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제주 시민사회 반발 왜? 오해였길…

코로나19는 세계 1등국가 미국의 위신을 땅에 떨어뜨렸다. 대재앙 앞에 모범국의 면모는 사라졌다. 오히려 감춰졌던 온갖 민낯이 드러났다. 확진자 규모도, 사망자수도 다른 나라와는 비교 불가였다. 그 와중에 백신 불신까지 극에 달했었다. 이러다간 코로나19 종식은 요원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다행히 백신을 맞겠다는 비율은 점점 늘어난다고 한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 국민도 백신 접종에 대한 태도가 꽤나 신중한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지난달 8~10일 전국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백신에 관한 인식을 조사했다. 그 결과 67.7%가 ‘지켜보다가 맞겠다’고 응답했다. ‘빨리 맞겠다’는 비율은 28.6%에 그쳤다. 이걸 불신으로 볼 수는 없다.

실제로 같은 조사에서 백신에 대한 신뢰도는 양호한 편이었다. 시기의 문제일 뿐, 코로나 백신을 (무조건+아마도)맞을 것이라는 응답은 80.3%를 기록했다. 절대 맞지 않겠다는 응답은 1.8%에 불과했다. 한때 미국의 인식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13.4%에 달했다. 

백신을 ‘현대 문명의 성취’로 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됐기 때문이다. 믿든 안믿든, 누가 불신을 조장하든 안하든 그건 부차적인 문제다. 백신을 맞는게 더 안전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팩트다. 

30년 전부터 바이러스, 백신 연구에 몰두해온 남재환 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 교수의 최근 언론 인터뷰를 접하고 개인적으로도 태도가 분명해졌다. 그는 본인의 백신 접종에 관한 질문에 주저없이 대답했다. “순서가 돌아오면 맞을 거예요. 어떤 종류의 백신이든 상관 없이요”

그 다음의 말은 자못 감동적이었다. ‘백신 불신자’ 설득 요령을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백신은 당신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당신 가족을 보호하는 겁니다’라고 말해주세요” 국내 대표적인 바이러스·백신 연구자의 조언을 외면할 도리가 없어졌다. 

백신에 대한 불신을 걷어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코로나19를 종식하려면 백신 접종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메시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의 보도가 눈에 띈다. 전염성이 훨씬 강한 변이 바이러스들의 등장으로 팬데믹에 마침표를 찍는 일정표가 연장될 것 같다는 내용이다. 요지는 집단면역에 필요한 기준이 80~85%로 올라간다는 것이다. 그 전에는 약 70%의 인구가 백신을 맞거나 자연면역을 획득하면 집단면역이 형성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했다. ‘기준 상향’은 백신 접종에 거의 예외를 둬선 안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굳이 예외를 둔다면 임상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임신부와 같은 경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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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접종 대상 47만여명에 외국인을 제외시켰다는 점이다. 제주도는 친절하게도 ‘외국인 미포함’이라는 문구까지 명시했다. 이게 시민사회의 반발을 불렀다. 그래픽 디자인=김찬우 기자. ⓒ제주의소리

처음엔 내 눈을 의심했다. 지난 1일 도내 시민사회가 제주도 방역당국을 비판하는 성명을 접하고서 뭔 말인가 했다. 성명은 코로나19 백신 무료 접종 대상에서 외국인을 제외하는게 말이 되느냐는 내용이었다. 

시민사회 말마따나, 바이러스에는 국적도 국경도 없는데 “그럴 리가 있나”라고 생각했다. 사실이라면 외국인 혐오이자 차별적 행위 임이 분명했다. 일찍이 코로나19 진단과 치료에 외국인이라고 구분을 둔 적도 없었다. 더구나 집단면역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내·외국인 구분은 말이 안된다고 다들 여겼다.

화끈거렸으나 애써 진정시켰다. 시민단체들이 지목한 1월28일자 보도자료를 찾아봤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을 담은 자료였다. 11월말까지 도내 인구의 70% 수준인 47만2245명에 대한 접종 목표를 제시했다. 당시 집단면역 형성 기준으로 여겨졌던 접종 비율을 감안한 것으로 보였다. 

문제는 접종 대상 47만여명에 외국인을 제외시켰다는 점이다. 제주도는 친절하게도 ‘외국인 미포함’이라는 문구까지 명시했다. 이게 시민사회의 반발을 불렀다. 

참담했다. 언어의 유희가 아니다. 제발 오해이길 바란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제주도가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 않나 싶다. <논설주간 /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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