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호의 짧은 글, 긴 생각] 열 한 번째

문재인 대통령이 구랍(舊臘) 12월9일 오후 '세한도'(국보 제180호)를 기증한 미술품 소장가 손창근(91) 옹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평생 수집한 국보·보물급 문화재를 기증한 손창근 옹은 문화훈장 중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세한도는 조선 후기 선비 정신을 담은 문인화의 정수이자, 값을 매길 수 없는 ‘무가지보(無價之寶)’란 평가를 받는다.

‘차가운 세월’을 그렸다는 뜻인 세한도. 1844년 58세의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유배지 제주 대정읍 안성리에서 그린 그림이다. 귀양살이하는 자신을 잊지 않고 중국 연경(燕京·베이징)에서 귀한 책들을 구해다 준 제자 이상적에게 답례로 ‘날이 추워진(歲寒) 뒤에야 소나무 잣나무가 늦도록 지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는 논어(論語)의 글귀와 함께 그려 보냈다. 마른 붓으로 황량한 들판 위 초라한 초가집과 소나무, 잣나무를 거칠게 그려 넣은 세한도엔 김정희의 ‘세한(歲寒)’이 담겼다. 세한은 설 전후 혹독한 추위, 인생의 시련과 고난을 말한다. 

국보 제180호 김정희의 세한도. 출처=오마이뉴스.
국보 제180호 김정희의 세한도. 출처=오마이뉴스.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한 손창근 옹은 “힘든 겨울에도 우뚝 선 세한도의 소나무와 잣나무처럼 우리 모두 이 힘든 코로나의 겨울을 이겨내고 따듯한 봄날을 맞이할 수 있기를 기원 합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절대 고독과 거친 환경, 바람 많은 모슬포의 바람 혼(魂)을 글과 글씨로 환생(幻生)시킨 추사체. 벼루 10개에 구멍이 날 정도로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쳐야 통한다)하고 천개의 붓을 소진(消盡)시킨 각고(刻苦)의 덕(德)이다. 

오늘날 세한도의 이 글귀 ‘날이 추워진(歲寒) 뒤에야 소나무 잣나무가 늦도록 지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추사가 죽고 나서도 영원히 그의 혼(魂)의 기백(氣魄)을 살리는 길은 안성리에 제주 추사연구소를 세우는 것이다. 토지는 이미 오래전 옛 남제주군이 3305.7㎡(약 1000평)를 확보했다고 알려진다. 안성리는 제주 유배인 49명 중 34명이 유배를 온 곳이면서 애경 유지(채구석[蔡龜錫], 1899년, 대정 현감, 아들 채몽인[蔡夢印], 1917년 2월 10일~1970년) 현 제주항공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미래 제주를 먹여 살리는 제주적인 연구로 세계에 내놓아도 부끄러움이 없는 추사풍의 글씨처럼, 이제는 훌륭한 연구를 할 때다. 예를 들어 지구 기후 온난화로 제주감귤이 경남, 전남에 상륙한 지 오래고 5년 후면 충청도와 경기도로 북상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에는 국산 ‘설향(雪香) 딸기’가 감귤시장을 덮어버리고 있다. 제주의 대체 작물은 무엇인가?. 종(種, Species)이 다른 커피와 감귤의 유전자 접목과 커피와 녹차나무의 유전자 접목 등을 2년 전에 시도했는데 그 가능성을 찾았다. 추운 겨울에 버티는 추사의 소나무와 잣나무처럼. 노지재배(露地栽培)가 문제점이다.

제주적인 연구다. 그것이 세계화다. 개인적으로 작년에는 한라산과 오름, 밭담이 어떻게 태풍 바람을 자연 지능적으로 막고 왜 진산(鎭山)이라 부르는지를 분석했다. 이병주의 지리산, 박경리의 토지, 최명희의 혼불 등 지리산 소재 소설은 20여편이다. 제주에서 한라산 관련은 세편의 소설(오성찬, 현길언, 한림화)이 고작이다. 점점 제주적인 것이 사라지고 있다. 얼마나 더 파괴돼야 할 것인가. 답답한 오늘의 현실이다. ‘청정(淸淨)과 상생(相生)’을 ‘청정과 공존’이라고 제주의 높은 사람은 우긴다. 제주사람이 눈뜨고 깨끗한 공기 마시면서 보리밥이라도 먹으면서 살 수 있으면 족하다. 사람이 먼저인 것을! 경북 안동과 전북 부안(반계 유형원), 광주에는 유림 학자들의 연구소가 있고 국가에서 지원을 한다.

사계 용머리 해안이 지난 30년 사이에 12.6cm 이상 바닷물이 올라오는데, 앞으로 바닷물이 제주 섬의 목(Neck)을 더 세계 조여나갈 것이 아닌가. 작년 장마는 6월10일에서 7월28일 간 40일, 태풍은 4건(장미-바비-마이삭-하이선), 세밑 폭설과 57년만의 한파(寒波) 등...기후변화에 대한 위기 연구도 절실하다. 추사가 말한 ‘눈 온뒤 푸른 소나무와 잣나무’를 찾을 때다. 기후 변화에 의한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직후부터 전 세계는 혼란기를 거쳐 과학기술을 넘어 휴머니즘이 새롭게 부각되는 ‘New 르네상스’라는 문명적 대변혁을 맞이하고 있다. 대면화(對面化)에서 비대면화(非對面化)로, 비정상(非正常, Abnormal)이 정상화(正常化Normal)로 되는 세상이다.

이문호 교수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출신 전기통신 기술사(1980)로 일본 동경대 전자과(1990), 전남대 전기과(1984)에서 공학박사를 각각 받고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서 포스트닥(1985) 과정을 밟았다. 이후 캐나다 Concordia대학, 호주 울릉공- RMIT대학, 독일 뮌헨,하노버-아흔대학 등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1970년대는 제주 남양 MBC 송신소장을 역임했고 1980년부터 전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계최초 Jacket 행렬을 발견했다. 2007년 이달의 과학자상,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해동 정보통신 학술대상, 한국통신학회, 대한전자공학회 논문상, 2013년 제주-전북도 문화상(학술)을 수상했고 2015년 국가연구개발 100선선정, 2018년 한국공학교육학회 논문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제주문화의 원형(原型)과 정낭(錠木) 관련 이동통신 DNA코드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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