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뉴스] 급격한 변화로 수용력 한계 임박...되짚어봐야 할 '10년의 교훈'

교통, 하수, 쓰레기 등 섬 대부분의 환경 지표가 임계점에 달한 제주도는 지금 제2공항 건설을 두고 찬반 논란이 뜨겁습니다. 

제주 제2공항은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약 546만제곱미터에 5조1200억원을 투입하는 국토교통부 추진 국책사업입니다.

정부의 재정이 투입되는 대형사업은 “사전타당성 조사→예비타당성 조사→기본계획 고시→기본설계→실시설계 및 실시계획고시→토지보상→건설공사”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제주 제2공항은 2015년 11월 사전 타당성 조사 설명회가 개최됐고, 2019년 10월 기본계획안이 공개됐지만 각종 논란과 갈등으로 행정기관이 공식적으로 결정을 알리는 기본계획 ’고시’는 되지 않아 실제 건설까지는 거쳐야 할 단계가 많습니다.

찬성 측 주장의 핵심은 기존 제주국제공항이 이미 포화상태라는 데 있습니다. 이용객이 2019년 3100만명을 돌파했고, 장래 항공수요가 4000만명이 넘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원하는 시간대 항공권 구매가 어렵고 혼잡으로 인한 이용객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공항 확장사업을 30년간 지속적으로 실시했지만 이용객의 증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입니다. 또 제2공항은 대형 개발사업인만큼 지역경제에 엄청난 생산유발효과와 취업유발효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큽니다.

그렇다면 왜 논란이 끊이지 않을까요? 핵심 중 하나가 ‘수용력’입니다. 제2공항 개발 규모 자체는 물론이고 더 쏟아질 이용객들을 이 섬이 감당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입니다. 그 배경에는 제주가 겪은 지난 ‘10년의 교훈’이 있습니다.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제주는 외국인투자유치와 각종 인프라 확충에 목을 맸습니다. 양적성장이 지상과제였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관광객 급증과 제주이주 열풍은 많은 것을 바꿔놓았습니다. 

2005년 500만이던 관광객이 2013년 1000만명을 돌파했고, 2016년 15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2010년 57만7000명이던 제주인구는 9년 만에 12만명이 증가했습니다. 여행중인 관광객 수까지 포함하면 하루 평균 80만명 넘는 인구가 매일 제주 땅에 발딛고 있는 겁니다. 개발 붐이 일었고 각종 건축허가 건수와 세입이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금세 대가가 찾아왔습니다. 도심지 교통혼잡이 심각해졌고, 쓰레기난, 집값 폭등, 상하수도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제주하수처리장의 방류수 수질이 기준치를 넘었다는 사실이 공개됐는데, 1년 넘게 깨끗하지 않은 물이 제주 앞바다에 흘러나갔다는 얘기입니다. 제주신화월드 워터파크에서 하수 역류 사태가 발생했는데, 알고보니 인근 하수처리장이 이미 적정처리용량을 초과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허가를 내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제주도는 전국에서 1인당 생활폐기물 배출량이 가장 많은 곳입니다. 급증한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가 대표적인 원인인데, 대부분의 매립장이 포화상태입니다.

주민들의 삶은 불편해졌는데, 경제적으로 별로 나아진 게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역주민보다는 면세점과 외부 개발자본이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겁니다. 조용한 마을이었다가 갑자기 관광지가 된 지역은 땅값이 폭등하고 생활불편이 늘어나 주민들의 삶의 질이 떨어졌습니다. 월정리가 대표적입니다.

“무제한적인 관광객의 입도를 허용하기보다는, 제주도가 수용가능한 관광객 수를 책정해 이에 맞게 관광객 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영국 BBC는 2018년 4월 ‘너무 많은 관광객과 씨름하고 있는 전 세계 관광지 5곳’을 뽑았는데 여기에 제주가 포함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2공항 같은 대형 개발사업은 제주 섬의 위기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게 대표적인 우려입니다. 제주의 ‘오버투어리즘’이 이슈가 되고, 도지사가 불과 얼마 전 난개발에 마침표를 찍을 것이라며 ‘송악산 선언’까지 한 마당에 제2공항과 같은 대형개발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도 높습니다.

이밖에도 사전용역보고서가 부실하다는 비판, 마을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절차적 문제점, 민간공항이 아닌 군공항이 의심된다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찬반 공동으로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검토위원회가 구성되고, 몇 차례의 토론회가 진행됐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갈등이 5년째 계속되자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2020년 말 '도민 여론조사'를 하기에 합의했고 국토부를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제주도내 9개 언론사가 공동으로 설 연휴 직후인 2021년 2월 15일부터 17일까지 조사를 진행하고, 18일 오후 8시에 결과가 발표됩니다. 여론조사기관 2곳이 각각 제주도민 2000명으로 한 조사, 성산읍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별도조사를 실시해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찬성/반대 의견을 묻게 됩니다.

찬성이 높게 나올 경우 국토부는 도민의견을 수렴했다는 정당성을 얻어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전망입니다. 반면 반대가 높게 나올 경우 제2공항 추진은 큰 벽에 부딪칠 전망입니다. 

국토부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정책 결정에 충실히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여론조사가 제주의 미래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기점인 겁니다.

여러분이 꿈꾸는 제주는 어떤 모습인가요? 

제주의 미래를 결정할 생각보다 큰 변화가 지금 눈 앞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번 여론조사를 우리가 두 눈 크게 뜨고 바라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 [제주의소리]의 유튜브 채널 제리뉴스(youtube.com/제리뉴스)는 '제'라지게 '리'얼한 뉴스부터 제주의 다양한 소식을 '젤리'처럼 말랑말랑한 영상으로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를 꿈꿉니다. 여러분의 채널 구독은 콘텐츠 제작에 큰 힘이됩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