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희 시인.

서귀포 솔동산문학회(회장 강승원) 동인으로 활동하는 윤영희(62) 씨가 월간 문예사조 1월호(통권 제361호)에서 시 부문 신인 작품상을 수상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당선작은 ▲그뿐이야 ▲불 쏘시갠 줄 알았지 ▲소천지·1 등 세 작품이다.

윤영희 시인은 현재 안덕면 동광마을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당선 소감에서는 “풋잠 속 깨져 버린 날 선 언어의 파편들만 멍한 시선이 머무는 천장을 둥둥 떠다녔다. 허줏굿 올리는 새끼 무당처럼 울렁증의 입덧을 통해 잉태된 시(詩)라는 아이를 안게 됐다. 신인상 당선이라는 소식과 함께 소감을 쓰라시는 연락을 받고 기쁨보다 걱정과 부끄러움이 더 컸다. 글로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아기로서 신기하고, 두렵고 떨린다”고 밝혔다.

이재영·김송배 심사위원은 “자신에게 내재된 정서나 사유가 시적으로 형상화하는 좋은 시법을 현현하고 있어서, 앞으로 가멸찬 노력이 가미된다면 더 좋은 시를 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특히 표현의 흡인력을 높이 평가한다. 시는 독자와 공감할 수 있는 언어의 선택과 묘사가 가장 작품의 핵을 이룬다는 점을 항상 상기하기 바란다”고 시인의 새 출발을 격려했다.

그뿐이야 
윤영희
 

네가 떠난 건 슬프지만
그 순간 새로운 시작이라 생각한다

잘려 나간 상처의 통증처럼
환지통(幻肢痛) 환자처럼
착각의 통증을 느끼는 몸짓으로
다시 뒤돌아보는 것은 
사랑에 대한 예의인지
어리석은 기억에 대한 몸짓인지
낭만과 그리움과 사랑의 추억을
남긴 기억의 동광마을에선

바람도, 안개도, 생각도 싫어진 지금
그 해 겨울엔
내 심장이 팅팅 부풀어 시렸다
아니 심장이 멈췄다

돌아오는 그 겨울 올레에 서 있는
덧난 편린(片鱗)이
두렵다.

불쏘시갠 줄 알았었지
윤영희

밤 사이 비가 몇 차례 뿌리고
추적거리는 불쏘시개로
불 피우지 않았던
모닥불 불구덩이에선
싹이 나고 있었다

저곳이 불구덩인 줄 아는지 모르는지
축축한 재가 남아 있고
그곳에 내가 있으니 싹을 내겠지
재 아래 떨어졌던 꽃씨들
거기 있으리라 상상도 못 했었는데

눈시울이 뜨겁다

너와 나
우리 민초의 질김, 그리고 억세고 강한 삶의 모습이 아닌지
당분간 이 겨울이 와서 널 지치게 하기 전까진
차마
내 손으로 불을 일으키진 못하겠다.

소천지·1
윤영희

추분날 소천지에서 수영하다

움츠렸던 생각도 잠시
천지소 안에 넘실거리는 물결은
날 끌어들이기 충분했고
물 속에 텀벙 몸을 담근 이후는

몸에 닿는 차갑고도 상쾌한 물의 느낌
그 속을 헤집고 다니는 자유로움
햇살이 만들어내는 일렁이고 반짝이는 
바닷속 풍경이 보석을 뿌린 듯하다

온갖 고기들과 유영하고
물 위에 누워 하늘을 보니
또 하나의 바다가 떠 있다

번쩍이며 일렁이는 검은
물 위에 


꽃잎으로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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