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80) 이대 (Pseudosasa japonica [Siebold &Zucc. ex Steud.] Makino) -벼과-

지난 1월 초, 경남 남해에서 인상적인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대나무밭에 자생하는 500여그루의 대나무가 꽃을 피웠다는 내용입니다.

제주에서도 꽃을 피운 대나무가 있습니다. 추웠던 지난 1월 중순에 서귀포시 상효동에서 만난 대나무 꽃을 소개해 드립니다.

사진=문성필. ⓒ제주의소리
사진=문성필. ⓒ제주의소리

우리나라의 대나무 4속은 왕대속, 조릿대속, 해장죽속, 이대속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12속 500여종의 대나무가 있습니다.

왕대속 : 왕대, 오죽, 솜대, 맹종죽
조릿대속 : 조릿대, 신이대, 제주조릿대, 섬조릿대, 사사조릿대
해장죽속 : 해장죽
이대속 : 이대, 자주이대

그 중 오늘의 주인공인 이대는 전죽(箭竹)이라고 하여 화살을 만드는데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대를 영명으로는 ‘Arrow Bamboo’라고 부릅니다. 이대는 높이가 2~5미터 정도로 대나무와 조릿대의 중간 형태로 보면 되겠습니다.

사진=문성필.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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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종류들은 수십 년간 땅 속 뿌리로 무성생식을 하다가, 일생에 단 한 번 꽃을 피우는 단개화식물입니다. 꽃이 피고 난 다음에는 이듬해 고사한다고 하는데, 집단으로 개화하였다가 집단으로 고사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 무성생식 : 암컷과 수컷의 교배없이 이루어지는 생식법

사진=문성필.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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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추운 계절인 1월에 꽃 피운 이대를 만나는 것도 신기한 일이지만, 작년부터 이대 꽃이 많이 피었다는 것은 기후와 관련되지 않았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작년에는 제주시 봉개봉의 한 농가의 대나무 밭에서 꽃을 피웠고, 서귀포의 모 호텔 주변에서도 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사진=문성필.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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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꽃 개화에 관하여는 여러 이론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대숲의 토양에 무기 영양소가 부족하거나, 그들 성분 사이의 불균형이 원인이 되어 개화한다는 영양설이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대나무는 종류에 따라 3년, 4년, 20~25년, 30년, 60년 또는 120년마다 개화한다는 주기설이 있습니다.

사진=문성필.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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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를 찾아보니 앞서 설명해 드렸던 주기설이나 영양설보다 설득력이 있는 기후설이 있어 소개해 보겠습니다.

대나무는 아열대성 식물이므로 추운 지역에서는 자라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겨울철의 날씨가 이상 저온으로 내려 갈 경우에 뿌리와 땅속줄기 등이 얼어서 이런 현상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땅속줄기가 서로 그물망처럼 얽히고설켜 있어 대꽃이 피게 되면 동시에 죽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진=문성필.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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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대한 각 지방의 문화와 인식이 다릅니다. 대나무에 꽃 핀 것을 풍년과 운수 대통이라는 지역이 있고 불길하게 받아들이는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나무 입장에서 보면 꽃을 피우고 죽기 때문에 마지막 잎새처럼 온 열정을 불사르고 생을 마감하는 처절한 몸부림일 것입니다.

다음 편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에서는 따뜻한 봄소식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는 한라산국립공원의 협조로 <제주의소리> 블로그 뉴스 객원기자로 활동해온 문성필 시민기자와 특별취재팀이 연재합니다.

사진=문성필.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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