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世通, 제주 읽기] (188) 한우덕 등 5인, 차이나 인사이트 2021, 올림, 2020.

한우덕 등 5인, 차이나 인사이트 2021, 올림, 2020, 출처=알라딘.

1. 한국인은 중국을 너무 모른다.

소설가 조정래는 2013년 ‘정글만리’라는 3권짜리 중국 비즈니스 관련 소설을 출간했다. 조금 의아했지만 “한국인은 중국을 너무 모른다”는 생각에 지난 20여 년 동안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관련 서적을 탐독했으며, 수차례 현지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자료를 축적했다는 말을 듣고 움칫했다. 소설은 채 5개월이 되기도 전에 누적판매 백만 부를 넘어섰다. 그리고 근 10년이 흘렀다. 그간 사드로 인해 된통 당하고 그 여파에서 아직 벗어난 것 같지 않은데, 과연 우리는 중국을 좀 더 알게 되었나?

'1997년 중국 중앙텔레비전 방송국(CCTV)에서 ‘사랑이 뭐길래’를 방영하면서 급류를 타기 시작한 한류(韓流)가 타이완에 이어 하한주(哈韓族, 한국을 좋아하는 이들의 총칭, 哈은 타이완어로 갈망이나 희망)를 만들어내는가 싶더니 한국이라면 무조건 싫어하는 혐한족(嫌韓族)이 일본에 이어 중국에서도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다. 한어(漢語) 이름을 잘 만들어 인상적이던 이마트(易買得)는 1997년 한국 유통업체 최초로 중국에 진출하여 상품 차별성을 무기로 중국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대도시 위주로 30여 개의 매장을 운영했다. 그러나 2011년 화동(華東) 지역의 6개 지점을 1.25억 위안에 1995년에 창립한 신화도(新華都)라는 복주(福州)의 유통회사에 매각하고, 몇 년 후인 2017년 중국 진출 20년 만에 완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2002년 해외자동차 업계 중에서 가장 늦은 편이기는 하나 중국이 WTO 가입 이후 자동차 생산 분야에서 처음으로 중국에 진출한 현대자동차는 북경자동차투자유한공사(北京汽车投资有限公司, BAIC)와 50대 50으로 합자하여 북경현대(北京現代)를 출시했다. 베이징 시에서 시내택시를 북경현대의 엘란트라(한국의 아반떼)로 교체하면서 특수를 누렸다. 사드 이후 약간의 판매 저조가 있었으나 작년에는 자동차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정비 서비스 만족도 1위를 차지했다. 며칠 전 현대자동차그룹은 해외 첫 번째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기지를 중국 광저우(廣州)에 세운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20%를 오가는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부품으로 특히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끊임없는 혁신으로 세계 수위를 달리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2015년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중국제조 2025’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른바 ‘반도체 굴기’를 선언했다. 그럼 어떻게 되는가?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후발대에게 밀려나는 것일까? 그럼 대장주는 어떻게 되지? 그럼에도 초코파이는 변함없이 잘 팔린다.
뭘까?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여전히 우리는 중국을 모르는 것일까? 

2. 시각과 시야의 문제 

시각은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보거나 파악하는 각도나 입장을 뜻한다. 이에 비해 시야는 눈을 한곳에 고정시킨 상태에서 바라볼 수 있는 범위의 뜻이다. 시각은 주체와 위치에 따라 달라지고, 시야는 좁고 넓음의 차이를 지닌다. 필자는 전공이 중국문학인지라 주로 그 쪽에 치중한다. 하지만 필자 개인의 시각이나 시야만으로 현대 중국을 이해하는 데 부족함을 절감한다. 또한 필자는 정치나 경제 같은 것에 별로 관심이 없다. 하지만 경제에 무심하나 경제적일 수밖에 없고, 정치는 싫어하지만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의 중국이 내가 좋아하는 노장(老莊)의 중국이거나 이백과 두보의 중국과 다르기 때문이자 몇몇 중국 소설에 나오는 기이하고 황당한 사회 실태만으로 중국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중국은 이미 우리가 따라잡기 힘든 정도로 막강한 경제력, 군사력, 정치력, 심지어 문화역량까지 갖춘 대국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중국을 새롭게 알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1992년 한중 수교 이전까지 우리에게 중국은 중화민국이지 ‘중공(중국공산당)’이 아니었다. 중공은 그저 철천지원수일 뿐이었다. 당시 죽의 장막으로 가려진 그곳을 살펴볼 수 있는 학술기관은 한국외대 ‘중국문제연구소’(1972년 설립)와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1974년 설립, 1980년 중소연구소로 개칭) 두 곳 뿐이었다. 홍콩에서 중국서적을 구입할 경우 공산당의 공共이나 마오쩌둥의 마오(毛)자만 들어가도 반입 불가로 판정되어 반송하거나 앞서 말한 연구소로 기증하는 수밖에 없었다. 딱히 연구라고 할 것도 없고, 연구할 필요성도 별로 느끼지 못했으며 제대로 연구할 수도 없던 시절이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중국은 우리의 전략적 파트너로 특히 대외무역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나라가 되었다. 수교 당시 수출대상국 6위였던 중국은 2004년 1위로 올라서면서 최대 교역대상국 자리를 차지했고, 이는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2020년 6월 기준, 중국 관련 수출은 184억 달러, 수입은 189억 달러이다. 수출입 모두 한국 무역의 20% 이상을 차지하여13%인 미국을 크게 앞질렀다. 다시 말해 내수보다 수출이 경제의 근간인 한국이 중국에 목매달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을 제대로 알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의 미래가 바로 중국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더 그러하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 당한다. 당해도 왜 당하는지 모른다. 심지어 당하고 있는지도 모를 수 있다. 게다가 우리는 중국의 혈맹이라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으며, 우리의 혈맹이라는 미국은 중국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지리적으로나 경제, 정치적으로 우리는 샌드위치의 속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시각이자, 또한 시야이다. 

3. 무엇을 볼 것인가?

한국과 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된 지금 수많은 한국인이 중국을, 중국인이 한국을 오가고 있으며, 대림동이나 마포 등지의 한인(漢人)이나 조선족처럼, 신조선족이라고 부르는 중국 거주 한국인들이 중국 대도시 곳곳에서 한국인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수많은 중국 관련 서적이 번역 또는 저술되어 세상에 나왔으며, 여러 대학과 학회에서 심도 있는 논문이나 저작이 출간되고 있다. 특히 2012년 설립된 성대 성균중국연구소의 ‘성균차이나포커스’나 삼성경제연구소(SERI) 북경사무소의 중국 연구원들이 중국의 경제, 경영, 산업 현황을 정리한 보고서 세리차이나 리포트는 매우 중요한 중국 관련 보고서들이다. 또한 중앙일보와 네이버가 공동으로 설립한 중국 전문 콘텐츠 기획 회사의 중국 정보 플랫폼 ‘차이나랩’ 역시 현대 중국을 이해하는 데 좋은 동반자이다. 

이외에도 현대 중국에 관한 보고서 형식의 책이나 플랫폼, 또는 블로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다. 문제는 그것이 한 때의 현상만을 이야기하는 데 그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언제부터인가 중국 특파원들의 현지 상황 보고서 형식의 책들이 줄지어 나왔다. 한 두 해 또는 몇 해에 걸쳐 중국의 실제를 살피고 조사하고 이를 보고서 형식으로 단행본을 출간했다. 특파원 보고서 형식인 셈이다. 이를 통해 우리가 서적이나 논문을 통해 알 수 없는 생생한 기록들을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지닌 유한성이다. 말인 즉 중국 사회의 변화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일정한 기간에 보고 느낀 것만으로 현재성 또는 보편성을 유지하기 힘들게 되었다는 뜻이다. 따라서 가장 최신의 것을 읽지 않을 수 없다. 
오늘 소개할 ‘차이나 인사이트 2021’은 이런 면에서 가장 따끈따끈한 현대 중국 관련 리포트이다. 중앙일보 차이나랩에서 기획하고 대표인 한우덕 외에 여러 사람들이 썼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국의 변화를 읽어 내고, 그 변화에서 어떤 기회를 찾아야 할지는 이제 우리 후대의 삶까지 좌우할 만큼 중요한 사안으로 등장했다.” 

무엇이 우리 후대의 삶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사안인가? 경제다. 비즈니스다. 당연히 이 책은 “중국 비즈니스의 최신 흐름과 트렌드, 치열한 글로벌 경제전쟁의 실상을 파헤치고 우리 경제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한중 비즈니스의 현실과 글로벌 경제전쟁의 실상, 중국 비즈니스의 최신 트렌드를 보여주고, 중국을 심층 분석하며, 중국의 길, 한국의 길을 제시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 여러 가지 실례와 풍부한 데이터, 자세한 수치와 간략한 도표는 물론이고 특히 한중 비즈니스 비교가 장점이다. 비교의 핵심은 당연히 우리를 보는 데 있다.

“많은 이들이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게 문제’라고 말한다. 그러나 거꾸로 일수도 있다. ‘중국 소비 제품 의존도가 높은 게 문제’라는 말이 머지않아 제기될 것이다. 중국 제조업에 의존해야 한다면, 우리 경제는 중국에 대해 아무런 레버리지도 갖지 못한다. 경제가 무너지면 지정학적 역학을 유리하게 끌어갈 수 없다. 중국이 하자는 대로 그냥 해야 한다. 중국 시장에서는 로컬 기업에 밀려 팔 게 없고, 한국 시장은 중국 기업에 내줘야 할 판이라면? 속국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33쪽)

처음부터 발언이 거세다. 하지만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부르는 미래산업에서 중국에 밀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ICT 기술수준조사 보고서’는 “우리 AI 기술이 중국에 뒤지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미국이 100이라면 중국은 88, 한국은 81 수준이다.” 문제는 “4차 산업혁명 영역은 분업을 하고 나눠 먹는 곳이 아니다. 앞선 자가 독식하는 구조이다.”(43쪽) 그렇다면 밀리면 쪽박을 차는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렇듯 필자들의 목소리는 날카롭고 급박하며, 절절하다. 책에서 ‘한국 기술, 이러다 중국에 밟힌다’, ‘한국은 참 쉽다’, ‘한국의 오지랖’ 등 자극적인 소제목을 뽑은 것은 그만큼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무조건 옳다거나 잘 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들의 독특한 경제 운용 방식, 예를 들어 소제목이기도 한 ‘심판이 공도 차는 시스템’이나 ‘중국의 애국 마케팅’, ‘새는 새장을 벗어나지 못한다’ 등은 중국 경제 시스템의 장점이자 또한 단점일 수 있는 부분을 심층 분석한 내용들이다. 예컨대, 중국 경제는 국가자본주의, 자유자본주의, 그리고 정실자본주의(crony capitalism)이 공존하는 체제라는 지적이나 이른바 ‘조롱경제(鳥籠經濟)’라는 표현은 중국 경제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내용들이다. 이는 근자에 알리바바 창업주인 마윈과 관련한 소동을 보면서 새삼 느끼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4.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제 중국은 도광양회(韜光養晦)가 아닌 대국굴기(大國崛起)의 시대를 맞이했다. 세상은 새로운 냉전시기(저자는 이를 ‘헐렁한 냉전’이라고 말했다)로 접어들었고, 우리 한국은 그 사이에 낀 상태가 되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냉정하게 사태를 파악하라(冷靜觀察).” 
“내부 진용을 굳건히 지켜라(穩住陣脚).”
“무겁고 침착하게 응대하라(沈着應付).”(86쪽)

이는 1991년 덩샤오핑이 말한 내용이라고 하는데, 필자는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고자 한다. 

“해야 할 일은 적극적으로 하라(有所作爲).” 

이는 같은 해 8월 겐나디 야나예프(Gennady Yanayev)(당시 소련 부통령)가 고르바초프에 대항하여 정변을 일으켰을 때 덩샤오핑이 당에 지시한 말 가운데 나온다. 

“재능을 감추어 드러내지 말고, 절대로 앞장서지 말 것이며, 해야 할 일은 적극적으로 하라(韜光養晦, 絶不當頭, 有所作爲).”

이 책은 그리 어려운 책이 아니다. 아니 매우 수월하게 읽힌다. 대중들의 중국 이해에 도움을 주려는 책이니 굳이 어려울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런 유형의 중국 관련 책을 읽는 독자에게  내용이 매우 센세이셔널 할 수 있다. 마치 당장이라도 한국이 중국에게 압도당하고 먹힐 것만 같은 불안감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저자들이 의도한 것이 그것인지도 모르겠다. 또한 주로 한중 비즈니스와 관련하여 쓴 책이기 때문에 마치 경제가 우선이고 나머지는 차선이라는 그릇된 관점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주목하되 빠져서는 안 되며, 긴장하되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현재 우리는 매우 많은 문제들을 직면하고 있다. 여전히 통일문제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이고, 빈부격차에 따른 불공정과 불평등의 문제 또한 시급히 해결해야할 문제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은 결국 앞으로 무엇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와 직접 관련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에 대해 관심이 없을지라도 경제에 무심할지라도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 심규호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 졸업, 동대학원 중문학 박사. 제주국제대 교수, 중국학연구회, 중국문학이론학회 회장 역임. 현 제주중국학회 회장, 제주문화포럼 이사장. 저서로 ▲육조삼가 창작론 연구 ▲도표와 사진으로 보는 중국사 ▲한자로 세상읽기 ▲부운재(수필집) 등이 있다. 역서는 ▲중국사상사 ▲중국문학비평소사 ▲마오쩌둥 평전 ▲덩샤오핑과 그의 시대 ▲개구리 ▲중국문화답사기 ▲중국사강요 ▲완적집 ▲낙타샹즈 등 70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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