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내모는 정책 반대...학부모 1000여명 서명운동"

제주도교육청의 방과후학교 축소·폐강 방침에 대해 일선 학교의 학부모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스스로를 '방과후학교 정상화를 위한 학부모 대책위원회'라고 소개한 학부모들은 14일 오후 3시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방과후학교 무더기 폐강 방침은 우리 아이들을 학교 밖 사교육 시장으로 내모는 결정"이라고 성토했다.

학부모대책위는 2021년 방과후학교 운영 축소·폐강 방침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해 천여명이 넘는 서명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각 학교 운영위원장, 학부모회장을 비롯해 학부모들도 위임장을 작성해 반대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오는 3월 개학에는 방과후학교 수강 신청은 할 수 있으나 수강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전년도는 방과후학교 수강신청을 해도 저학년의 경우 신청자가 많아 추첨으로 겨우 수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올해는 축소·폐강으로 인해 그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맞벌이 가정과 한부모·조부모 가정은 하교 후 학원으로 전부 돌려야 할 실정이고 이에 따른 수많은 사교육비를 감당해야 하는데 엄두가 나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학부모대책위는 "초등학교 고학년인 경우도 학원가로 가서 방과후학교 신청 수가 그리 많지 않아 10명 미만 강좌들이 많이 있다. 단순한 숫자로 10명 미만 강좌들을 폐강하면 신청했던 학생들이 갈 곳을 잃게 된다"며 "제주에서 특기, 적성개발 목적의 학원은 많지도 않고 찾기도 어렵다. 가정경제가 어려운 학부모는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어 "방과후학교가 예산 부족 등으로 제주시권 중심의 19개 학교 90강좌가 무더기로 폐강돼 가고 있다. 폐강되지 않은 나머지 학교는 3월이 되면 또 한번 무더기 폐강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제주시 모 초등학교의 경우 2020년 27개 운영하던 방과후학교 강좌 중 올해는 교육마술, 레고, 로봇교실, 서예, 첼로, 댄스스포츠, 보드게임, 통기타, 방송댄스, 창의수학, 창의역사 등 14개 강좌가 사라지게 됐다.

또 다른 초등학교의 경우 지난해 3000만원이 지원됐던 방과후학교 예산이 1800만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시내권 규모가 큰 학교의 경우 이보다 삭감 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학부모대책위는 "우리 아이들을 공교육 울타리로 더욱 끌어당겨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사유를 만들어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몰고 있다"며 "공교육 안에서 사교육이 실현될 수 있도록 이번 방과후학교 축소·폐강 정책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방과후강사노동조합은 지난해 15일부터 한 달에 걸쳐 방과후학교 축소·폐강 정책에 반대하며 도교육청 정문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