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설문대할망과 ‘연륙의 꿈’
[기고] 설문대할망과 ‘연륙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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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유근 제주아라요양병원장 

제주도의 설화 중 대표적인 것이 설문대할망 설화인데, 그 중에서 지금도 도민들과 연관된 것이 제주도를 육지와 연결하는 것이다. 

조천 앞바다에 보면 띄엄띄엄 돌무더기가 마치 징검다리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있다. 도민들이 육지까지 다리를 놓아 달라고 하니 설문대할망께서 명주 100필을 마련하면 해 주겠다고 하였는데 99필밖에 마련하지 못 해 다리를 놓지 못 했다는 설화다. 

이 설화는 우리 도민들이 뭍 나들이를 좀 더 편안하게 하였으면 하는 염원을 표현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몇 십 톤도 안 되는 배나 테우로 뭍 나들이를 하였으니 조금만 일기가 나빠도 갈 수가 없거나 무리해서 가다가 목숨을 잃는 일이 잦으니 그런 염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경제가 나아지면서 대형여객선이 등장하고, 비행기가 하루에도 수없이 다니니 이 염원이 해결된 것 같으나, 일 년에 몇 차례 태풍이 불거나 안개가 짙게 끼거나 폭우나 폭설이 쏟아지면 육지로 가는 것이 매우 어렵게 되어 다시 이 설화가 떠오르게 된다.

얼마 전에 동서의 장손녀 결혼식이 있었다. 코로나 사태에다 폭설이 겹쳐 결혼식 진행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신랑 신부 모두 미국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어서 30일 휴가를 얻고 귀국하였으나 코로나 사태로 14일간 자가 격리 하게 되었고, 격리해제 후 신부는 비자 갱신하러 서울에 가고, 신랑은 서울에 집이 있어, 결혼식 이틀 전에 사돈 댁 하객들과 함께 내려오기로 되었었다. 

그런데 내려오기로 한 날에 폭설이 내리는 바람에 비행기가 뜰 수가 없어 공항에 발이 묶였다. 이제나 저제나 비행기 뜰 때만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그나마 다행히 결혼식 날 오전에야 올 수가 있었다. 코로나 사태로 결혼식 참석 인원이 50명으로 한정되자 사돈댁에서 20명만 내려오기로 하였고, 신부 쪽에서는 신부의 3촌 이내만 참석하기로 하여 혼주의 삼촌들(신부 입장에서는 4촌이 됨. 이모, 고모 포함)은 한 사람도 참석 못 하는 것으로 예정 되었다. 그러나 사돈댁에서 겨우 4명만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어서 덕택(?)에 혼주의 이모부인 필자도 결혼식에 겨우 참석할 수 있었다.

주례를 맡아주신 모 신부님께서 결혼식 날 예식 시간을 바꾸는 이런 결혼식 주례는 처음이라고 하셨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300회 넘게 주례하고 1000여회의 친척이나 진지의 결혼식에 참석하였으나, 결혼식이 연기되는 경우는 가끔 있었으나 (특히 요즘에) 신랑 신부 사정으로 결혼식 시간이 바뀌는 경우는 볼 수 없었다. 필자가 어렸을 적에는 신랑이 군대에 갔는데 결혼을 하게 되어 휴가를 오는데 태풍이 불어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 했다는 얘기는 가끔 들었었다. 그런데 21세기에 그런 일을 하마터면 당하게 될 줄이야!

또 이런 일도 있었다. 우리가 대학에 다닐 때에는 대학입시가 국가고시라 하여 대학에 들어가려는 학생들은 모두 같은 날 시험을 보고(요즘 수학능력 시험 보듯이), 전국 대학 학과 신입생 수에 맞춰 합격자를 뽑았다. 그런데 필자의 친구는 그 과 차석을 하여 어느 대학이든 합격할 수 있었는데, 대학에 면접 보러가는 배편이 강풍에 끊겨 결국 서울대학교 시험을 볼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제주대학에 수석입학하고 수석 졸업하였지만 두고두고 아쉬운 일이었다.

대학 입학시험이야 대안이라도 있지만 의사국가고시나 사법시험 같이 대안이 없는 경우는 꼬박 1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니 여러 날 일찍 서울로 가야 하는 불편을 겪는다. 결국 연륙의 꿈은 태풍이 불어도, 안개가 끼어도, 폭설이 내려도 갈 수 있는 교통편이 있어야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관광객이 많으니 제2공항을 만들자는 주장이 대두되면서 도민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러나 제2공항이 생겼다고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아니면 해저터널이 대안이 될 수는 없을까?

해저터널은 예전부터 운위되어 왔으나 안전 문제와 공사의 어려움, 그리고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하여 외면되어 왔다. 그러나 과학이 발달하면서 안전이 확보되고 있고 공사비도 많이 줄어 실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제2공항이 건설되면 해저터널을 따로 마련한다는 것은 낭비에 다름 아니고, 해저터널이 건설되면 제2공항을 만들 필요가 없어지지 않을까? 차제에 제2공항과 해저터널 중에서 어느 쪽이 도민들의 염원을 해결하는데 더 적합한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어떤 분들은 해저터널이 생기면 제주의 고유성이 사라진다고 하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기차만 다니게 하면 제2공항이 건설되어 쏟아지는 관광객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 여겨진다. KTX 요금도 비행기 삯과 별반 다르지 않으며, 입도객의 제한은 환경세나 입도세를 신설하는 것으로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탄소 소비를 줄이는 효과는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지금은 제주도의 장래를 결정할 아주 중요한 시점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장차 도민들을 위해 더 좋은 것인가를 도민들께서 심사숙고하여 현명한 판단을 하여 주시기를 기대한다. / 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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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뜻 2021-01-20 23:51:16
환경부장관 “환경부 갈등조정보다 도민 여론조사 결과 우선”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6/0010974787?sid=102 유네스코지정 세계문화유산 성산포 일대 수백만평 짓뭉개는 제주최대환경파괴 총리실산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조차 입지 부적합 판정 내린 절대다수 제주 도민 반대하는 제2공항 철회하라!
121.***.***.5

늙으면 입을 닫으라고 했어! 2021-01-20 10:34:59
늙으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고 했어!
이 말이 뭔 말인지나 알어?
늙으면 할수 있는게 베푸는 일밖에 없다는 얘기야! 입을 닫으라는 얘기는 시류에 따라가지 못한다는 얘기고 고루한 관념이 머릿속에 꽉 차 있어서 남을 훈육해선 안된다는 얘기야! 대우받고 싶으면 관여하지 말고 조용히 지켜보는 관망자가 되라고! 당신 시대는 관념이 세상을 지배했고 지금은 과학이 모든걸 지배하는 시대야! 과학이 뭔지는 알어?
39.***.***.160

도암 2021-01-20 08:09:19
어떻게라도 육지와 연결해야 된다는 말씀이시군요. 제2공항이든 해저터널이든. 중요한 결정을 해야된다고. 기상 때문에 뭍나들이가 힘들다면서.
결론은 개발론자 시군요. 제2공항을 해야된다. 아니면 해저터널을 추진해야된다고...
제주는 섬이라는게 가치입니다. 본인이 살아온 업적을 소중히 간직하십시오. 제주의 미래는 미래를 살아갈 손자들에게 맡겨두십시요. 케케묵은 가치관으로 재주의 미래를 코칭하시면 안됩니다. 책임질수 없기 때문입니다.
39.***.***.137

근유이 2021-01-20 05:58:03
넘처나는 렌트카와 버려진쓰레기, 파괴되는 한라산,오름,올레길.
제주도와,한라산,오름, 그리고 제주사람들--좀 쉬게합시다.
원하시면 병원을 전라도로 옮기세요..
125.***.***.80

제주발전 KTX 2021-01-20 05:53:14
제주해저터널은 육지와 자동차가 아닌 KTX로 연결되기에 식사 렌트 숙박등 필요한 것들을 공급 받는 체류형 관광은 계속 유지되니 제주도는 섬의 특성을 유지한 채 한반도와의 24시간 인적 물적 끊임없는 확대 교류를 통해 부산 버금가는 한반도 종착지이자 출발지로 거듭 날 것이다. 또한 공사비 17조는 사업성과 새로운 미래를 생각 할 때 이제는 충분히 하고도 남는 수준이 니 정부는 적극 검토 계획 실시해 나가야 할 것이다.
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