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호의 짧은 글, 긴 생각] 열 다섯 번째

시간이 지날수록 제주다움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제주출신의 공학자, 이문호 전북대학교 초빙교수가 '제주의소리' 독자들과 만난다. 제주다움과 고향에 대한 깊은 성찰까지 필자의 제언을 ‘짧은 글, 긴 생각’ 코너를 통해 만나본다. / 편집자 주
출처=픽사베이.
사람도 6각형 눈처럼 제 각각이다. 유전인자인 DNA 환경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 요즘 마스크 쓰고 눈(眼)만 내놓고 걸어가는 사람들이 눈(眼)이 눈(雪)처럼 아름답다. 출처=픽사베이.

1월 29일 기습 한파가 물러간 한라산은 설국(雪國), 한라산에 걸터앉은 구름은 곧게 뻗은 나뭇가지 하나하나를 순백색의 눈으로 물들인 뒤 햇빛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줬다. 구름이 물러가는 그 사이는 백룡(白龍, White Dragon)들이 승천(昇天) 모습처럼 보인다. 눈은 겨울철 자연이 만든 눈부신 아름다움의 결정체. 판 모양, 별 모양, 기둥 모양, 바늘 모양, 나뭇가지 모양 등의 6각형. 눈 결정하나는 2mm 정도. 겨울 눈은 ‘뭉치면 살고 헤어지면 죽는다’는 특징을 갖는다. 눈 결정(結晶)은 공기의 온도와 습도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 

1611년 독일의 학자 케플러(J.Kepler, 1571-1630)는 행성의 운동 법칙과 배(船)에 포탄을 빡빡하게 쌓는 기법인 밀도를 가장 높일 수 있는 6각형 배치를 발견했다. 그는 논문에서 ‘왜 눈 결정은 항상 6면(面) 대칭을 보이는 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케플러를 비롯해 미국의 벤틀리는 1930년 6000개 종류의 눈 결정 사진을 찍었다. 

눈은 0℃ 이하의 온도에서 수증기가 응결돼 생기는 결정들의 모임이다. 그런데 단순히 수증기가 영하라는 온도 조건에 놓인다고 해서 눈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아주 작은 수증기들을 모아줄 핵(核)이 필요하다. 이런 역할을 해주는 것은 공기 중의 작은 먼지 입자. 먼지 입자와 만나지 않으면 영하라도 작은 수증기들은 얼지 않는다. 이 상태가 ‘과냉각’이다.

과냉각 수증기가 먼지와 만나면 얼음으로 곧바로 변하는데, 이것이 눈 결정을 형성하는 최초의 순간이다. 만약 0℃ 이상이라면 눈 결정 대신 비를 내리는 빗방울을 형성한다. 이후 빠르게 눈 결정이 생성되는데, 가장 최초로 나타나는 모습은 6각기둥 구조. 어떤 모양의 눈 결정에서도 처음 이 순간은 같다. 왜일까. X선 결정학의 도움으로 얼음의 결정 구조가 밝혀졌다. 압력에 따라 얼음 결정은 여러 가지 다양한 구조를 가진다. 그 중에서도 일반적인 대기압 조건에서 가장 안정한 얼음의 형태는 6각형 구(球)로 입체 3차원구조다.

6각형의 얼음 구조가 가능한 이유는 물 분자만의 독특한 화학 결합 때문이다. 최소 단위 물 분자는 산소의 최외각 전자 6개와 수소원자 2개와 전자를 공유 결합을 할 때 가장 안정적이다. 수소보다 산소가 좀 더 많은 부분을 가진다. 전자를 빵으로 생각했을 때, 산소가 절반 이상을 가진다. 따라서 물 분자를 이루는 수소가 양(+)의 전하를, 산소는 음(-) 전하를 띤다. 이 때문에 물 분자 간에도 결합이 형성된다. 즉, 하나의 물 분자를 구성하는 양(+) 전하를 띠는 수소가 다른 물 분자를 구성하는 음전하를 띠는 산소와 약한 결합을 한다. 수소 둘, 산소 하나로 정삼각형이되고 여섯 개가 조합되면 6각형, 이것은 표면 장력을 최소화한 것이 구(球)형의 눈과 물방울이다. 

이로 인해 보통의 대기압에서 물 분자 6개가 서로 고리를 형성해 6각형의 구조를 이룬다. 기본 6각형 구조에서 다양한 형태의 눈으로 성장한다. 결정은 온도 습도, 주위 환경에 따라 모두 제 각각이다. 그렇지만 6각형 눈(雪) 속의 6개 삼각형이 대칭(對稱, Symmetry)이 있어 아름답다.

6각형 응용 이야기 하나.

공간을 틈새 없이 꽉 채울 수 있는 기법을 아는 것은 벌(Bee)이다. 6각형 벌 집(蜂房)을 보면 벌이 알을 낳고 먹이와 꿀을 저장하며 생활하는 집, 일벌들이 분비한 밀랍으로 만들며 6각형의 방이 여러 개 모여 층을 이루고 있다. 스마트폰 이동통신 기지국 Cell 설계도 벌집 6각형 모양을 따른다. 6각형을 분리해 2차원 평면에서는 격자(格子, Lattice) 모양이다. 격자는 대칭성의 규칙에 따라 반복적으로 배열된 구조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표선면 해안사구의 모래톱, 하와이 와이키키해변 모래톱, 칠레 아타카마(Atacama) 사막의 모래톱 등이다. 모래, 파도 위를 비와 바람, 파도란 신호가 지날 때 흔적들은 이랑과 고랑 모양이 격자로 자연현상이 최적의 해(解, Solution)이다. 사람들은 기와지붕 잇기(Tiling)와 밭의 이랑과 고랑도 바람과 비가 잘 Passing 되도록 바다 파도의 유체의 흐름처럼 높은 골(谷)과 낮은 골(谷)로 만들었다. 우리 고장말로 ‘절(=바다의 물결) 지치다’는 말인 파도치다가 근원이다. 문후경(전 제주여고) 선생님의 조언을 해주셨다. 밭의 이랑과 고랑(Ridge and Furrow)의 뿌리는 바다의 파도와 모래 톱 요철 (凹凸) 격자다.

학생 때 밭을 갈면서 이랑과 고랑이 궁금증이 눈(雪) 칼럼을 쓰면서 눈 녹듯 정리가 된 셈이다. 사람도 6각형 눈처럼 제 각각이다. 유전인자인 DNA 환경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 요즘 마스크 쓰고 눈(眼)만 내놓고 걸어가는 사람들이 눈(眼)이 눈(雪)처럼 아름답다.

# 이문호

이문호 교수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출신 전기통신 기술사(1980)로 일본 동경대 전자과(1990), 전남대 전기과(1984)에서 공학박사를 각각 받고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서 포스트닥(1985) 과정을 밟았다. 이후 캐나다 Concordia대학, 호주 울릉공- RMIT대학, 독일 뮌헨,하노버-아흔대학 등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1970년대는 제주 남양 MBC 송신소장을 역임했고 1980년부터 전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계최초 Jacket 행렬을 발견했다. 2007년 이달의 과학자상,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해동 정보통신 학술대상, 한국통신학회, 대한전자공학회 논문상, 2013년 제주-전북도 문화상(학술)을 수상했고 2015년 국가연구개발 100선선정, 2018년 한국공학교육학회 논문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제주문화의 원형(原型)과 정낭(錠木) 관련 이동통신 DNA코드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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