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人터뷰] 비대면 콘텐츠로 협업한 제주 예술인들, 마을과 연계 기다리는 게스트하우스

코로나19로 문화예술계와 관광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공연장은 닫혔고, 숙박업소를 찾는 관광객들은 급감했다.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라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까지 엄습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이지만 누군가는 연대의 힘으로 무언가를 시도하고 있고, 누군가는 코로나 이후 새로운 구상을 그리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는 2021년 설을 맞아 코로나 국면에서 고군분투하며 새로운 희망을 그리는 이들을 찾아갔다. [편집자 주] 

장르 넘어 예술가들이 뭉쳤다

코로나19로 공연예술은 멈췄다. 이들의 교육과 강의 프로그램도 중단됐다. 문화예술가들의 일상이 멈췄다.

이 국면에서 제주극장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이유다. ‘온라인 콘서트 홀’을 내건 이들의 유튜브 채널에서는 장르를 초월한 이들의 결과물과 함께 협업의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무용가, 플라멩코, 연극인, 시각예술가, 연주자, 작곡가, 작사가, 보컬리스트, 소리꾼, 시나리오 작가, 연출가, 비디오아티스트가 협업해 공동의 창작물을 제작해내고 있다. 코로나 국면에서 온라인 중계 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들은 완성된 창작물을 어느 플랫폼에서든 다룰 수 있는 ‘명품 영상’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신들의 섬 :당신. Isle of Goddess: You (2020)]. 4.3평화공원 행불인 비석 앞에서 협연이 이뤄지고 그 뒤로 4.3당시 영상이 배경으로 깔린다. /제공=제주극장 ⓒ제주의소리
[신들의 섬 :당신. Isle of Goddess: You (2020)]. 4.3평화공원 행불인 비석 앞에서 협연이 이뤄지고 그 뒤로 4.3당시 영상이 배경으로 깔린다. /제공=제주극장 ⓒ제주의소리

바이올린과 첼로의 협업이 펼쳐지는 곳 앞에서 한국무용과 플라멩코가 함께 무대를 꾸미고 비디오 아티스트는 감각적인 각도로 이를 담는다. 코로나19를 주제로 한 길 위의 연극에는 모든 구성원들이 참가했다. 제주극장 대표를 맡고 있는 한국무용가 박수현(40)씨는 이번 협업을 기존 장벽을 넘어서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보통 순수예술은 학교 중심으로 이뤄져 있고, 그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는데 다양한 예술인들이 만나 협업하게 되니 많은 분야로 뻗어나갈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무용은 제가 하지만, 그것에 대한 이미지와 상품을 만드는 것은 시각예술가의 도움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고, 그 음악을 만드는 것은 작곡가의 도움이 있어야 하죠. 국공립 단체에서는 한 명의 마스터예술가, 예술감독에 의해 작품이 이뤄지는데 사실 예술가들 스스로가 원하는 주제가 아닌 경우도 있거든요. 저희는 사회에 말하고 싶은 이슈, 우리가 바꾸고 싶은 주제를 가지고 작품을 만드는데 그게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수현 제주극장 대표. ⓒ제주의소리
박수현 제주극장 대표. ⓒ제주의소리

협업의 결과물은 어떤 플랫폼에서든 확인할 수 있는 영상물로 나오고 있다. 3년 전 예술 지원사업으로 시작했는데 그 과정에서 놀라운 시너지를 발견했고 이제는 협동조합으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코로나 시국에서 멈춰있지 않기 위해 그들은 오늘도 머리를 맞대고, 다음 모델을 구체화하고 있다.

“보조금 사업을 많이 진행했었죠. (예술가들에게는)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동시에 사업 자체보다는 행정적으로 쏟아야 할 노력이 많아서 추후 이어가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모델을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핵심은 예술 콘텐츠의 생산과 그에 대한 수익 창출입니다. 저희가 수익을 내서 저희의 자산을 가지고 전방위적으로 활동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팬데믹 상황에서 제주의 문화예술인들의 하루하루는 걱정과 한숨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연대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점은 이 시국이 남긴 작은 희망이다. 박수현 대표는 이번 시도가 코로나19 국면에서 제주 예술계의 따뜻한 불씨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저 자신도 예술가로 사는 게 참 쉽지 않았어요. 많은 곳에서 잘리기도 해봤고, 수업이 개설됐다 없어지고도 하고... 좌절했다, 다시 찾고, 다시 찾았다 좌절하는 과정들이 많았어요. 그 순간들을 잘 견뎌냈을 때 좋은 인연들을 맞아서 이런 결실을 맺게 됐거든요. 혼자서는 힘든 일이죠. 코로나를 이겨내는데 공동체의 힘, 타인의 힘을 빌려서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는 방식으로 잘 이겨냈으면 해요.”

작은 숙박업소들에게 고난의 시간, 그럼에도...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제주관광업계는 큰 피해를 입었다. 숙박업도 마찬가지다. 2020년 한 해 제주지역 숙박업소 중 678곳이 폐업을 했다. 특히 게스트하우스가 중심이 되는 농어촌민박업의 경우 651곳이 스스로 문을 닫았다. 

설을 앞두고 일부 대형 숙박업소의 경우 예약율이 치솟고는 있으나, 대부분의 숙소들은 고난의 시기를 견디고 있다.

제주시 구좌읍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김우용(32)씨는 코로나 이후 예약율이 평소의 20% 수준으로 곤두박질 치고, 숙박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임시휴업을 결정했다. 대출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빚으로, 또 모아둔 돈을 까먹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고향인 구좌읍 김녕리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김우용씨는 휴업 이후 다른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를 잘 견뎌낸 뒤 마을의 소중한 이야기와 가치를 알리는 '웰컴센터'를 꿈꾸고 있다. ⓒ제주의소리
고향인 구좌읍 김녕리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김우용씨는 휴업 이후 다른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를 잘 견뎌낸 뒤 마을의 소중한 이야기와 가치를 알리는 '웰컴센터'를 꿈꾸고 있다. ⓒ제주의소리

그도 폐업을 고민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당장 코로나19 시국이 언제 끝날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제주관광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며 버티고 있다. 다시 정상화되면 게스트하우스를 열 계획이다. 

그는 코로나 이전 지역의 공정여행사와 협업한 마을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지역에서 나고 자란 청년으로서 마을을 떠나지 않고 지키면서 마을이 지닌 이야기와 가치를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꿈 때문이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만든 공간인데, 코로나 이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들을 소개하는 마을투어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마을의 웰컴센터’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 중입니다. 오히려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경제적으로는 정말 어렵지만, 다른 큰 그림을 고민해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지난 몇 년간 게스트하우스는 안전 논란과 공급 과잉 등의 우려로 눈총을 받아왔다. 다만 ‘느리고 천천히’ 하는 관광과 힘을 합친다면 마을 곳곳의 게스트하우스가 제주관광의 새로운 힘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갖고 있다. 지역에서 나고 자란 청년이기에 느끼는 애착감은 남다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이지만 그가 이 공간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제주마을 안에 작은 숙소들이 가진 메시지와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것을 어떻게 잘 발달시키고 잘 지켜내는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을 안에서 숙소를 하는 사람들은 마을을 알려내고 마을을 지켜내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우용씨가 본인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그의 요즘 하루는 '기다림'과 '준비'의 연속이다. ⓒ제주의소리
김우용씨가 본인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그의 요즘 하루는 '기다림'과 '준비'의 연속이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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