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통합치료센터 운영 요구에 제주대병원 거부 “산과 전문의 인력 확보 못해”

신생아 치료 시설과 인력 부족 탓에 쌍둥이를 임신한 임산부가 26일 제주에서 소방헬기를 타고 상급병원인 부산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제공-제주소방안전본부]
신생아 치료 시설과 인력 부족 탓에 쌍둥이를 임신한 임산부가 26일 제주에서 소방헬기를 타고 상급병원인 부산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제공-제주소방안전본부]

정부가 고위험 산모와 태아의 체계적인 치료를 위한 통합치료센터 설립을 제주에 요구했지만 병원측이 인력부족을 이유로 이를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지원사업’ 공고를 통해 제주권 모집에 나섰지만 제주대학교병원이 의료 인력이 없다며 신청을 포기했다.

정부는 고위험 산모와 태아, 신생아가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2014년부터 산과, 소아과의 통합치료모델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당초 2020년까지 전국 15개 권역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설립을 끝내기로 했다. 2019년과 2020년 연이어 제주권 공모에 나섰지만 제주대병원은 응하지 않았다.

제주권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는 신생아집중치료실 15병상, 연간 분만실적 100건 이상 운영 중인 종합병원만 신청할 수 있다. 

정부는 통합치료센터에 소요되는 시설과 장비 구입 예산 10억원과 2차년도 시설·장비 및 인력 배치 완료 후 운영비 3억원 지원까지 약속했지만 제주만 설치로 이어지지 않았다.

사유는 인력 확보의 어려움이었다. 통합치료센터 운영을 위해서는 신생아 세부전문의 2명 이상, 산과 전문의 4명 이상, 상주 전공의 또는 전문의 1명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신생아 치료 시설과 인력 부족 탓에 쌍둥이를 임신한 임산부가 26일 제주에서 소방헬기를 타고 상급병원인 부산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제공-제주소방안전본부]
신생아 치료 시설과 인력 부족 탓에 쌍둥이를 임신한 임산부가 26일 제주에서 소방헬기를 타고 상급병원인 부산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제공-제주소방안전본부]

마취과 전문의 24시간 대기와 병상수 1.5개당 간호사 1명도 갖춰야 한다. 신생아집중치료실 간호등급 6등급 중 2등급 이상도 충족 조건이다.

현재 제주대병원에 신생아 치료를 담당할 산과 전문의는 3명에 불과하다. 전국적으로 특정 전공에 쏠림 현상이 이어지면서 산과는 물론 부인과 전문의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생아 치료 시설과 인력 부족 탓에 쌍둥이를 임신한 임산부가 26일 제주에서 소방헬기를 타고 상급병원인 부산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되는 아찔한 상황도 펼쳐졌다.

임신 26주차인 강모(37)씨는 조기진통에 따른 출산 위험으로 제주대병원을 방문했지만 신생아 인큐베이터 부족을 이유로 입원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도내 종합병원 중 신생아 인큐베이터를 갖춘 곳은 제주대병원과 한라병원 2곳뿐이다. 공교롭게도 각각 7개씩 14개의 인큐베이터가 모두 차면서 미숙아의 집중치료 자체가 불가능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제주를 끝으로 전국에 통합치료센터 구축사업을 마무리하려 했지만 제주대병원이 응하지 않았다. 병원측에서 의지가 없어 아직 재공고 계획도 없다”고 설명했다.

제주대병원측은 “산과 전문의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제주도와 복지부에서 요청이 있었지만 내부 검토 끝에 신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향후 인력 충원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