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곳곳에 설치된 이른바 배면등 관련 교통사고 사망자에 대해 제주도의 시설 책임을 물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행정부(왕정옥 부장판사)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공단측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5일 밝혔다.

소송의 발단이 된 교통사고는 2019년 10월18일 오전 8시30분쯤 제주시 도련1동 삼화7차 부영아파트 인근 교차로에서 발생했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던 장모(당시 75세)씨의 스파크 차량이 교차로에 들어서는 순간 동쪽에서 서쪽으로 향하던 김모(58)씨의 버스와 부딪쳤다. 당시 버스 진행 방향은 녹색신호였다.

뇌출혈 증세를 보인 장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이에 유족들은 2019년 11월28일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 청구를 했다.

청소업체 팀장인 장씨는 당시 출근길이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1항에 따라 근로자가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던 중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반면 공단은 장씨가 적색 신호에서 교차로에 진입해 사고가 발생했다며 이를 거부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2항에 따른 신호위반 중과실은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사고 현장 교차로에 설치된 배면등이 공단의 주장을 뒤집었다.

당시 장씨가 교차로에서 정차한 북쪽 편도 1차로에는 정지선 위에 신호등이 설치돼 있다. 정지선에 멈춰선 차량은 바로 위에 신호등을 볼 수 없는 구조다.

교차로 건너편 진행 차로에는 신호등이 없었다. 대신 반대편 차선의 신호등 뒤에 배면등이 있었다. 이마저 운전자와의 거리가 55m에 달해 진행 방향에서 쉽사리 보기 어려웠다.

2008년 11월 개정된 교통신호기 설치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교차로 건너편 신호등은 진행방향에 설치해야 한다. 반대편 차로에 설치하는 배면등은 금지하고 있다.

재판부는 “당시 비가 오는 상황에서 운전자의 시야가 방해되고 차량 위에 신호등도 볼 수 없었다”며 “교차로 건너편 배면등도 인지하기 어려워 망인의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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