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공모, 만덕은 사실상 내년 기약...2회 뮤지컬페스티벌, 예술의전당 공모 주목

[기사 수정=1월 11일 오전 9시 45분]

코로나19로 예술계가 꽁꽁 얼어버린 20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전망은 밝지 않다. 제주 극 예술에서 가장 취약한 뮤지컬 장르는 지난해보다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 역시 눈에 띄면서 기대를 모은다.

지난해 제주도가 야심차게 추진한 ‘브랜드 뮤지컬 대본 공모 사업’ 결과, 이희민·조은이 글을 쓰고 엄다해가 곡을 만든 ‘산호해녀’가 선정됐다. 당선작 상금만 4000만원에 달했지만, 실제 무대를 만날 시기는 다소 늦어질 전망이다. 제주도 문화예술과가 ‘산호해녀’ 후속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서다. 코로나19 대응과 세수 감소, 고정 지출 부담 등 이유로 제주도청은 2021년도 전체 사업에 대해 허리띠를 빠짝 줄인 바 있다. 문화 분야 역시 작품 구입비 같은 재산 확보 비용이 대거 삭감됐고, 공공 예술 공간들의 공연 기획 예산도 직격탄을 맞았는데 산호해녀 역시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 가깝다.

제주도 문화정책과 관계자는 “산호해녀의 후속 제작비는 추경 예산에서 확보할 방침”이라며 “만약 확보하더라도 먼저 쇼케이스 형태로 선보이고 본 공연까지는 장기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지역 극 예술계에서 '여러모로' 화제였던 제주시 창작 뮤지컬 ‘만덕’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제주시도 올해 본 예산에 만덕 제작비뿐만 아니라 연계 사업이었던 뮤지컬 아카데미까지 포함시키지 않았다. 만덕은 지난해 공연도 연습 도중에 확진자가 안에서 발생해 연기 끝에 취소되면서 적어도 2년 이상 공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주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진정된다는 가정 아래 내후년에 다시 공연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행정이 주도가 된 굵직한 뮤지컬 공연 계획들은 잇달아 고배를 마셨지만, 다른 쪽에서는 새로운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건 제주도문화예술진흥원이다. 진흥원은 올해 ‘제주 뮤지컬 페스티벌’의 첫 발을 야심차게 내딛었다. 비록 6월~7월에 세 작품을 초청할 계획에서 12월 두 작품으로 축소되고 비대면으로 전환했지만, 뮤지컬에 목말랐던 도민들의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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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말 처음 열린 제주 뮤지컬 페스티벌 포스터. ⓒ제주의소리

대학로와 전국 순회 공연으로 검증된 ‘비 커밍 맘’, ‘6시 퇴근’을 제주도청 유튜브에서 실시간 중계했는데, 생중계 이후 며칠 간 추가 공개까지 포함해 도합 약 8000건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제주도와 행정시 유튜브에 등록된 비대면 문화 콘텐츠들에 대한 관심을 고려하면 첫 회임에도 고무적인 조회수다.

진흥원은 이런 성과를 이어받아 2021년에는 제주지역 뮤지컬 애호가들이 더욱 관심 가질 만 한 ‘히트작’을 엄선해 계속 소개한다는 방침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많은 분들이 공감하다시피 제주에서 유명 뮤지컬 작품을 만나려면 쉬운 일이 아니다. 코로나19 시대에는 더더욱 어렵게 됐다. 앞으로 제주 뮤지컬 페스티벌을 통해 도민들의 문화 향유를 충족시키겠다. 동시에 제주 창작자들에게도 건강한 긴장감을 불어넣어 주목할 만 한 지역 작품과 함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서귀포예술의전당 역시 뮤지컬 기획에 착수했다. 4.3, 이중섭 등 제주 소재를 다룬 작품들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공들여 정부 공모를 준비하고 있다.

‘손 없는 색시’로 가능성을 인정받은 서귀포관악단 연주자 겸 작곡가 김경택은 제주4.3 창작 뮤지컬 ‘동백꽃 지기 전에’를 추진 중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28일 해당 작품의 낭독 쇼케이스를 가진 바 있다. ‘동백꽃 지기 전에’는 ‘손 없는 색시’ 때처럼 연출 김재한·극본 김지식과 호흡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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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본 공연이 추진되는 4.3 창작 뮤지컬 '동백꽃 지기 전에' 쇼케이스 포스터. ⓒ제주의소리

민간 영역에서도 뮤지컬 창작 시도가 타진되고 있다. 제주시티발레단이 롯데관광개발·(사)제주메세나협회 지원을 받아 지난해 가진 ‘2020 제주뮤지컬쇼케이스-제주컬’이다. 제주 콘텐츠를 뮤지컬로 제작한다는 내용이다. 서울·청주·제주에서 팀을 모아 심사했는데 서울 ‘극단 같이(가치)’가 선택을 받았다. 

서울팀의 ‘더 웨딩’은 결혼에 대한 고민들을 공유하는 두 청년 커플의 이야기다. 젊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노래가 잘 결합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업 취지인 ‘제주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는 단점도 공존한다. 

비록 채택 받지 못했지만 제주팀의 공연 ‘당신:만덕상회’는 새로운 뮤지컬 형식에 시도한다는 실험 정신이 가득하다. 줄거리는 고려시대 목호의 난, 조선시대 만덕, 그리고 격동기 스페인이라는 시공간을 오간다. 무용과 퍼포먼스 중심의 활동을 해온 제주극장이 제작했는데, 작품 내용처럼 동·서양 예술을 넘나드는 구성을 갖췄다. 제주극장 측은 “우리가 흔히 아는 브로드웨이식 뮤지컬이 아닌 새로운 길을 가보려 했다. 기회가 된다면 더욱 갈고 닦아 도민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소 급하게 참여팀을 모으고 진행한 ‘제주컬’은 후원사인 롯데관광개발이 지원하느냐 마냐에 따라 추진 동력이 결정된다. 과연 ‘제주컬’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지, 다시 제주도민들에게 소개될 지는 한 해가 지나갈 동안 두고 볼 일이다.

이밖에 뮤지컬을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발전해온 극단 가람 등 다양한 제주 극단들의 시도 역시 2021년에 선보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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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2월 17일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제주컬 참가 작품에 대한 심사가 열렸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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