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윤서

나의 유리구슬
어여쁜 유리구슬

봄에는 분홍빛을 담고
여름에는 푸른빛을 담는다.

모든 것을 담는
나의 유리구슬

너만 담지 못했다.
아아, 너를 담고 싶어라


희생
김지혜

엄마, 그곳은 너무 깊어요.
이제 더 이상 깊은 곳까지 가지 마세요.

아빠, 그곳은 너무 깊어요.
이제 더 이상 깊은 곳까지 가지 마세요.

엄마, 엄마를 찾을 수 없어요.
아빠, 아빠를 찾을 수 없어요.

어둡고 춥고 험하고 날카로운 곳
어두운 남극 같은 그 바다

더 이상 가지 마세요.
더 이상 갈 필요 없어요.

제주 고산중학교 전교생 33명의 시 작품을 모은 책이 발간됐다.

‘그 어떤 길을 가더라도’(한그루)에 실린 시들은 1학년부터 3학년까지 고산중학교 모든 학생들이 참여한 결과물이다. 특히 ‘나도 시인’이라는 동아리에 소속된 네 명의 학생들은 다양한 제재를 가지고 각각 20여 편이 넘는 시를 창작했다. 다른 학생들도 수행평가의 일환으로 시 창작 활동을 통해 마음 속의 이야기들을 꺼냈다.

출판사 한그루는 “학교 생활과 친구, 가족 이야기에서부터 제주의 자연과 주위의 사물을 통한 감회, 내면의 이야기와 사회 이슈까지, 다양한 글감들이 개성 넘치는 작품으로 탄생했다"며 "무엇보다 사춘기를 통과하는 아이들이 서로 교감하면서 위로받고, 시를 쓰는 동안 자신의 삶을 좀 더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는 데 의미가 깊다”고 평가했다.

지도 겸 편집까지 도맡은 고산중학교 교사 장훈은 “편집할 때 다른 선생님들에게 몇 편 읽어준다. 교무실은 웃음바다가 된다. 해마다 하는 이 작업이 즐겁다”며 행복한 후기를 전했다.

홍남호 고산중학교 교장도 “자구내의 바다, 차귀도, 수월봉, 당산봉, 지질공원, 멀리 보이는 백록담, 사람들, 아이들, 나무들, 집들……. 이런 것들이 순수한 눈동자에 비친 그대로 글을 썼다. 아이들의 시 하나하나 읽다 보면, 순수한 그 마음들이 시집 속을 마구 뛰어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발간사를 남겼다.

264쪽, 한그루,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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