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늘어나는 총채벌레 피해…초기·지하부 방제 중요

 제주 레드향, 한라봉 등 만감류 품종의 출하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시설재배 감귤 과실에 피해를 입혀 농가의 막대한 손실을 끼치는 ‘총채벌레’를 잡는 곰팡이가 있어 주목된다.

기온 상승 등 이유로 해마다 개화기와 착색기 감귤에 피해를 주는 총채벌레 발생 시기가 앞당겨지고 밀도가 높아져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총채벌레는 과실을 썩게 하거나 갈변시켜 상품 가치를 떨어뜨리는 등 농가에 경제적 피해를 안겨주는 해충이다. 주로 과실에 달라붙어 윗니로 찔러 상처를 내고 즙을 빨아먹는 방식으로 피해를 준다. 

노지 감귤에는 ‘볼록총채벌레’, 시설재배 만감류에는 ‘꽃노랑총채벌레’ 피해가 주로 발생한다. 볼록총채벌레는 지난 2008년 서귀포시 남원지역 노지 감귤에서 처음 생겼고, 꽃노랑총채벌레는 1990년대 제주에서 처음 발견됐다.

제주도 농업기술원 서귀포농업기술센터는 지난해 보도자료를 통해 1월부터 4월까지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짐에 따라 생존율이 증가하면서 총채벌레에 대한 신속 방제가 필요하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총채벌레로 인한 피해를 입은 과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천혜향, 한라봉, 레드향 잎, 노지감귤. 사진=제주도농업기술원. ⓒ제주의소리

이 같은 상황에서 지하부에 있는 총채벌레 번데기에 달라붙어 성충 발생률을 줄이고 밀도를 낮추는 미생물배양물 균주 ‘보베리아 바시아나(Beauveria bassiana) ERL836’(이하 ERL836)이 나와 주목된다.

전북대학교 김재수 교수 연구팀은 2018년 총채벌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ERL836을 활용한 미생물 균주를 개발했다. 토양 생태계에 있는 곰팡이 가운데 총채벌레에 효과 있는 개체를 찾아 유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ERL836은 해충에 닿으면 균사화를 시작해 번데기 단계에서부터 방제하는 백강균에 속하는 미생물이다. 지하에 있는 번데기를 잡아 부화 개체 수를 줄여 밀도를 낮추고 피해도 줄이는 원리로 작용한다. 김 교수 연구팀은 연구를 통해 대통령 근장포장을 수상하고 개발한 기술을 국내 모 기업에 이전 하기도 했다. 

해당 약제는 미생물을 활용한 덕분에 농약과 같이 내성이 없고, 약제 저항성이 생긴 개체도 방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감귤에 달라붙어 상처를 내 막대한 농가 피해를 입히는 꽃노랑총채벌레. 사진=농업진흥청. ⓒ제주의소리
꽃노랑총채벌레 성충 확대 모습과 꽃에 붙어 있는 무리 모습. 사진=농촌진흥청 농업기술포털 농사로. ⓒNIAST Entomology

총채벌레는 자웅동체인 까닭에 한 마리만 살아남아도 내성을 가진 개체를 만들어내는 데다 봄·가을에는 약 15일, 여름에는 약 7일 정도의 짧은 세대 기간을 가지고 있어 방제 어려움이 따른다. 

도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총채벌레는 초기 발생밀도가 높은 감귤원에 종합살충제보다는 전용 약제를 살포해 밀도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농약에 내성을 갖게 되는 총채벌레 특성상 초기 방제가 중요하다는 것.

농약을 통해 지상부 총채벌레를 방제하더라도 지하부에 살아있는 번데기가 성충이 돼 다시 나타나고, 농약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개체가 내성을 지닌 세대를 만들어냄으로써 기존 농약이 소용없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서 약 1만2200㎡ 규모 가온 하우스 시설을 운영 중인 김숙자(57) 씨는 [제주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총채벌레 피해 때문에 과일이 물집 생기듯 터지고 빨리 썩는다. 선과 과정에서는 상품 가치가 떨어져 판매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총채벌레 피해가 많으면 시설 감귤 전체를 수매할 수 없는 문제도 생긴다. 심한 곳은 전체의 절반 정도가 비상품이 되기도 한다”면서 “한번 총채벌레가 생긴 하우스는 약을 잘 쳐도 계속 생긴다”고 설명했다. 

미생물 약제에 대해서는 “미생물 제제를 뿌리고 난 다음부터는 확실히 (총채벌레가)안 보인다”며 “해마다 총채벌레를 잡기 위해 비싼 농약을 구입할 수밖에 없는데 도에서 이런 것들을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생물배양물 포자 ERL836은 사진과 같이 해충에 침입해 기생하며 탈수증상으로 사멸시킨다. 사진=(주)팜한농. ⓒ제주의소리

이처럼 매번 다른 농약을 구입해야만 하는 농가의 생산비 증가 문제와 총채벌레 피해에 따른 비상품 감귤 증가 문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시도 끝에 미생물배양물 포자 ERL836이 탄생했다.

실질적인 방제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김동순 제주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 생물산업학부 교수는 하례조생 시설재배 감귤원 대상 꽃노랑총채벌레 방제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실험 결과 약제 처리 35일이 지난 시점에서 무처리 대비 53.9% 감소, 42일이 지난 시점에서는 59.5%의 방제 효과를 보였다. 궁천조생 노지 감귤원 대상 약해 시험에선 미생물배양물 특성상 약해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김동순 교수는 [제주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하우스나 비가림 재배는 총채벌레라고 하면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로 피해가 크다. 내성을 가진 탓에 계속 다른 약을 사용해야 하니 생산비도 증가하고 방제도 안 되는 여러 난관에 부딪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토양 단계에서 방제하면 살아남은 개체가 줄어들게 되고, 이에 따라 약제 방제 주기를 줄여 저항성 관리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다”면서 “곰팡이를 통해 지하 개체 밀도를 줄여나가고 지상에선 약제 교호살포를 통해 방제하는 등 이상적인 방제 시스템이 완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설 방충망 구멍을 좁혀 벌레가 못 들어오게 하고 트랩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방제법을 종합적으로 써야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순 제주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 생물산업학부 교수.<br>
김동순 제주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 생물산업학부 교수.

김 교수는 “방제 체계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종합 관리로 갈 수밖에 없다. 제주 감귤 산업이 만감류 소득 증가에 따라 노지에서 비가림, 시설재배로 바뀌고 있는데 이런 것들을 이어가려면 총체벌레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지속가능한 제주 감귤 농업을 위해서는 미생물제를 활용하거나 방제 체계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기술원이나 국가 연구소에서 체계적으로 시설재배 연구를 진행해 완성도를 높일 수 있게 해줬으면 한다”고 피력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