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44) 반복되는 임금체불 문제

임금에 대한 지급을 우선 순위에 두기 위한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과 그에 따른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근로계약은 노동자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사용자는 그에 따른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당사자 쌍방이 대가적으로 의무를 지는 계약(쌍무계약)이다. 만일 노동자가 결근 지각 등으로 노동력을 제공하지 못한 경우 사용자는 임금지급의무가 면제된다. 그렇다면 노동자는 이미 노동력을 제공했는데 그에 따른 임금을 받지 못한 경우는 어떠한 법률적 효력이 발생할까?

임금체불은 왜 범죄로 규정하나?

위와 같이 노동자가 노동력을 제공했지만 정해진 날짜에 임금을 받지 못한 경우를 흔히 ‘임금체불’이라 한다. 퇴직한 노동자가 퇴직금(퇴직급여), 연차수당 등의 금품을 지급 받지 못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최저임금보다 낮은 급여를 지급했거나 연장휴일야간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거나 휴업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에도 임금체불에 해당된다. 임금체불의 경우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용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임금체불은 형사적인 처벌이 따르는 범죄다.

비교해보면 돈을 빌려주고 정해진 날짜에 받기로 했는데 돈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바로 형사적인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만일 돈을 빌려주고 갚는 과정에서 사기죄 등의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사실이 있다면 범죄가 구성되지만 말이다. 

임금은 노동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주된 목적이고, 그 가족을 포함하여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생존수단이다. 임금은 재산권보호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생존권적 기본권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임금이 미지급되는 경우 해당 노동자와 가족의 생존이 위협받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임금 체불을 범죄로 규정하여 다른 재산권보다 우선하는 법적보호를 하고 있다.

반복되는 임금체불 문제 

해마다 설, 추석 명절이 되면 임금체불이 이슈가 된다. 최근 제주도는 2020년 한 해 동안 1300여개의 사업장에서 3000여명의 노동자에게 162억원 가량의 임금이 체불되었다고 발표했다. 설 명절을 앞두고 건설업 등 관련업계의 협조와 노동부와 연계하여 명절 이전에 체불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지도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임금이 체불되면 노동자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이나 고소를 접수할 수 있다. 하지만 사용자를 상대로 진정이나 고소 등 법적 절차를 밟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 상담소의 내담자도 상담 후 관련 절차를 안내해도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체불내용을 내용증명우편으로 발송하는 등 사용자에게 최후 통첩이후에 금원을 지급받는 것도 방법이다. 이렇게 체불이 발생한 이후 당사자 간에 협의하여 해결된 임금체불이나 법적 절차를 포기한 임금체불의 경우 고용노동부의 임금체불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노동자의 임금채권을 보호하기 위해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는데 임금체불이 계속하여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동부에 임금체불을 신고(진정)한 경우 처리기한은 30일 이내로 규정되어 있다. 체불사실이 신고 되면 사법경찰관인 근로감독관이 조사를 진행하고 노동청에서 사용자에게 체불된 임금을 지급할 것을 지시(권고)하는 절차이다. 하지만 실제로 진정이 제기되면 최소 2개월 이상, 길게는 6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 마저도 사용자가 노동청의 지급지시에 따라 체불임금을 지급하면 기간 내에 해결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체불임금확인원을 받아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체불임금확인원이 있는 경우 법률구조공단에서 무료지원을 하지만 소송과정에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체불임금 지급을 거부한 사업주는 검찰에 송치되어 처벌을 받게 되지만 처벌은 임금체불액의 10~20% 정도에 해당하는 벌금이 부과될 뿐이다. 

임금체불의 구제절차에 걸리는 시간이 길다보니 노동부에 임금체불 진정 조사과정에서 근로감독관이 합의를 제안하는 경우 체불노동자는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실제 체불임금액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합의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를 악용하는 사업주의 경우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경우도 있다. 조사과정에서 합의하게 되면 ‘내사종결’처리가 되어 사업주는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고용노동부에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상습 임금체불사업주의 명단을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체불사업주 명단공개 기준은 3년간 법원의 2회이상 유죄가 확정될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임금체불에 대한 범죄는 ‘반의사 불벌죄’에 해당된다. 반의사 불벌죄란 피해자가 범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 형사처벌을 할 수 없는 범죄를 의미한다. 노동법 위반 행위의 범죄 중에는 임금체불이 유일하게 반의사 불벌죄에 해당된다. 임금체불이 발생하더라도 지급과정에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의사표시만 해준다면 사용자는 처벌을 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실제 임금체불이 발생하더라도 손쉽게 면책되고 있는 상황이다. 

임금에 대한 지급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필요

대법원에서는 사용자가 임금지급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다했다는 사실이 인정이 되는 경우 임금체불의 범죄에서 무죄를 판결한 바 있다.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 다는 것이지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업체에서는 임금을 정상적으로 지불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사업을 운영하면서 여러 가지 채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임금을 후순위로 두는 경향 또한 발생하고 있다. 임금에 대한 지급을 우선 순위에 두기 위한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과 그에 따른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근로기준법 

제43조(임금 지급) 
① 임금은 통화(通貨)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거나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
②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임시로 지급하는 임금, 수당,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43조의2(체불사업주 명단 공개)
① 고용노동부장관은 제36조, 제43조, 제56조에 따른 임금, 보상금, 수당, 그 밖의 모든 금품(이하 “임금등”이라 한다)을 지급하지 아니한 사업주(법인인 경우에는 그 대표자를 포함한다. 이하 “체불사업주”라 한다)가 명단 공개 기준일 이전 3년 이내 임금등을 체불하여 2회 이상 유죄가 확정된 자로서 명단 공개 기준일 이전 1년 이내 임금등의 체불총액이 3천만원 이상인 경우에는 그 인적사항 등을 공개할 수 있다. 다만, 체불사업주의 사망ㆍ폐업으로 명단 공개의 실효성이 없는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20. 5. 26.>

제109조(벌칙) ① 제36조, 제43조, 제44조, 제44조의2, 제46조, 제56조, 제65조, 제72조 또는 제76조의3제6항을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07. 7. 27., 2017. 11. 28., 2019. 1. 15.>
② 제36조, 제43조, 제44조, 제44조의2, 제46조 또는 제56조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는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와 다르게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개정 2007. 7. 27.>

 

# 김경희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노동인권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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