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왓 칼럼] (23) 고용주에게는 노동자를,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인간적 처우를

편견으로 무장한 이들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여전히 반인권적 발언과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 일들을 우리는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존재 자체로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있어선 안됩니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난민 등 대상은 다르나 일상 곳곳에서 여전히 차별이나 혐오, 폭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인권문제에 천착한 '인권왓 칼럼'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인권활동가들의 현장 목소리를 싣습니다. [편집자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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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 분명하다면 그들과 함께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도는 2020년 3월부터 코로나19로 인하여 국제선 운항이 전면 중단 되었다. 제주시 소재 한 외국인관련 상담센터 직원은 “요즘 제주도에서 불쌍한 사람은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농민이나 고용주”라고 말한다. 1차산업은 물론 일선 사업장에서의 인력부족 현상이 심각한 제주도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실제로, 2018년 12월 발행된 한국이민학회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도 농촌지역에서는 외국인 근로자의 충원율은 26%이고, 이 가운데 등록 외국인은 9.6%, 미등록 외국인은 16.2%로 조사되었다. 한편 국내외인력을 막론한 총 인력 부족률은 12.9% 정도였다. 현재 등록 외국인 노동자가 약 1만명이다. 사계절 농사를 짓는 제주도에는 4만명 정도의 외국인 노동자가 필요한데,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1만명만 허가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국제선이 멈춘 현 상황은 등록이든 미등록이든 간에 제주도의 노동 수급의 한 통로가 완전히 막혀버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다급해진 사람들은 제주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제주지역은 1차 산업 비중이 커서(제주 11%, 전국 2%) 실질 노동력 수요가 매우 큰 편이다. 제주도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등록 외국인 노동자를 3배 더 할당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알려진다. 하지만 성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러한 가운데, 제주 지역의 미등록 외국인 비율이 전국 평균 30%에 비해 두 배인 60%에 달한다. 하지만 제주도 행정부에는 이러한 미등록 외국인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부서조차 없다. 

필자는 제주 지역이 외국인노동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라고 본다. 어찌 되었든 간에 국제적인 교류를 기본적으로 사회의 동력으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 지역의 필요는 이미 등록과 미등록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수용을 고려해야 될 때가 되었다. 그리고 타 지역은 이미 지역의 필요, 즉 노동 수요를 고려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11월 제주MBC에서 제주도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들의 의료실태를 보도하면서 모범사례로 울산시를 취재하였다. 취재에 응한 한 울산시 공무원은 “야생동물이 다쳐도 치료를 해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데,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살고 있는데 어떤 형태든 인도적인 차원에서라도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는 제공해야한다”라고 말했다. 울산시는 2021년부터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 의료비를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이에 비해 제주도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임이 거의 확실해 보이는 데도 합법적이라며 의료관광 수가를 적용하는 등, 외국인노동자들의 처지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는 또한 고용주들의 고용여건도 더 어렵게 만드는 간접 요인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주 사회 일각의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적 인식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우리가 필요하다면 우리는 그들을 적극적으로 초대하고 환대해야 한다. 제도적 수용성을 높이고 보다 인간적인 삶의 환경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필요하면 갖다 쓰고, 다 쓰고 나면 버리는 존재가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울산시와 같은 모범 사례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연말연시 불행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12월 29일 밤, 제주항 앞바다에서 32명민호가 전복됐다는 신고가 제주지방해양경찰청에 접수됐다. 그런데 이 사건의 최초 신고자는 인도네시아 선원과 그가 가진 외국인 선원 네트워크였다. 신고는 부산 선원관리 업체를 통해 부산해양경찰서를 거쳐, 제주해경청에 접수되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사회 네트워크가 있었다면 좀 더 빠르고 직접적인 신고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 이전 12월 20일에는 경기도 포천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숨진 외국인 노동자 역시 사회적 관심과 안전망 없는 상황에서 벌어진 비극적 사건의 주인공이 되어 버렸다. 

제주지역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 분명하다면 그들과 함께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같은 동료 선원으로 동등한 사회적 네트워크가 있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같은 농업에 종사하는 우리 공동체의 일원이라면 그렇게 무관심으로 내버려 둘 수 있었을까? 1970년대 1차 오일쇼크로 인한 불황으로 독일 기업들이 한국인 광부와 간호사를 해고해서 귀국시키려고 했을 때 시민들이 서명운동을 벌여 법을 개정해서 그들이 독일에 남아 계속 살 수 있도록 하였다. 당시 한 인문학자는 “독일이 노동력이 필요해서 외국인 노동자를 수입했는데 사람이 들어왔다”라고 고백했다고 한다. 

단순히 우리 제주지역이 필요하다고 해서 그 필요만으로 사람들을 사용만 할 수는 없다. 우리의 필요가 커지고, 그 상황을 부정할 수 없는 만큼 그 사람들이 이 곳에서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인간적인 삶의 조건을 구성해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우리도 살고 그들도 살 수 있다. 등록과 미등록으로 사람들을 구분 짓고, 외국인에 대한 혐오적 시각을 가진다면 결국 우리에게도 그들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느 누구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가 다 사람답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세상이 풍요로워져야 한다. /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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