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호의 짧은 글, 긴 생각] 열 세 번째

시간이 지날수록 제주다움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제주출신의 공학자, 이문호 전북대학교 초빙교수가 '제주의소리' 독자들과 만난다. 제주다움과 고향에 대한 깊은 성찰까지 필자의 제언을 ‘짧은 글, 긴 생각’ 코너를 통해 만나본다. / 편집자 주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남겼다. 유사한 뜻의 ‘Join, or Die’는 1754년 벤저민 프랭클린이 자신이 운영하던 ‘펜실베이니아 가제트’라는 신문에 실은 ‘가담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제목의 만평에 실렸다. 요즘 같은 코로나19 시대는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다(Scatter, or Live : Join, or Die).’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인류 문명을 바꿀 세 가지 요인은 ‘총·균·쇠’ 라고 했는데 ’코로나균‘이 먼저 지구를 공격했다. 지구는 비상이다.

그 시책이 1월 16일 발표됐다. 정부가 현행 거리두기 단계(수도권 2.5 단계·비수도권 2단계)를 2주 연장하기로 했다. 5인 이상 모임 금지 및 오후 9시 이후 영업제한 조치도 유지된다. 헬스장과 노래방, 학원 등 다중이용시설은 조건부로 영업을 허용한다. 카페와 종교시설의 운영도 완화 된다.

정 총리는 이날 “거리두기 단계는 그대로 2주 더 연장하고, 개인 간 접촉을 줄여 감염 확산을 억제하는데 효과가 컸던 5인 이상 모임 금지와 21시 이후 영업제한 조치도 계속 시행한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6일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날 대비 580명 늘어난 7만1820명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는 닷새 연속으로 500명대를 기록했다.

이날 신규 확진자의 감염 경로를 보면 국내 지역발생이 547명, 해외유입이 33명으로 나타났다. 일일 확진자 수는 지난 12일부터 닷새째(537명→562명→524명→513명→580명) 500명대로 집계되고 있다. 국내 지역발생을 지역별로 보면 서울 148명, 경기 163명, 인천 30명으로 수도권이 341명이었다.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부산 59명, 대구 23명, 광주 6명, 대전 5명, 울산 8명, 강원 22명, 충북 6명, 충남 8명, 전북 17명, 경북 19명, 경남 15명, 제주 4명이었다. 이날 코로나19로 인한 추가 사망자는 19명으로 집계됐다. 현재까지 누적 사망자는 총 1236명(치명률 1.72%)이다.

사진은 1971년 제주에서 촬영한 금줄. 출처=이토 아비토, 제주학아카이브.
사진은 1971년 제주에서 촬영한 금줄. 출처=이토 아비토, 제주학아카이브.

사회적 거리두기의 뿌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바로 금줄(禁绳, Taboo Rope)이라고 본다. 

금줄은 부정(不淨) 타는 것을 막기 위해 사람이 드나들지 못하도록, 대문이나 마을 어귀, 장독대, 당집, 당나무 등에 치는 특별한 새끼줄이다. 아기의 출생 혹은 송아지의 출생처럼 새로운 생명체가 출생했을 때와 동제(洞祭), 기우제(祈雨祭), 성주 봉안 의례와 같은 제의를 할 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의례용 새끼줄이다. 

금줄이란 말 안에는 새로운 생명체가 태어났을 때, 또는 제의를 행할 때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여 부정을 막으려는 주술적 의미가 담겨 있다. 일종의 문화적 안전 장치로 사회적인 거리두기다. 일반적으로 금줄은 ‘금지를 나타내는 줄’로 이해되지만, 어원상으로는 경계선이나 한계선을 의미하는 ‘금’에 새끼와 같은 형태의 ‘줄’이 덧붙여져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경계선(境界線)을 의미하는 금은 ‘금을 그어놓고 일하자’라는 말에서도 확인된다. 

한편, 원래는 ‘검줄’에서 파생되어 ‘신(神)’의 고어인 ‘imagefont’이 변화된 것이라는 설도 있다. 그래서 금줄은 신줄(神繩)의 의미를 지닌다. 보편적으로 금줄은 악귀와 부정의 접근을 막기 위한 벽사(辟邪)의 의미를 지니기도 하고, 성(聖)과 속(俗), 부정(不淨)과 정(淨)을 분리하는 신호(sign)와 상징(symbol)으로 풀이된다. 거리두기가 무선(Wireless) 정보처리 세상에 공간이 구분이라면 금줄은 농경사회의 입·출구에 새끼줄인 금줄로 경계의 금지(禁止)를 표시했다.

제주섬의 지리적 거리두기는 목포와 직선거리로 149km, 부산 302km, 서울 451km, 일본 쓰시마(對馬島)는 255km, 큐슈(九州) 지방 265km, 중국 상하이(上海)는 528km 정도 떨어져 있다. 그러나 비행기로 한 시간에서 길어야 세 시간 거리. 

청정 지역인 제주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지리적 거리두기의 관문인 공항과 항만에 금줄을 어떻게 칠 것인가에 달려있다.

# 이문호

이문호 교수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출신 전기통신 기술사(1980)로 일본 동경대 전자과(1990), 전남대 전기과(1984)에서 공학박사를 각각 받고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서 포스트닥(1985) 과정을 밟았다. 이후 캐나다 Concordia대학, 호주 울릉공- RMIT대학, 독일 뮌헨,하노버-아흔대학 등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1970년대는 제주 남양 MBC 송신소장을 역임했고 1980년부터 전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계최초 Jacket 행렬을 발견했다. 2007년 이달의 과학자상,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해동 정보통신 학술대상, 한국통신학회, 대한전자공학회 논문상, 2013년 제주-전북도 문화상(학술)을 수상했고 2015년 국가연구개발 100선선정, 2018년 한국공학교육학회 논문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제주문화의 원형(原型)과 정낭(錠木) 관련 이동통신 DNA코드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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