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제주문예회관 등 공연장 4곳서 단체 모집...“역량 갖춘 신규 단체들 발굴” 목소리도

올해 공연장 상주단체 사업 공고문. ⓒ제주의소리

공공 공연장과 공연 예술 단체를 이어주는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 사업(공연장 상주단체 사업)’이 올해도 제주지역에서 추진된다. 사상 처음으로 제주도 문예회관이 포함되면서 관심을 끄는 가운데, 일부 단체들이 최소 3년에서 최대 5년까지 연속해서 선정되면서 불거진 ‘독점’ 문제가 개선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홈페이지( www.jfac.kr )를 통해 2월 10일부터 24일까지 올해 ‘공연장 상주단체’ 사업 신청을 받는다.

공연장 상주단체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지방 정부가 함께 예산을 마련하면, 공공 공연장은 시설을 제공하고 예술 단체는 지원 예산으로 공연을 선보이는 전국 단위 사업이다. 제주에서는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총괄한다.

예술 단체 입장에서 보면 공연장 상주단체 사업은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일단 작품 제작·운영비를 마련한다. 올해는 설문대여성문화센터, 김정문화회관, 돌문화공원, 제주문예회관 등 공연장 4곳이 각 한 단체 씩 선정할 예정인데, 단체 당 책정된 예산은 최소 8000만원에서 최대 1억2000만원이다. 건수 별로 절차를 밟거나 자부담을 포함한 공모 사업들과 비교하면 규모나 수고에 있어 체감이 상당히 크다. 여기에 공공 공연장이란 안정된 무대까지 덤으로 확보하니 예술 단체들에게는 기회나 다름없다.

이런 혜택이 주어지는 만큼 참여 단체들은 분명한 자격과 기준을 요구 받는다.

기본 자격은 설립한 지 3년 이상인 연극, 음악, 무용, 전통예술 등 전문 공연 예술 단체여야 한다. 기간 내 초연 창작 공연과 이미 선보인 레퍼토리 공연을 각각 2회 이상 소화하고, 교육·문화나눔 프로그램 같은 활동도 필수로 수행한다. 때에 따라 도·내외 상주단체 간 교류 공연도 가진다. ▲수행 프로그램 운영 계획 ▲수행 프로그램의 실현 가능성 ▲창작 역량 및 활동 실적 ▲사업 운영 역량을 각각 25%씩 심의 기준으로 세워놓고 있다.

특히, 올해 공연장 상주단체 사업은 제주도문예회관이 새로 포함되면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공연장 상주단체 기준이 민간 공연장에서 공공 공연장으로 바뀐 2016년 이후 제주도문예회관이 포함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예회관은 대극장, 소극장, 야외극장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신청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제주문화예술진흥원 운영과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지역 예술 단체들의 공연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상생 차원에서 공연장 상주단체 사업에 참여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2020년 이전만 해도 예술 단체들이 공연장에 모두 신청한 뒤 결과를 보고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공연장과 공연 단체가 따로 신청하고, 공연장 1곳만 고르는 과정을 통해 악용을 차단했다. 동시에 법인 단체의 대표자가 기획, 연출 등 직접적인 창작 활동에 참여하는 경우에 한해 사업비 20% 안에서 지급할 수 있다는 규정이 지난해부터 도입되면서 단체들의 편의를 보다 배려했다.

 올해 공연장상주단체 사업은 설문대여성문화센터, 김정문화회관, 돌문화공원, 제주문예회관에서 추진한다. ⓒ제주의소리

다만, 일부 단체가 공연장 상주단체 사업을 독식한다는 비판은 제주문화예술재단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공공 공연장을 대상으로 삼은 2016년 이후부터 살펴보면 ▲A극단(5년 연속, 2016~2020) ▲B오케스트라(3년 연속, 2018~2020) ▲C앙상블(3년 연속, 2018~2020) ▲D공연개발원(3년 연속, 2018~2020) 등이 공연장 상주단체 사업에 선정됐다. 특히 최근 3년은 매해 5개 단체를 선정했는데, 위 네 개 단체가 연이어 포함되면서 사실상 독식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상반된 시선이 존재한다.

공연 단체의 예술 역량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 '육성'이라는 취지에 맞는 발전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소수 단체의 독식은 제주뿐만 아니라 타 지역도 고민하는 사안이다. 부산문화재단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공연장 상주단체 활동을 10년 채우면 더 이상 선정되지 못하는 ‘졸업 제도’를 올해부터 도입했다. 

부산문화재단 예술지원팀 관계자는 “한 단체가 7년 넘게 상주단체로 선정되는 등 우리 역시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 다른 문화재단들과 만나도 유사한 고충을 토로한다”며 독점 문제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제주문화예술재단 예술지원팀 관계자는 “공연장상주단체 사업은 제주지역 기초 예술에 투입되는 공적 지원 가운데 최대 규모 수준이다. 때문에 신청 단체의 역량을 심의 과정에서 판단 한다”면서 “좋은 계획안과 역량을 갖췄는지 여부가 중요하지만, 독점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올해 공연장 상주단체 사업 선정 결과는 3월 중에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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