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최근 수년간 동일수법 사기 잇따라 '주의 당부'...용의자 중국 거주 추정 수사 어려움

[기사수정-1월31일 09:00] 제주에서 감귤 농사를 짓고 있는 도민 A씨는 최근 SNS 등을 통해 재배한 감귤을 직접 판매하는 과정에서 큰 화를 당할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지난 11일 A씨는 B씨로 부터 한라봉이나 감귤 130박스를 주문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감귤을 취급하고 있는 A씨는 감귤 판매가 가능하다고 답신했다.

B씨는 유창하게 제주어를 구사하며 거래처 선물용으로 감귤을 대량으로 구입하게 됐다고 설명하며 가격을 구체적으로 물어와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그보단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해 판로가 막혀 고민하던 터에 감귤 130박스 규모의 대량 주문은 A씨로서는 반색할 만한 소식이었다.

판매 상담 과정에서 B씨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자신이 지금 중국에 의료봉사로 나와 있는 중이라 해외카톡으로 연락했고 보이스피싱 그런것 아니다"라면서 당장 입금이 어렵다는 사정도 양해를 구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조건을 더 붙였다. 감귤 130박스를 주문하면서 비트즙도 130박스를 같이 보내야 하는데, 자신이 물건값을 보내기가 여의치 않다보니 A씨에게 비트즙 대금을 대신 지불해줄 수 없냐는 요구였다.

B씨는 미리 비트즙 130박스의 값 390만원을 선결제해주고 물건을 보내주면 인건비까지 계산해서 감귤값까지 한꺼번에 입금해주겠다고 했다. 물론 선결제시 입금자 이름을 주문자 이름으로 해달라는 당부도 했다. 

자신이 제주 출신이라며 이를 증명하기 위한 사업자등록증까지 보내왔다. 보이스피싱이 아니라고 부연하며 보내온 사업자등록증은 서울시 서대문구 소재의 여행사 업체였다. 

B씨가 감귤 대량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보낸 메시지. 사진=제보자 제공
B씨가 감귤 대량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보낸 메시지. 사진=제보자 제공
B씨가 비트즙 금액을 대신 결제해달라고 요구하며 보낸 메시지. 사진=제보자 제공<br>
B씨가 비트즙 금액을 대신 결제해달라고 요구하며 보낸 메시지. 사진=제보자 제공

또 B씨는 대화 과정에서 A씨의 학교 은사와 잘 아는 사이라며 친근감을 표했다. 감귤 한 박스 판매가 아쉬운 상황에서 A씨의 경계를 허물게 한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그러나, 일련의 과정은 3~4년 전부터 제주 감귤 농가를 상대로 성행해 온 사기 범죄 수법과 판박이었다. A씨는 혹시나하는 마음에 B씨가 언급했던 은사와 통화를 했고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라는 답변을 듣고서야 B씨를 의심하게 됐다.

A씨는 함께 보내온 사업자등록증에 소재한 업체에도 연락을 걸어보니, "아무런 관련이 없고, 종종 비슷한 전화를 받는다"는 답변을 들었다.

인터넷 검색 과정에서 유사한 피해를 입은 사례를 확인할 수도 있었다. 돈을 빨리 입금해달라는 B씨를 뒤로 하고 다행히 큰 화를 면하게 됐다.

A씨는 "코로나 시대에 판로도 어려운 상황에서 농가 입장에서는 일단 대량 주문이 들어오면 반가울 수 밖에 없다. 거기다 제주 출신이라며 먼저 다가와서 지인의 이름까지 들먹이다보니 현혹되기 쉽다고 생각했다"며 "큰 화를 면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라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경찰은 지난 2018년부터 이 같은 수법을 악용한 사기 피해 사례를 수합하고 수사를 진행중이다. 이미 피해자만 3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용의자가 중국에 거주하고 있어 소재지를 특정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자신의 신분을 증빙하겠다며 보내온 사업자등록증. 실제 해당 소재지의 사업자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답변했다. 사진=제보자 제공
자신의 신분을 증빙하겠다며 보내온 사업자등록증. 실제 해당 소재지의 사업자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답변했다. 사진=제보자 제공

B씨는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같은 수법의 사기 행각을 버젓이 벌인 셈이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가 외국에 있어 실질적인 검거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무엇보다 피해 예방이 중요한 시점이다. 농수산물을 취급하는 소상공인들을 상대로 예방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매출을 포기해야 하는 상인들의 약한 면을 파고드는 범행 수법"이라며 "미리 돈을 보내달라든가 하는 요구가 있을 때에는 사기일 가능성이 높아 매우 위험하다.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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