이벤트'였다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원희룡 지사가 직접 나서서 대정읍 주민과 도의원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송악선언의 후폭풍은 지역주민들의 반발뿐 아니라 해당 사업자들의 소송전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제주도는 5조2000억원를 투자하려는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에 대해 '자금조달계획과 사업내용, 사업수행능력과 지속성 등 합리적 설득이 부족하다며 2월말까지 사업계획을 전면 재수립해서 제출하라고 요구해놓은 상태다.

최후통첩을 한 셈인데 만약 제주도가 사업승인을 취소할 경우 오라단지 사업자 역시 제주도를 상대로 수천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원희룡 지사는 제주지역 난개발에 마침표를 찍겠다고 송악선언을 발표했다. 이는 제주도민뿐 아니라 국민들과의 약속이다. 

도정이 바뀐 후에도 송악선언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제주도가 법과 제도적 정비를 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지속가능한 제주, 청정과 공존이라는 미래비전 가치를 떠받칠 수 있다.  <끝>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