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확인되지 않은 검은 돈 의혹 확산...자금 출처 명확해야 횡령죄 적용 가능

제주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거액의 횡령 의혹사건과 관련해 논란의 불씨가 된 145억원의 출처를 두고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제주경찰청 반부패범죄경제수사대는 4일 랜딩카지노의 운영업체인 람정엔터테인먼트코리아의 고소장을 접수 받아 열흘 넘게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당시 고소장에 명시된 금액은 145억6000만원이다. 한화 5만원권으로 29만1200장이다. 랜딩카지노는 이 돈을 모기업인 랜딩 인터내셔널 디벨롭먼트의 운영자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랜딩카지노 “우리 돈 아니다. 본사가 주인”

랜딩카지노 VIP금고에서 거액의 현금이 사라졌지만 정작 람정엔터테인먼트코리아는 이 돈이 카지노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랜딩카지노의 경우 특정 공간에 VIP용 비밀금고를 운영하고 있다. 145억6000만원은 이 공간 내 3~4개 금고에 분산돼 있었다. 모두 5만원권 100장씩 쌓여 비닐로 둘러진 상태였다.

용의자로 지목된 말레이시아 국적 A(56)씨는 금고관리 지위를 이용해 이중 81억5000만원을 같은 공간 내 금고 2곳으로 옮겼다. 금고주인은 공범으로 의심받는 30대 중국인 에이전트다.

이 금고는 고객과 회사 직원이 각각 소유한 열쇠를 동시에 사용해야 열 수 있는 구조다. 나머지 64억1000만원은 외부로 반출됐다. 이중 40억원은 제주시내 모처에서 추가로 발견됐다. 

의문은 홍콩 모기업의 운영 자금을 왜 제주에 있는 카지노 금고에 보관했는지 여부다. 더욱이 금융기관 예치가 아닌 현금 다발로 21만장을 금고에 넣어뒀는지에 대한 명쾌한 해명이 없다. 

# 랜딩카지노 금고지기 사라진후 대표자 변경 신청

랜딩그룹 총수인 양 회장은 2020년 12월11일부터 중국 증권규제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이에 양 회장은 최상위 지배기업인 랜딩인터내셔널 이사와 총재직에서 사임했다.

성탄절을 전후에 양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A씨가 휴가를 낸 후 잠적했다. 랜딩카지노는 사라진 돈과 함께 A씨가 복귀하지 않자, 12월31일 서귀포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했다.

A씨는 제주신화월드 개장 당시부터 자금 관리를 담당한 핵심 임원으로 알려졌다. 내부 직원들과도 교류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비밀금고에 접근이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A씨에 대한 실종신고 전날 랜딩카지노는 제주도에 대표자 변경 신청을 했다. 현 대표인 린축추(LIN CHEUK CHIC)가 물러나고 한국인을 신임 대표로 선임하는 내용이다.

람정엔터테인먼트코리아는 출범 당시 양 회장이 소유한 그랜드익스프레스(Grand Express Holdings Limited)가 지분 100%를 확보했다. 반면 지금은 양 회장의 지분이 크게 줄었다.

# 145억원 실체 오리무중...횡령죄 성립도 불확실

람정엔터테인먼트코리아는 5일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횡령 혐의를 명시했다. 업무상 보관 관계의 지위가 있으면 5억원 이상의 금액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상 횡령죄가 된다.

문제는 이 돈의 실소유주가 경찰에 의해 특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양 회장의 비자금’, ‘VIP 고객 비자금’ 등 자금 출처를 두고 확인되지 않은 각종 소문이 난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카지노 업장은 VIP 고객을 위해 별도 금고를 운영한다. 업계는 고객의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현금을 보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카지노 게임을 위해 직접 한화를 들고 오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현지에서 게임비를 선 입금하고 제주에서 돈을 찾거나, 미리 약속한 칩으로 교환하는 일명 환치기 방식을 사용한다.

람정측의 고소를 통해 거액의 현금 존재가 공론화 된 만큼 실제 검은 돈이라면 당사자가 이를 스스로 밝혀야 하는 상황이다. 반대의 경우 현금은 오롯이 람정의 금고로 되돌아가야 한다.

제주경찰청 반부패범죄경제수사대는 “고소인은 랜딩카지노(람정엔터테인먼트코리아)지만 향후 권리 관계에 따라서 피해자나 의율 되는 혐의, 공범 여부도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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