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마사지숍, 유흥업소 방문 ‘쉬쉬’ 한숨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 공개 문제는 정답을 찾기 어렵다. 공공의 선과 개인의 권리가 늘 부딪힌다. 지침이니 가이드라인이니 하는 것도 불변의 것이 아니다. 지침 등의 존재 이유는 상황에 맞는 신속하고도 유연한 대처에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초기 확진자의 동선은 투명하게 공개됐다. K방역을 일군 원동력임을 부인할 수 없다. 세계 각국이 찬사를 보냈다. 

학습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였다. 당시 정부가 병원이나 환자들의 동선을 숨기는 바람에 메르스 확산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반작용을 낳았다.

코로나19가 메르스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전파력이 센 것도 동선 공개에 힘을 실었다. 추가 감염을 차단하려면 재빨리 접촉자를 찾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사회 분위기를 지배했다.

그러다보니 엉뚱한 문제가 불거졌다. 확진자는 신상이 털리거나, 사생활이 노출되기 일쑤였다. ‘코로나 낙인’이 찍혀 범죄자 취급을 받기도 했다. 과도하게 피해를 보는 업소도 많아졌다. 

그러자 이번에는 반대 의견이 득세했다. 동선 공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었다. 이것으로 끝날리 만무했다. 풍선효과의 연속이었다. 지자체들의 대처도 다 달랐다. 

한 때 코로나 청정지역이었던 제주의 경우에도 방침이 여러차례 바뀌었다. 매번 여론이 흐름을 좌우했다.  

방역과 지역경제 둘 다 챙겨야 하는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나, 결정적 실수(?)가 있었다. 경남 진주시 이·통장들의 제주 여행 동선 관련이 대표적이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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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장 20여명은 지난해 11월16일부터 18일까지 제주를 여행했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진주시는 경남도의 단체 여행 자제 권고를 무시했다. 더구나 이들은 제주 여행 기간에 유명 관광지는 물론이고 마사지숍, 심지어 유흥업소까지 다녀갔다. 

진주로 돌아간 뒤 사달이 났다. 이틀새 이·통장과 그 가족 등 1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제주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10월말까지 누적 확진자가 60명에 그쳤으나, 11월 이후 무섭게 증가했다. 

경남도가 10일 발표한 감찰 결과에 따르면 진주시 이·통장 관련 확진자는 n차 감염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83명에 달했다. 

문제는 제주도의 대처였다. 19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11월24~25일. 하지만 제주도는 26일까지 진주시 이·통장단의 제주 여행 동선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제주도는 한 방송사가 이·통장단의 제주 여행 일정표를 입수해 26일 보도하자, 이튿날에야 극히 일부 동선만을 뒤늦게 공개했다. 그 기준이 뭔지 알 수 없다. 누가봐도 마지못해 공개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점은 따로 있다. 마사지숍 방문 사실을 숨긴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업소 직원의 잇따른 확진 판정으로 감추기에 급급했던 제주도의 치부가 드러났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경남도 감찰을 통해 일부 이·통장이 유흥업소에 간 사실까지 밝혀졌다. 제주 여행 뒤 두 달 가까이 유흥업소 방문을 쉬쉬했던 셈이다. 

제주도 측의 해명은 아리송하다. 이·통장 제주 ‘연수’ 논란 당시는 ‘제주형 코로나19 확진자 공개지침’이 확립되기 전으로, 접촉자가 많지 않았고, 사적 영역으로 판단했다는 게 골자다. 

일부는 맞다. ‘제주형 지침’은 12월4일 발표됐다. 이 때 유흥주점, 사우나 등이 동선 공개 대상 업소로 명시됐다. 그 전에는 중앙 방역 당국의 지침을 준용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코로나19 초기 제주도는 확진자의 모든 동선을 공개하다가 10월7일부터 중앙의 지침을 따랐다. 중앙의 지침은 동선 공개 최소화에 방점이 찍혔다. 

하지만, 접촉자가 많지 않았다는 설명은 변명 같이 들린다. 제주형 지침상 동선 공개 대상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장소 ▲도민이 우려하는 시설 등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기준이다. 시점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적다는 얘기다. 유흥업소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접촉자를 일일이 파악해 조사했더니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발표만 그 당시에 했으면 될 일이었다. 정 업소의 피해가 우려된다면, 지금은 그 곳이 철저한 방역조치로 안전하다는 정보를 덧붙이면 그만이다. 

사적 영역으로 판단했다니, ‘마사지숍 사태’를 겪고도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방역 지침은 원칙 있고 엄격해야 하지만, 현실 적용에 있어서는 그 너머까지를 바라봐야 한다.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동선은 비밀에 부쳐놓고 확진자가 안나오면 그만이라는 식의 대처는 불장난과 다름없다.

코로나19 방역은 연습이 없다. 대다수 도민이 코로나19가 물러나기만 바라며 생계와 씨름하고 있다. <논설주간 /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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