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아트랩 코지 ‘정령들의 편지’, 예술공간 오이 ‘테왁’

제주에서 활동하는 예술 단체 ‘커뮤니티 아트랩 코지’(대표 민경언, 이하 코지), 예술공간 오이(대표 오상운·전혁준, 이하 오이)가 각각 영상물을 제작해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에 선보였다.

두 단체 모두 지역 안에서 극예술을 진지하게, 또 본인만의 색깔을 가지고 임한다는 공통점과 함께, 이번 작품은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코로나19를 맞아 온라인 미디어에 초점을 맞춘 ‘아트체인지업’ 사업의 일환이다.

출처=유튜브 채널. ⓒ제주의소리
커뮤니티 아트랩 코지의 '정령들의 편지-캄캄2' 가운데 한 장면. 출처=커뮤니티 아트랩 코지 유튜브 채널. ⓒ제주의소리

# 정령들의 편지-캄캄2

‘정령들의 편지-캄캄 시즌2’는 2019년 진행했던 현장 행사 ‘정령들의 시간-캄캄’을 온라인으로 탈바꿈한 작품이다.

캄캄은 침착하다는 뜻의 영단어 ‘Calm’을 연속해서 붙인 말이다. 코지는 이번 영상을 통해 핸드폰 사진 촬영 하나까지 최대한 인위적인 조건을 배제한 채 숲 속에서 자연을 느꼈던 본래 행사 취지를 담으려 했다.

가벼운 차림에 사진기를 들고 휴양림으로 들어가는 한 남자. 어느 순간 낯선 존재들과 마주한다. 바로 숲에 사는 ‘정령(精靈, spirit)’이다. 주름 가득한 노인, 20~30대 젊은 남성들, 산모와 신생아, 중년 여성들, 초등학생 남자 아이, 장애인 등 정령으로 분한 출연진들은 마치 제각각 형태로 숲을 채우는 생명들처럼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사회 구성원이다. 이는 곧 자연과 사회 모두 건강한 다양성 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한 손은 자신의 가슴, 다른 한 손은 상대방과 손바닥을 맞대듯 내미는 정령들. 가지각색 나무들과 교차하며 보여주는 그들의 말 없는 미소는 참으로 평화로워, 오히려 자연 환경의 가치를 가로 세로 면적과 금전으로 평가하는 천박한 시선에 조용히 경종을 울리는 것 같다.

“인간을 포함한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예술적으로 표현한 ‘캄캄’은, 제주의 자연이 소비의 대상이 아닌 존중의 대상이며, 더 나아가 제주의 정령들이 지구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예술 작품이다. 혐오와 이기주의가 덮치는 팬데믹 상황에서, 새해에는 마음과 마음을 열어 세계를 연결하자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 민경언 ‘정령들의 편지-캄캄 시즌2’ 예술감독

숲이 아닌 온라인 영상물로서 ‘정령들의 편지’는 출연진 연기에 뒤따르는 다소 인위적인 감정으로 적응 시간이 필요했다. 다만 재생 시간이 지날수록 홍신자의 낭독과 차분한 음악은 보는 이를 몰입하게 만든다.

남자가 정령과의 조우를 끝내고 돌아서자 흑백 화면은 다시 처음처럼 색이 입혀졌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에서는 신기하게도 마치 짧은 명상을 마치고 난 것처럼 개운함과 묘한 여운이 맴돌았다.


# 테왁

제주 극단 ‘예술공간 오이’가 웹드라마 제작에 나섰다. 바로 ‘테왁’이다. 웹드라마는 말 그대로 인터넷으로 소개하는 드라마다. 기존 TV드라마보다 제작비, 기획 등 여러 면에서 비교할 때 더 가볍고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는 세간의 평가다. 

1월 19일 기준 3부까지 공개된 ‘테왁’은 제주지역 게스트하우스 테왁에서 벌어지는 가족코미디 작품이다. 중심인물은 학교 보다는 물질에 관심 많은 고등학생, 일찍 아내를 떠나보내고 딸을 고등학생까지 홀로 키운 게스트하우스 운영자, 얼마 전 해녀 아내와 사별한 할아버지까지 세 가족 구성원이다. 여기에 게스트하우스에 장기 투숙하는 시인과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지망생, 게스트하우스 사장과 동년배 친구인 해녀들까지… 옥신각신 소소한 삶을 이어가는 와중에 어느 날 정체불명의 중년 여성이 게스트하우스를 찾는다.

“테왁은 해녀들이 사용하는 부력도구입니다. 제주어로 두렁박이라고 하는 해녀들의 ‘필수템’입니다. 또한 테왁은 곧 쉼을 의미합니다. 해녀들의 쉼은 곧 숨입니다. 해녀들이 바다 속 깊이 잠수 하고 나서 수면 위로 올라와 모자란 숨을 채우는 공간이 바로 테왁이기 때문입니다. 쉼 없이 달려가는 현대인들에게 따듯한 위로가 되고 싶습니다.”

- 웹드라마 ‘테왁’ 소개 글

이 작품은 한적한 제주 바다 풍경과 함께 툭툭 던지는 유머가 더해진다. 등장인물 간 그려지는 애정 전선, 일명 ‘러브라인’이 은근하게 깔리고 10분~13분으로 짧게 제작한 분량까지 더해져 부담 없이 시청할 수 있는 웹드라마를 표방한다.

출처=유튜브 채널. ⓒ제주의소리
예술공간 오이의 '테왁' 가운데 한 장면. 출처=예술공간 오이 유튜브 채널.출처=유튜브 채널. ⓒ제주의소리

태생적으로 바다에 끌리는 고등학생 딸과 "저 바다가 해녀로 살았던 할머니, 고모를 전부 데려갔다"며 극도로 바다를 경계하는 아버지 간의 관계는 작품 속 갈등의 핵심이다. 여기에 치매 증상을 연기하는 아버지가 아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왜 하루 종일 바다만 쳐다보는지, 게스트하우스를 찾은 중년 여성의 방문 목적은 무엇인지 여러 이야깃거리가 완전히 회수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3부까지만 공개돼 있어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상황이다.

비록 미완성이지만 ‘테왁’은 이야기가 서서히 짜 맞춰지는 모양새가 그리 어색하지 않고, 각각 인물들이 지닌 개성 역시 나름의 매력을 선사한다. 예술공간 오이 배우들을 기억한다면 익숙한 얼굴을 만나는 반가움도 또 하나의 재미다.

물론 화면 배경이 순식간에 낮에서 밤으로 돌변하고, 영상 순서가 잘못 편집되는 등 눈에 띄는 부분도 있다. 연극과 드라마의 연기 차이 역시 마찬가지. 그러나 다른 장르로의 첫 시도인 만큼 다음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코지와 오이는 제주에서 자신만의 존재감을 간직한 예술 단체들이다.

오이는 고전과 창작을 아우르며 새로운 연극 무대를 위해 늘 고민하는 극단이다. 코지는 연극, 뮤지컬, 음악 등 여러 장르를 섭렵해왔고 제주장애인문화예술센터와 공동 작업을 수 년 동안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온라인 영상’ 작업에 있어 일찌감치 경험을 쌓았다는 것은 코지 만의 장점이다. 공개 당시 제주 문화계에 적잖이 회자됐던 뮤직비디오 ‘2017 이어도사나’를 2017년 12월 선보인 바 있다. 그 뒤로도 오디오북, 공연 영상 같은 콘텐츠를 유튜브 채널에 꾸준히 올려왔다. 

‘정령들의 편지’와 ‘테왁’은 코로나19라는 변화의 파도 앞에 두 단체가 내놓은 결과물이다. 2021년에는 제주 예술계에서 어떤 코로나 대응 창작물을 내놓을지 궁금해진다. 물론 가장 바람직하고 또 원하는 모습은 제약 없이 무대에서 바로 만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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