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에 사죄한다면서도 언론보도된 범죄동기 '묻지마 살인' 부인

30대 여성을 뒤따라가 살해해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30대가 외부에 알려진 자신의 범행 동기가 과장됐다며 법정에서 불만을 드러냈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왕정옥 부장판사)는 강도살인과 사체은닉미수 등의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강모(29)씨를 상대로 17일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측 공소사실에 따르면 강씨는 2020년 8월30일 오후 6시50분쯤 제주시 도두동 제주민속오일시장 북측 노상에서 길을 걷던 A(39.여)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씨는 미리 준비한 흉기로 피해 여성의 목과 가슴을 6차례나 찔렀다. 범행 후 약 5시간만인 8월31일 0시30분쯤 현장을 다시 찾아 시신 은닉을 시도하기도 했다.

강씨는 사체를 5m가량 옮기다 포기하고 휴대전화와 체크카드를 훔쳐 달아났다. 이를 이용해 8월31일 오전 2시쯤 편의점에서 식료품을 구입하는 대범함도 보였다.

강씨는 2020년 4∼7월 택배 일을 하다 그만 뒀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방송 여성 BJ(Broadcasting Jockey)에게 수천만 원에 달하는 사이버머니를 후원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항소심 재판에서 변호인측은 “BJ 후원으로 돈을 탕진하고 자포자기 심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언론보도는 과장됐다. 범행 동기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범죄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지만 자포자기식 묻지마 범죄는 아니다. 과도한 비난에 대해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의 발언이 계속되자 방청석에 있던 유족들 입에서 탄식이 이어졌다. 화를 참지 못한 일부 유족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최후진술에서 강씨는 미리 준비한 종이를 꺼내 보이며 유족들에게 사죄의 뜻을 전했다.

강씨는 “유가족에게 큰 상처를 줬다. 용서 받지 못할 죄를 저질렀다. 남은 평생 속죄하면 살겠다. 깊이 반성한다”며 유족과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부는 3월10일 오전 10시 선고 공판을 열어 항소심 형량을 정하기로 했다. 현재 검찰은 일부 무죄사건에 대한 법리오해, 변호인측은 원심 형량의 양형부당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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