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명령 위반 이어 '불요불급 출장금지' 복무지침 어겨...가파도로 도립미술관장 등 총8명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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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택 이사장 포함 제주문화예술재단 직원 5명, 이나연 제주도립미술관장, 제주도청 자치행정과 직원, 현대카드 관계자 등 8명은 19일 오후 가파도를 방문했다. 가파도에 조성된 레지던스 시설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출장 규정을 어긴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의소리

이승택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과 일부 직원들이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공직자 경조사 참석 금지’ 특별명령을 어기고 직원 결혼식 참석을 이유로 6명이 서울을 다녀온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일으킨 가운데, 이번엔 다른 기관장까지 대동해 8명이 가파도 출장을 다녀온 사실까지 확인돼 코로나19 대유행 차단에 대한 경각심 부재라는 지적이 거세다. 

이승택 이사장이 재단 직원들은 물론 이나연 제주도립미술관장, 제주도 공무원 등 총 8명을 이끌고 출장 목적으로 가파도를 다녀온 것인데,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따른 정부와 제주도의 공무원 출장 지침을 위반한 돌출행동이라는 비판이다. 

[제주의소리]가 복수의 취재원으로부터 확인 바에 따르면 이승택 이사장 포함 재단 직원 5명, 이나연 제주도립미술관장, 제주도청 자치행정과 직원, 현대카드 관계자 등 8명은 19일 오후 당일 일정으로 여객선편을 이용해 가파도를 방문했다.  

방문 목적은 가파도에 조성된 레지던스 시설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현대카드가 운영해온 가파도 레지던스는 3월부터 관리 주체가 제주문화예술재단으로 옮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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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 레지던스 시설 전경. 출처=gapado.org

재단 미래문화팀 관계자는 “이승택 이사장은 의사 결정권자로서 모든 사업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이나연 도립미술관장은 레지던스 시설을 운영할 때 어떤 부분을 협력할지 논의하기 위한 차원에서 동행했다. 도 자치행정과는 지금까지 가파도 레지던스 관리를 담당해온 부서”라면서 “당장 사업 계획을 만들어야 하는데 현장을 직접 보지 않고는 할 수 없는 것 아니냐. 큰 방향을 잡기 위해서 이사장도 참석했다”고 가파도 방문 목적을 설명했다.

하지만 재단 이사장과 미술관장이라는 각 기관·사업소의 최고 책임자가 동행해야 할 만큼 절대 시급한 상황인지, 공인(公人)으로서 코로나19 경각심이 무뎌진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달 공직자 경조사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내려진 '공직자 경조사 참석 금지'라는 특별명령까지 어기고 서울 결혼식에 다녀온 앞선 사례까지 모두 연장선상이다. 

제주도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이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침에 따라 지방공무원 복무 관리 지침을 새로 마련했다. 변경 지침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응, 국민 안전, 주요과제 수행 등을 제외한 불요불급한 국내·외 출장은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규정한다. 특히 “필수 현장업무를 위한 출장 시에도 출장 인원, 소요 시간, 경로를 최소화하고, 출장자는 손씻기,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수칙 준수한다”고 덧붙인다.

세부적인 내용을 보면 정부 인사혁신처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코로나19 대응, 국민 안전 등을 제외한 불요불급한 국내·외 출장은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규정했고, 제주도가 지침을 만들며 여기에 '주요과제 수행'을 추가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총무과 관계자는 "여기서 주요과제 수행이라 함은 코로나19 대응과 도민 안전을 위한 꼭 필요한 과제 수행을 의미하는 것으로, 일상적인 업무 내용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문화예술재단은 가파도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공간을 3월부터 이관 받아, 준비 과정을 거쳐 올 하반기에 다시 문을 연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하반기라는 재오픈 시점은 대면 접촉과 이동이 제약받는 코로나19 변수에 따라 유동적이다. 결국, 시점-상황을 모두 고려해도 지금 이승택 이사장과 이나연 미술관장이 동시에, 총 8명이 가파도로 향한 동행 출장이 ‘코로나19대응, 국민 안전, 주요과제 수행’, ‘출장 인원을 최소화’하라는 복무 지침에 합당한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가파도와 이웃한 마라도를 다녀오면서 여객선 이용자 169명 전원에 대한 코로나 진단검사가 실시되는 등 코로나19 제3차 대유행은 여전히 위험 수위다. 

재단 직원들의 대응 태도 역시 도마에 올랐다. 앞서 지난 16일 서울 결혼식에 이승택 이사장 등 총 6명이 다녀왔는데도 참석 인원을 묻는 취재 기자 질문에 재단 인사팀 관계자는 "3~4명 정도밖에 안된다"고 거짓 해명한 사실이 들통난 바 있다. 이번엔 재단 미래문화팀 관계자가 이승택 이사장과 동행한 가파도 출장 인원이 “8명이 맞느냐”는 질문에 “몇 명인지 말해줄 수 없다. 그러나 8명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감추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중대본 방침에 따라 제주도가 코로나19 상황에 새롭게 세운 복무 지침. 문서 하단(붉은 색)에 출장 기준이 명시돼 있다. ⓒ제주의소리
중대본 방침에 따라 제주도가 코로나19 상황에 새롭게 세운 복무 지침. 문서 하단(붉은 색)에 출장 기준이 명시돼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는 이승택 이사장을 포함한 재단 직원들의 서울 결혼식 참석에 대해 “도민의 우려를 발생하게 한 점에 대하여 금회에 한해 엄중 주의조치 한다. 추후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엄중한 경각심을 가져달라”고 22일 재단에 통보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제주 예술계에 종사하는 A씨는 “이사장이 현장을 둘러보며 일한다고 해도, 때와 사안을 고려해야 한다. 지금 이 시국에 직원 여러 명에 도립미술관장까지 대동해 가파도에 모일 시기, 단계인지 의아하다. 지침에 맞게 최소 실무자 중심으로 참석할 순 없었나”라고 꼬집었다. 

A씨는 “이미 결혼식 참석으로 재단 안팎을 떠들썩하게 만든 지 3일 만에 이런 출장을 가지는 건 코로나19 방역에 무감각하다는 비판을 자초할 수 밖에 없다. 도지사 특별명령을 어긴 사안으로 재단 내부가 뒤숭숭한데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리더로서 최소한 내부 직원들에 대해 유감이라도 표명해야 하지 않나. 이사장 본인은 변함 없이 평소처럼 너무 태연하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이승택 이사장은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가파도 출장에 대해서는)미래문화팀 담당자와 대화를 나누면 될 것 같다”며 자세한 입장 표명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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