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호의 짧은 글, 긴 생각] 열 일곱 번째

시간이 지날수록 제주다움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제주출신의 공학자, 이문호 전북대학교 초빙교수가 '제주의소리' 독자들과 만난다. 제주다움과 고향에 대한 깊은 성찰까지 필자의 제언을 ‘짧은 글, 긴 생각’ 코너를 통해 만나본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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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라산이 사람과 같음을 이제야 깨닫고 있다. 오름도 지나친 관광객 탐방 등살과 렌트카에 지쳤다. 사람처럼 쉬어야 한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불가능이라는 뜻의 Impossible이라는 단어에 점 하나를 찍으면 I'm possible이다. 부정적인 것에 긍정의 점을 찍었더니 불가능한 것도 가능. 빚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찍어보면 빛. Dream is nowhere. 꿈은 어느 곳에도 없다가 띄어쓰기 하나로 Dream is now here, 꿈은 바로 여기에 있다. 부정적인 것에 긍정의 점을 찍으면 절망이 희망으로 바뀐다. 불가능한 것도 한순간 마음을 바꾸면 모든 것은 가능하다. 즉, 불가능(A)의 역(逆)은 가능(1/A), 이 둘을 곱하면  A*(1/A)=1. 즉 곱하면 ‘한 몸(1)’이다. 

# 네 글자 이야기

질량(肉身)과 에너지(靈魂)가 ‘한 몸’이라고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1879-1955, 독일)은 자서전에서 말했다.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 원리에서 질량과 에너지가 ‘하나’라고 말한다. 특수상대성 원리의 공식 ‘’라는 네 글자는 석가(釋迦)의 육신(肉身)과 영혼(靈魂)이 하나라는 ‘상즉불이(相卽不二)’ 네 글자와 맥이 닿는다.
석가(釋迦)의 반야심경(般若心經)에서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이 나오는데 색(色, 肉身, A)이 공(空, 靈魂, B)이고, 공(空)이 색(色). 이 말은 영혼의 육신이다. 즉 석가가 제자들에게 손등과 손바닥이 같은가 다른가를 질문했다. 답은 한 몸(身·Body), 하나다. 육신과 영혼이 일체가 한 몸, 즉 A*B=1, B는 A의 역(逆)인 상즉불이(相卽不二, A*B=A*1/A=1). 간단히 보였다.

아인슈타인은 질량(m, 불교의 肉身)과 에너지(E, 불교의 靈魂)는 ‘하나’라는 특수상대성 원리 에서 빛의 속도(c)가 매개변수라면 불교에서는 1이란 정수가 연결고리다. 아인슈타인은 불교와 상관없는 물리학자로서 질량(물질=色)과 에너지(=空)의 보존 법칙을 발표했는데, 훗날 불교의 경전을 보고서 결국 자신의 물리학적 이론이 부처님이 설파하여 놓은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이라는 것을 증명한 것임을 알게 된다면 분명 가슴을 치지 않았을까. 아인슈타인은 '모든 질량은 우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산화하여 없어졌다 하여도 없어진 것이 아니라 이 우주 공간에 에너지로 변화하여진 것뿐‘이라고 말한다. 가령 우리가 종이에 불을 붙여 태우면 불꽃을 일으키며 몇 초 안에 모두 타버려서 우리 시각에서 사라진다. 그러나 허공계에 에너지로 변화하여 그대로 존재한다는 것. 

특수상대성 이론은 기존의 4가지 법칙을 통합, 네 줄로 풀었다. 기존 네 가지 법칙은 ‘모든 화학 반응에서 반응 전후의 물질의 양은 일정하다’는 라보아젤( Lavoisier, 1743-1794, 프랑스)의 질량보존의 법칙. 파레데이(Faraday, 1791-1867, 영국)의 전자유도 법칙, 막스욀(Maxwell, 1831-1879, 영국)의 전자파 파동방정식, 그리고 뉴턴(Newton, 1643-1727, 영국)의 뉴턴 역학 제2법칙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그 이후에 나타난 양자역학에 응용되어 디랙(Dirac, 1902~1984)의 전자이론에서 큰 수확을 얻게 되었다. 플랑크의 양자가설에서 시작된 근대 양자역학은 하이젠베르크(Heisenberg, 1901~1976)의 행렬 역학, 슈뢰딩어(Schödinger, 1887~1961)의 파동방정식을 거쳐, 비(非)상대론적 양자역학으로 발전하게 된다.

1945년 일본 히로시마를 원자폭탄이 덮쳤다. 방사선 원소 우랴늄235 원자핵의 질량이 에너지로 빛이 속도 제곱으로 변화한 것이 원자 폭탄이고 서서히 에너지를 방출한 게 원자력 발전이다. 어마어마한 원폭의 힘 앞에서 세상은 그저 하나의 물방울이었고 아주 미약한 속삭임에 불과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 위력이다. 질량이 속도의 터널을 지나면 거대한 에너지로 전환된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자 독일은 비밀리에 원자폭탄 개발에 들어간다. 이를 눈치 챈 영국과 미국은 전세(戰勢)를 결정지을 ‘가공할 원자폭탄’을 먼저 만들기 위해 맨해튼 계획에 돌입한다. 승리의 관건은 노르웨이의 중수(重水)공장에 있었다. 

결론적으로 아인슈타인의 원자폭탄과 석가의 불교는 자연계에서의 근본 원리는 같지만 최종 목표에 다가서는 방법이 서로 다르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은 원자폭탄으로 살생(殺生)을 하면서 2차 대전 종전을 했다면 석가는 구세(救世)로 4대 종교가 됐다. 위대한 발명이나 세상을 바꿀 이론은 아주 간단한 ‘네 글자’가 공통인자로 축약해도 충분하다는 것, 어떻게 그런 생각이 떠올랐을까? ‘네 글자’가 지구의 역사를 바꿨다.

# 두 글자 이야기

타원형 제주섬은 섬 가운데 한라산을 축으로 368개의 오름, 그 오름 발밑에 제주사람들은 터를 잡고 살다가 죽어서 그 발에 다시 묻혀 바람을 친구삼아 흙이 돼간다. 한라산과 오름은 불어오는 바람과 태풍을 막아주고 내리는 빗물을 19년 동안 보듬어 내린 물을 제주인은 먹고 있다. 

뿐 만인가. 곶자왈 위를 오르고 오름을 오르는 바람이 숨을 가다듬게 하고 제주 사람은 한라산 공기를 마시고 살아간다. 금년부터는 한라산 탐방예약제(성판악 1일 1000명, 관음사 500명)와 굼부리가 둘인 도너리와 문석이 오름, 송악산 정상부, 물찻오름, 백약이 오름, 용눈이오름 등에 자연휴식년제를 실시해 1~2년 쉬게 한다. 

우리는 한라산이 사람과 같음을 이제야 깨닫고 있다. 오름도 지나친 관광객 탐방 등살과 렌트카에 지쳤다. 사람처럼 쉬어야 한다. 만시지탄(晩時之歎). 제주사람과 한라산이 ‘한 몸’ 즉, 두 글자인 것을! 한라-오름 동네 난개발은 설러부러!

# 이문호

이문호 교수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출신 전기통신 기술사(1980)로 일본 동경대 전자과(1990), 전남대 전기과(1984)에서 공학박사를 각각 받고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서 포스트닥(1985) 과정을 밟았다. 이후 캐나다 Concordia대학, 호주 울릉공- RMIT대학, 독일 뮌헨,하노버-아흔대학 등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1970년대는 제주 남양 MBC 송신소장을 역임했고 1980년부터 전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계최초 Jacket 행렬을 발견했다. 2007년 이달의 과학자상,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해동 정보통신 학술대상, 한국통신학회, 대한전자공학회 논문상, 2013년 제주-전북도 문화상(학술)을 수상했고 2015년 국가연구개발 100선선정, 2018년 한국공학교육학회 논문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제주문화의 원형(原型)과 정낭(錠木) 관련 이동통신 DNA코드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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