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철의 제주해안 따라가기⑤] 내도알작지와 외도월대

이호동을 지나 외도동으로 접어들었다.

외도동은 외도1동과 외도2동, 내도동, 도평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예전부터 ‘왜 외도와 내도를 나누어서 불렀을까’ 궁금했는데, 외도천 옆 도근천을 경계로 마을이 나누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제주시 중심부에서 볼 때, 도근내 안쪽은 내도라 불렀고, 도근내 건너편은 외도라 불렀다고 한다.

예로부터 도근천을 경계로 자연부락이 형성되었던 같지만, 현재는 내도동도 행정상 외도동에 포함되어 있다.

 

▲ 사진 왼쪽이 내도마을의 밭과 바다풍경이다. 일주도로 외도검문소에서 바다로 이어주는 긴 길을 따라가면 만날 수 있다.
내도마을은 바닷가와 마주하여 큰 평지가 있다.

이런 지형을 제주어로 ‘드르’라고 부르는데, 지금은 공항이된 ‘정드르’, 송악산옆 비행장이 있는 ‘알드르’ 등이 이런 지명을 가지고 있다.

내도마을의 이 넓은 들이 오랫동안 인상에 남는 이유는 보리밭 때문이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어 잎끝이 누렇게 마른 보리밭도 좋고, 이삭이 나올 무렵 꼿꼿한 보리도 좋다.

누런 빛을 나타내는 6월이면 보리는 황금빛으로 바다로 달린다.

내도마을의 긴 길을 따라 바다로 가는 동안 올해 보았던 그 보리밭이 내년과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이 길의 동무가 되기를 빌어본다.

▲ 용암이 지나간 길인 클링커이다. 마치 제방과 같은 모습이다.
외도검문소옆으로 난 긴 길을 따라 20분 정도 걸으면 바다에 이른다.

밭의 초록빛과 검은 돌담, 그리고 검푸른 바다가 무지개 처럼 수평으로 띠를 이루고 있다.

바닷가로 달리던 길과 바다와 같이 달리던 길이 만난다.

여기에서 다시 왼쪽으로 돌아 바다와 같이 걷는다.

몇걸음가지 않아 바다로 길게 달리는 검은 바위를 만난다.

마치 바위가 강둑과 같이 견고하게 물길을 만들고 있다.

이것을 학술적인 용어로는 ‘클링커’라고 부르는데 용암이 흐르면서 한쪽을 제방처럼 만들어 놓았다.

자연만큼 진솔한 역사를 쓸 수 있을까?

권력의 흐름에 따라서 삐뚤삐뚤거리는 인간의 역사….

그 답답한 만큼 자연의 역사를 볼 때면 항상 장쾌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 알작지해안의 모습이다. 오른쪽의 방사탑도 알작지로 만들었다.
다시 발걸음을 옮기면 내도 알작지해안에 이른다.

‘알작지’라?

‘작지’는 ‘자갈’을 이르는 제주어이고, 알은 둥그런 모양을 의미하는 것이니, ‘둥근 자갈’로 이해하면 맞겠다.

내도의 알작지해안에 이르면 둥그런 자갈들이 파도에 다그락 거리면서 반짝거리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바로 옆 알작지와는 대조적으로 베일 듯 거친 바위들이 제각기 독특한 모습으로 서있다.

이 매끈하고 둥그런 알작지들도 원래는 옆의 바위들처럼 거친 모습이었을 것이다.

파도의 차별침식을 받은 쪽은 바위가 부서져서 물결에 수없이 자리를 옮기며 지금의 모습이 된 것이다.

현무암의 조화일까?

회색과 황토색, 붉은색, 어떤 것은 검은색 자갈들이 같은 모양이지만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다.

용암은 공기나 물과 만나는 방법과 정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진다.

알작지옆의 거친 바위들을 보면 같은 바위덩어리라도 다른 색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닷물이나 공기와 직접 닿는 윗부분이 붉은 색을 띠는 것은 용암이 산소와 많이 결합하여 더 산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 내도마을의 알작지담과 알작지로 지은 집들이다.
내도마을은 알작지 해안마을의 명성만큼이나 온 마을이 알작지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저기 돌담과 밭담, 사악한 기운을 막는다는 방사탑, 심지어는 집까지도 알작지로 지었다.

둥그런 돌로 쌓으려면 많이 어려웠을 것 같은데, 돌이 많다는 제주도에서 하필 둥그런 돌로 쌓았을까?

집에서 가까이에 둥근 돌만 있어서 그랬을까?

제주사람들은 자기집을 지을 때는 집주위의 것을 이용했던 것 같다.

긴 시간이 흘러서 집이 낡아 허물어지면 다시 그 재료들은 난 곳으로 돌아가게 되어, 집이 자연이고 자연이 집인 조상들의 생태적인 생각을 여기서도 엿볼 수 있다.  

▲ 외도천 월대의 모습이다. 가운데가 월대비석이고, 오른쪽이 월대의 소나무이다.
내도마을의 해안을 다 돌면 외도천 하류와 만난다.

외도천은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흐르는 곳이다.

외도다리를 건너서 외도천을 따라 걸어간다.

‘월대’다.

외도천에 비친 달을 보기 위해 풍류객들이 모였다는 그 곳이다. 

맑은 물과 소나무, 그리고 달…. 

풍류객들이 좋아했을 만한 소재가 아닌가?

무더운 여름 물속에서 퐁당거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잠시 예전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한여름 땡볕에서 김매다 몸을 식히려 나온 순이 아버지, 지체 높으신 분들의 풍류놀이 때문에 물 밖에서 서성이다가 발을 헛디뎌 풍덩하고 물에 빠졌다. 

물이 만들어낸 동심원은 퍼지면서 달을 우그려뜨린다. 

월대의 비석에 쓰인 달 월(月)자는 그 때 그 달처럼 찌그러진 모습이다.

순이 아버지 관아에 끌려가 볼기에도 달 월자를 그었을까?

 

▲ 떼지어 헤엄치는 은어들의 모습이다. 바위에 붙은 수초를 뜯으면서 은색의 배를 뒤집어 빛을 내고 있다.
외도천에는 은어가 있다. 

엄지손가락만한 작은 은어와 손바닥만한 은어가 떼지어 다니고 있다.

몸을 뒤집을 때마다 햇살에 반사되는 은빛이 현기증을 일으킨다. 

일급수에만 산다는 은어, 외도천이 그만큼 깨끗하다는 뜻일까?

아니면 예전의 외도천을 못잊는 은어들의 고향생각에 여기까지 달려온 것일까?

※ 홍영철님은 제주의 새로운 관광, 자연과 생태문화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대안관광을 만들어 나가는 (주)제주생태관광(www.ecojeju.net )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제주의 벗 에코가이드칼럼’에도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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