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설명절 - 방콕 라이프] 창작자 12명 추천 콘텐츠는?

코로나19 감염병은 설 명절 풍경을 바꿔놓았다. 가족과 친척들이 모여 오랜만에 밀린 이야기를 나누는 수다도, 옹기종기 한상에 둘러앉는 식사도, 흥겨운 명절놀이도 코로나19 극복 이후로 기약하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설 명절을 맞아 제주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 12명에게 안방에서 즐길 수 있는 방콕, 집콕, ‘비대면 콘텐츠’를 추천받았다. 전통적인 책부터 최신 넷플릭스 영상까지 다양하다. 다음 설날에는 코로나19 고민이 사라지기를 기원하며, 이번 연휴는 각자 집에서 추천 콘텐츠를 즐기는 슬기로운 설명절을 보내시기 바란다.  [편집자 주]

# 음악 

허대식 한국음악협회 제주도지회 회장: 영상 ‘말러 교향곡 2번’

코로나19로 인해 설날에 가족과 친지가 함께 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새해에 희망찬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말러 교향곡 2번'을 추천한다.

이 곡을 연주한 영상들은 많지만, 이번에 추천할 영상은 베네수엘라 출신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의 지휘로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관현악단과 대영 국립 청소년 합창단이 2011년 8월 5일 로열 알버트홀에서 가진 영국 BBC 'Prom' 연주다.

말러의 교향곡 2번의 부제는 ‘부활’이다. 말러가 꽃으로 둘러싸인 침대에서 죽어 누워있는 자신을 꿈에서 본 것에 영감을 얻어 작곡한 곡으로 인간 존재, 삶과 죽음 등을 철학적으로 표현한 곡이다. 1악장은 영웅의 장례식, 2악장은 영웅 생전의 행복한 시절 회상, 3악장은 삶의 덧없음, 4악장은 무의미한 삶에서의 해방, 5악장은 희망을 담고 있다. 악장의 설명처럼 ‘죽음’을 모티브로 삼고 있지만 두려움을 버리고 다시 일어나 삶의 부활을 꿈꾸는 곡이다. 이런 말러의 교향곡 ‘부활’처럼 빛나고 희망찬 미래가 여러분 앞에 있기를 기원한다. 

- 허대식

한국음악협회 제주도지회 회장
제주대학교 학생진로취업처장 겸
예술디자인대학 음악학부 교수


강경환 사우스카니발 리더: 영상 ‘2014 브루노 마스 슈퍼볼 하프타임쇼’

전례없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당연히 동참해야 하는 상황에 명절마저 가족과 함께 할 수 없는건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특히, 명절 같은 행사가 있는 날 혼자지내기란 여간 쉬운게 아니며 우울증에 쉽게 빠질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문화활동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함으로 인해 정서적 위로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공연자로써 관객들에게 에너지를 주는 직업이기도 하지만, 반면 나 역시 기분 좋은 에너지를 관객들에게 받으며 살아간다. 요즘은 공연이 전무해 유튜브를 이용해서 최고의 공연을 찾아 보곤한다.

최고의 공연은 아주 많지만 내가 꼽는 세계 최고의 공연 영상은 'super bowl halftime show'이다. 미국에서 슈퍼볼 파이널은 전 세계가 열광한다. 미식축구가 비인기 종목인 우리나라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광고료만 30초에 65억원에 달하며 시청자수만 1억명에 달하는 세계 최고의 경기이다.

이 경기의 별미는 전후반 중간에 열리는 'halftime show'인데 매년 최고의 halftime show가 펼쳐지지만 그중 으뜸은 '2014 super bowl halftime show - bruno mars' 공연이다. 무대 스케일, 영상, 사운드, 특별 게스트, 퍼포먼스 등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을만큼 모든 부분에서 최고의 공연이라 생각한다. 여러분의 15분을 순식간에 앗아갈 것이다.

- 강경환

사우스카니발 리더
사단법인 제주 대중음악협회 회장


# 문학

박재형 한국문인협회 제주도지회장: 가족들과 조상 기억하기 

1971년 10월 추석 명절을 지낸 후 음복을 위한 '반'을 준비하는 제주 오라1동 양천허씨 문중의 남자들. ‘반’은 제사를 지내고 난 후 작은 접시에 한 사람 씩의 몫으로 떡, 고기적갈, 전 등 제사 음식을 나눠 주는 제주 풍습이다. 출처=이토 아비토, 제주학연구센터.
1971년 10월 추석 명절을 지낸 후 음복을 위한 '반'을 준비하는 제주 오라1동 양천허씨 문중의 남자들. ‘반’은 제사를 지내고 난 후 작은 접시에 한 사람 씩의 몫으로 떡, 고기적갈, 전 등 제사 음식을 나눠 주는 제주 풍습이다. 출처=이토 아비토, 제주학연구센터.

소년 시절이나 노인이 된 지금이나 변함없이 설날은 가슴 설렌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척이나 자녀들, 손자들을 보는 기쁨에 설날맞이가 즐겁다. 새해를 맞는다는 것은 미래지향적이며, 미지의 세계에 발걸음을 내딛는 일이어서 소망스럽다.

설날에는 조상들에게 제사를 지낸다. 그런데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절을 하고나서 음복으로 끝내버리고, 돌아가신 조상은 위패나 사진 속에서 머물다가 금방 잊혀지고 만다. 올해 설날에는 후손들에게 조상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죽은 조상과의 관계, 이름, 직업이나 업적, 감동적인 추억담, 집안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어떤 고생을 했는지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사진이나 영상이 보존되었다면 함께 보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자손들도 조상을 존경하고, 후손된 도리를 다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번 설날에는 코로나19로 친척들이 모여 제사를 지낼 수 없는 가정이 늘겠지만 핵가족이어도 가능하다면 조상들의 삶을 들려주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가문에 대한 자긍심을 가진다면 틀림없이 바람직한 성인을 성장할 것이다.

- 박재형

1951년 제주에서 남. 제주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1973년부터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서귀포학생문화원장, 제주도교육청 정책기획과장·실장, 평대초·백록초 교장을 지냄.

현 한국문인협회 제주도지회장.

창작집 ▲이여도를 찾는 아이들 ▲이여도로 간 해녀 ▲검둥이를 찾아서
▲까마귀 오서방 ▲고래굴의 비밀 ▲동자석을 찾아라 ▲최정숙 등이 있음


강덕환 제주작가회의 회장: 시집 ‘호모 마스크스’

김수열 시인의 시집 호모 마스크스. 출처=yes24.

지난 입춘날, 한 손에 잡히는 김수열 시인의 8번째 시집을 만났다. 제목부터 요즘 코로나19 세태를 반영하듯 ‘호모 마스크스’다. 표지부터 강렬하다. 마스크를 낀 사람들이 무표정한 모습으로 제 갈 길만을 간다. 

‘마스크가 바람을 이끌고 낙엽처럼 나뒹군다/공원의 비둘기는 마스크에 발 묶여 허우적거리고/늙은 어부의 그물에는 해파리 대신 마스크가 올라온다’(호모 마스크스 일부)

또 친구가 보고 싶어도 학교에 가지 못하다가 황망하게 죽음을 맞이한 아홉 살 소년이 일곱사람에게 베푼 장기 기증(휘파람)의 훈훈한 이야기도 있다. 

제주4.3과 광주5.18, 세월호, 사북항쟁에도 따뜻한 눈길을 주는 시편들이 이 시집에는 담겨 있다. 기후변화가 심각함을 알리는 18살 청소년 환경운동가의 이야기가 있고(계속 밀고 가라), ‘나무에게 물어보지도 않고/숲을 무너뜨리는 사람이 있다’(낭 싱그는 사람을 생각한다)고 비자림로 확장을 막아선다.    

이번 설에도 지난해 추석처럼 일가친척이 모여 명절을 쇠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제2공항 찬반 여론조사가 설 연휴에 이어 곧바로 실시된다던데, 성산의 하늘엔 비행기보다 새들의 비상이 더 성산답다던 김 시인의 이번 시집을 들춰본다면, 어떤 결정을 해야 할 지 해답을 얻을 수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 강덕환

시인
제주작가회의 회장

# 미술

김산 서양화가: 3부작 드라마 ‘빛을 그린 사람들’

2006년 영국 BBC에서 방영된 이 드라마는 프랑스 화가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를 인터뷰하기 위해 모네의 정원으로 갔던 한 기자와의 대화로 시작하며, 모네와 주변 작가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사랑과 우정, 그리고 그림에 대한 열정과 고뇌를 보여준다.

이 작품의 주된 이야기는 인상파의 탄생과 주요 작가들에 대한 내용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점은 미술이라는 장르를 넘어 삶의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는 다양한 인간상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다른 어려움을 안고 있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이 바라는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성공을 향해 나아간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지치고 힘든 현재에도 우리는 각자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 길 위에는 여러 장애물이 존재하지만, 언젠가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을 가지고 노력하는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드라마 ‘빛을 그린 사람들(The IMPRESSIONISTS)’을 추천한다. 

- 김산

국립 제주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미술학부 서양화전공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제25회 제주우수청년작가상을 수상했고, 서울, 제주, 부산 등 개인전 7회와 단체전 40여회를 가졌으며, 자연에 스며있는 제주의 역사,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삶을 그린다.

# 연극

이상용 한국연극협회 제주도지회장: 희곡 ▲세 친구 ▲'숙영낭자전'을 읽다 ▲상처입은 청룡 백호 날다 ▲롤로코스터

평민사의 한국 희곡 명작선 작품들. 제공=이상용.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맞아 2021년 설 연휴 기간 문화 콘텐츠를 즐기는 방법으로 추천을 한다면 한국 극작가 협회에서 발간한 '한국희곡 명작선 40' 중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작가 네 분의 희곡집을 추천을 한다.

노경식 작가 '세 친구', 김정숙 작가 '숙영낭자전을 읽다', 윤대성 작가 '상처입은 청룡 백호 날다', 국민성 작가 '롤로코스터' 등이다. 4편의 추천의 이유는 작품성이 우수하다. 연극 제작자로서 역사적인 측면을 담은 작품부터 현대인들의 삶의 고통을 담은 작품까지 충분히 제작 욕심이 생기는 희곡들이기에 추천한다.

공연장을 직접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희곡 한 편을 선택해 읽으면서 본인이 직접 배우가 되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며 추천을 드린다.

만일 이것마저 여의치가 않다면 유튜브에서 '한국연극협회'로 들어가면 전국 연극협회의 주요 공연 작품들이 올라와 있어 볼 수가 있으니 이 또한 추천한다.

- 이상용 

한국연극협회 제주도지회장
극단 가람 대표
제주한라대학교 한라아트홀 팀장
제38회 대한민국연극제 in 세종 희곡상(2020)
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 in 서울 단체상(2019)


류태호 제주국제대학교 공연예술학과 학과장: 영화 ‘베니스의 상인’

영화 '베니스의 상인' 포스터. 제공=류태호.

요즘 인상적인 연기와 자신만의 개성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연기자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연기자들을 ‘씬 스틸러 (Scene steeler)’, 또는 ‘성격파 연기자’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영어로는 ‘캐릭터 액터(Character Actor)’라 한다. 그리스어 ‘Charasso’에서 유래해 본래 뜻은 ‘고랑을 깊게 파다’ 또는 ‘새기다’이다. 

보는 이들의 ‘가슴에 큰 고랑을 파고 자신만의 골을 새기는’ 배우들은 이미 높은 대중적 인기와 작품 장악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주연, 조연을 떠나 좋은 연기를 펼치는 연기자를 가리키는 말로 인식돼 이들의 출연이 작품의 흥행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명절이면 거의 의무적인 코미디 가족영화도 좋지만 연기력 충만한 캐릭터 액터(Character Actor)들의 영화도 끌리는데 이런 긴장감 높은 연기 세계에 조상격인 연기자들이 출연하는 영화를 한편 소개하고자 한다. 

마이클 레드포드 감독의 2005년 작 ‘베니스의 상인(The merchant of venice)’이다.  

데뷰작 ‘일 포스티노’로 천재적 영상미를 보여준 감독이나 유대인, 베니스, 재판 등 작품 속 내용은 세익스피어의 원작이므로 생략하더라도 알 파치노, 제레미 아이언스, 조셉 파인즈, 린 콜린스 등 연기자들의 면면은 가히 월드 클래스급이다.  

명절을 맞아도 방콕을 해야 하는 팬데믹 상황에 애꿎은 컴퓨터 자판만 두들이지 마시고 과감히 이 영화를 화면에 띄우신다면 불꽃 튀는 그들의 연기는 당신의 가슴에 ‘고랑’을 파고, 숨막히는 그들의 ‘새김질’에 관람의 즐거움을 만끽 하실 것이다. 

또한 격조 높은 화술과 유려한 움직임으로 16세기와 현재를 오가는 극적 환상과 함께 코로나19로 메말라 가는 문화적 갈증을 잠시 나마 잊을 수 있는 여유도 누릴 수 있으리라.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부디 원작을 먼저 읽고 보시면 오롯이 연기를 즐길 수 있다.

- 류태호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한양대 연극학 석사·박사 수료.
극단 연우무대 입단(1986)·극장장(1989~1991), 극단 차이무 창립 단원 (1995), 극단 봉 예술감독(2005. 10~), 극단 공육사 대표(2019. 5~). 
영화 ▲꽃잎 ▲살인의 추억 ▲내부자들 ▲악인전, 드라마 ▲열혈장사꾼 ▲미생 ▲나쁜 녀석들 ▲나의 가해자에게 등 다수 출연.
연극 ▲변방에 우짖는 새 ▲날 보러 와요 ▲슬픈 인연 ▲멍 등 출연, 연극·뮤지컬 다수 연출.
세종문화회관 이사, 한국대학뮤지컬교수협의회 회장 등 역임, 현 제주국제대학교 공연예술학과 학과장.


# 무속

한진오 작가: 소설 ‘변방에 우짖는 새’

현기영 소설 '변방에 우짖는 새' 표지. 출처=알라딘.

민중의 영웅은 반드시 되돌아온다.

코로나19가 세상 모든 것을 정지시켜놓은 것 같지만 시간은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여전히 비행한다. 힘겹지만 우리 또한 여전히 살아있고 새로운 해를 맞이했다. 물론 예년과 다른 설이며 새해임은 분명해 흩어졌던 가족과 일가가 만나거나 명절 연휴의 대대적인 나들이를 즐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예정된 ‘방콕’을 어떻게 대면할 것인가? 나는 이번 설에 감흥만 남고 활자는 사라진 기억이 된 책을 다시 읽기로 했다. 어떤 책이 좋을까? 책꽂이를 살피던 눈을 붙잡은 건 현기영의 소설 ‘변방에 우짖는 새’다. 1901년 신축항쟁을 다룬 소설이다. 신축항쟁보다 이재수의 난이 더욱 익숙한 이름이다. 근데 왜 하필이면 이 책인가? 다름 아니라 올해가 신축항쟁 120주년이다. 이재수가 육십갑자를 거푸 돌아 다시 날개를 펼쳤다. 

장두 이재수는 스무 살을 갓 넘긴 꽃다운 나이에 억압당하는 모든 섬사람들을 대신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러나 섬사람들은 그를 잊지 않아 날개 돋친 아기장수 이재수는 죽지 않았다고 여겼다. 변방에 우짖는 새는 전체 17장으로 구성된 소설로 구한말 제주의 처참한 상황을 그려내는 제주민중사의 놀라운 역작이다. 

나는 변방에 우짖는 새를 되새길 때마다 그와 데칼코마니처럼 겹치는 또 한 권의 소설을 떠올리곤 한다. 쿠바의 혁명문학가 알레호 카르펜티에르의 소설 ‘이 세상의 왕국’이다. 이 소설도 제주 같은 섬을 배경 삼는다. 제주와는 지구 반대편쯤에 있다는 세계 최초의 흑인공화국 아이티의 혁명을 다루는 소설이다. 이 세상의 왕국에도 제주의 이재수를 닮은 민중의 영웅 마캉달이 등장한다. 이재수가 날개 돋친 장수였다면 마캉달은 거위며 개미, 심지어는 연기로도 변신하는 주술사였다. 놀라운 영웅들이었지만 우리의 장두는 효수당했고, 아이티의 주술사는 화형당했다. 날개 돋친 장두 이재수와 함께 다시 돌아온 신축년 새해, 나는 ‘방콕’ 여행에서 이 두 사람의 영웅을 다시 만나려고 한다.

- 한진오 

제주도굿에 빠져 탈장르 창작활동을 벌이는 작가다.
스스로 ‘제주가 낳고 세계가 버린 딴따라 무허가 인간문화재’라고 너스레를 떤다. 그는 자신의 탈장르 창작 활동에는 굿의 ‘비결정성’과 ‘주술적 사실주의’가 관통한다고 소개한다.
저서로 제주신화 담론집 ‘모든 것의 처음, 신화’(한그루, 2019), 희곡집 ‘사라진 것들의 미래’(걷는사람, 2020)가 있고 공저로 ‘이용옥 심방 본풀이’(보고사, 2009) 등 다수가 있다.


# 무용

김혜림 제주특별자치도립무용단 예술감독: 다큐멘터리 영화 ‘MOVE'

다큐멘터리 영화 'MOVE' 가운데 일부. 사진 제공=김혜림.
다큐멘터리 영화 'MOVE' 가운데 일부. 제공=김혜림.

넷플릭스 시리즈 'MOVE'는 춤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다섯 개의 에피소드로 돼있고 각각의 에피소드가 각각 다른 나라, 사회적 문화적 환경에서의 다른 장르의 춤, 안무가, 댄서들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안무를 연속적으로 보여주는 형식이 아니라 그 안무가 어떤 개인적, 사회적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설명과 함께 감각적인 카메라 워크로 연습과정과 무대를 보여준다. 

▲스트릿댄스 - 미국 두 흑인 댄서 존 북즈와 릴 벅이 주킨과 팝핀이라는 거리 댄스를 예술의 경지로 승화한 이야기.(에피소드 1)

▲아방가르드, 현대무용 - 이스라엘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이 직접 개발한 ‘가가’ 테크닉을 통해 춤의 본질에 다가간다.(에피소드 2)

▲플라멩코 댄서 - 타고난 춤꾼 이스라엘 갈반은 전통의 답습을 거부하고 금기를 깨며 플라멩코에 혁명을 일으킨다.(에피소드 3)

▲자메이카 스트릿댄스 - 키미코는 여성 댄서들이 설 자리가 적은 사회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에피소드 4)

▲컨템포러리 댄스 - 아크람 칸에게 춤은 방글라데시 출신 부모가 지닌 기억이자 모국어와 같다. 전통춤 카타크에 뿌리를 두고 고국의 기억과 신화를 춤으로 환원하는 과정이 드라마처럼 펼쳐진다.(에피소드 5)

- 김혜림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안무감독
현 제주특별자치도립무용단 예술감독 겸 안무자


# 사진-영상

고현주 사진작가: 다큐멘터리 영화 '엔딩노트'

영화 '엔딩노트' 포스터. 출처=네이버 영화.

죽음의 해학을 기록한 엔딩노트

어느 해 겨울, 아버지의 죽음을 기록한 '엔딩노트(Ending Note)'라는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을 보게 되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조감독을 지낸 마미 스나다 감독이 자신의 아버지의 암 진단 소식을 들은 뒤 그가 죽음을 맞이하기까지의 마지막 여정을 직접 촬영하고 연출한 작품이다. ‘죽음’을 슬픔이나 아픔 같은 상투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삶의 한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딸의 시선에서 담담하게 아버지의 죽음을 기록한 영화 한 편이 그 해 겨울 내내 묵직한 울림을 주었던 기억이 난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음에도 아버지 스나다 도모아키는 삶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삶의 사소한 기억들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한다. 도쿄에 상경했을 때의 기억, 아내와의 첫 만남, 첫 손녀를 낳았을 때의 기쁨처럼 아주 사소한 일상을 기억하며 현재 자신을 둘러싼 현실을 끊임없이 바라보기 시작한다. 마지막을 준비하며 아버지가 적어 내려간 엔딩노트엔 ▲손녀들과 힘껏 놀아주기 ▲장례식 초대명단 정리하기 ▲이왕 이렇게 된거 신을 믿어보기 등 적어도 죽음보다는 삶이 느껴지는 'to-da-list'가 담겨있다. 죽음의 순간에도 해학을 잃지 않는 태도, 죽음 앞에서도 삶을 더 적극적으로 살아내려는 스나다 도모아키의 삶을 통해 죽음은 삶의 또 다른 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영화였다.

- 고현주

‘꿈꾸는 카메라’를 통해 이 세상에서 가장 약자인 소년원의 외로운 청소년들, 학교부적응 청소년들, 김근태기념치유센터 ‘숨’에서 국가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고생한 분들과 안양소년원, 서울 소년원보호관찰소, 대전 소년원보호관찰소에서 사진으로 소통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일곱 번의 개인전과 초대전과 국내·외 기획전에 참여하였다. 2012년 프레시안에 '고현주의 꿈꾸는 카메라', 디지털 사진전문잡지 VON에서 '사진, 음악에 눈뜨다', 한겨레신문 '타인의 시선'에 연재했다. '꿈꾸는 카메라'와 최근 '기억의 목소리I, II'를 출판했다.


양동규 영상작가: VR·영상 '4.3미술제', '제주미술제' 등

2020 4.3미술제 VR 사진. 제공=양동규.
2020 4.3미술제 VR 사진. 제공=양동규.

2020 4.3미술제 https://han.gl/NeVOn
2020 제주미술제 https://www.jejuart.org
2020 제주관악제 https://han.gl/BF0HP
2021 신축년 탐라국입춘굿 https://han.gl/wZPYa

비어 버린 공간,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가상의 공간이다. 인고의 시간을 거쳐 창작된 다양한 예술 작품들은 대중과 만나지 못한 채 가상의 공간에 머물러 있다. 도내에서 수년간 펼쳐졌던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 행사 중 상당수가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되거나 비대면으로 변경해 개최됐다. 예술작품이 랜선을 거치지 않고 관객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비대면 문화예술 행사는 새로운 문화의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랜선을 타고 들어가야만 하는 가상의 공간에서 지역 문화예술은 굳이 찾아보려고 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가상공간의 표면은 대중적인 유명한 공연이나 인지도 높은 작가의 전시, 호기심과 욕망을 자극하는 볼거리들이 덮고 있다.

그래서 추천한다. 깊은 사이버 속 어딘가에 잠들기 전에 다시 꺼내 봤으면 하는 제주의 온라인 콘텐츠들이 있다. 다음 링크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전시와 공연은 모두 20여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제주에서 꾸준하게 관객과 만나 왔다. 부디 올해에는 관객과 작품이 직접 만나 소통하며 위로하고 즐길 수 있는 현실의 공간이 만들어 지기를 바라본다.

- 양동규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사회적 이슈와 그로 인해 변화되는 제주의 본질을 직시하고 이를 시각화 하는 작업을 한다.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섬의 하루 ▲잼다큐 강정 등을 연출했고 ▲4.3 미술제 ▲키워드 한국미술 2017 : 광장예술 – 횃불에서 촛불로 ▲양동규 기획초대전 '섬, 썸' 등의 전시 참여와 ▲강정 기록전 ‘적, 저 바다를 보아라’ ▲4.3 기억투쟁예술 타임라인전 등 이런저런 기획 활동도 하고 있다.


# 영화

이정원 : 작곡가 ‘엔니오 모리꼬네’ 참여 영화들

영화 '석양의 무법자'의 한 장면. 제공=이정원.
영화 '석양의 무법자'의 한 장면. 제공=이정원.

명절 같은 연휴에는 영화를 다르게 본다. ①영화작가 한 명을 고른다 ②데뷔작부터 최근작까지 본다 ③영화가 많으면 세 편을 고른다. 꼭 봐야 했으나 보지 못한 작품으로.

이번 설에 선정한 작가는 영화음악의 전설 ‘엔니오 모리꼬네’다. 지난해 7월 세상을 떠났다. 10년 전 내한 공연을 보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다. 

휘파람이 들리면 무법의 서부가 낭만적으로 바뀐다. 오보에 선율이 흐르면 죽음의 경계가 걷히고 서구 수도자와 원주민이 연대한다. 그 마법의 순간마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이 있다. 모리꼬네 이후 영화음악은 영화의 부속품이 아닌 독자적 예술로 승화했다. 

추천작은 세 편이다.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오마주(hommage)한 '석양의 무법자', 토토와 알프레도의 우정이 빛나는 '시네마천국', ‘넬라 판타지아’의 원곡 ‘가브리엘 오보에’가 평화를 노래하는 '미션'. 영화 본 뒤 음악만 별도로 들어보시라. 모리꼬네가 지휘하는 공연 영상이 유튜브 등에 많다. 오감 풍성한 설 보내시길 바란다.

- 이정원 

제주도교육청 교육홍보담당
제주씨네아일랜드와 제주영화제에서 기획 홍보 담당. 
방송과 잡지 등 다양한 매체에서 영화 소개. 
시네마테크 등 예술영화관에서 고전‧독립‧예술영화 보는 것을 애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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