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읍 일대 천연기념물-법정보호종 조류 다수 서식"

 

제주 제2공항의 운명을 가를 도민 찬반 여론조사를 앞두고, 천연기념물 지정 조류를 포함한 멸종위기종 새들이 다수 발견된 제2공항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천혜의 생태환경이 재조명됐다.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성산 환경을 지키는 사람들'은 9일 오후 5시 30분 서귀포시 성산읍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문가와 주민들로 구성된 조사단을 꾸리고 지난 18개월 동안 성산읍 내 생태환경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9일 오후 5시30분 서귀포시 성산읍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성산환경을 지키는 사람들. ⓒ제주의소리
9일 오후 5시30분 서귀포시 성산읍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성산환경을 지키는 사람들. ⓒ제주의소리

조사 결과, 먼저 성산읍 성산리와 구좌읍 하도리 권역이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 없이 풍부한 생태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권역을 세계 각지의 새가 모이는 '새들의 국제공항'이라고 표현했다. 하도리, 오조리, 고성리 등의 철새도래지에 먹이가 풍부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조사 과정에서는 저어새, 팔색조, 방울새, 긴꼬리딱새, 물수리, 매, 말똥가리, 노랑부리백로 등 법정보호종이거나 천연기념물로 보호되는 종이 다수 발견됐다. 조류 뿐 아니라 맹꽁이, 비바리뱀 등의 보호종 생물도 확인됐다.

이들은 "동아시아 조류 이동경로의 핵심인 성산지역을 비행장막으로 막을 경우, 수 많은 새들이 서식처를 잃고 경고를 바꾸게 된다"며 "생태계 파괴는 물론이고, 비행기와 조류의 충돌 위험으로 인명도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인 성산 연안에서 발견된 저어새. 저어새는 멸종위기 1급 야생동물이자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제205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사진=성산환경을지키는사람들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인 성산 연안에서 발견된 저어새. 저어새는 멸종위기 1급 야생동물이자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제205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사진=성산환경을지키는사람들

또 "두산봉, 대수산봉, 독자봉 등 오름과 이곳에 깃든 새들은 서로 분리할 수 없는 생태계를 이룬다"고 주장했다. 실제 대왕산에서 법정보호종인 팔색조와 긴꼬리딱새의 둥지가 발견됐고, 대수산봉과 독자봉, 두산봉 등에서 팔색조, 긴꼬리딱새, 두견이를 비롯한 새들을 발견했다는 증거를 내세웠다. 두산봉에 서식하는 매는 비행기와의 충돌 위험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도 내다봤다.

이들은 "하도-성산 구간은 새들이 수시로 오가며 생활하는 단일생태권이다. H54 가락지(새의 이동경로 및 연구목적으로 부착한 장비)를 착용한 저어새를 오전엔 하도리에서, 오후엔 고성리에서 발견했다. 멀리 신천리 바다에서 신양리 바다까지 수천마리의 새들이 떼로 이동할 때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들은 내륙의 습지로도 이동한다. 수산한못, 찍구물, 성읍저수지에서 수 백 마리의 새들이 바다로 날아가는 것도 보았다"며 "'조류의 바다-내륙 간 이동이 없다'는 국토부의 주장은 엉터리"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제주도와 국토부는 생태 환경에 대한 무지와 시대착오적 토건 주의로 제주의 미래를 망치려는 폭력을 자행하고 있다"며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실시되는 도민 여론조사에 꼭 응해 난개발 없는 청정 제주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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