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연극제 예선대회...3월 24~28일 문예회관 대극장, 5개 극단 참가

전국대회 ‘대한민국연극제’ 지역 예선을 겸하는 제주연극제가 올해도 제주에서 열린다. 무엇보다 올해는 역대 가장 많은 극단이 참여하고 전원 창작극을 선보일 예정이라 연극 애호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주연극협회에 따르면 ‘2021 제주연극제’는 3월 24일부터 28일까지 제주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이번 연극제는 협회 소속 극단 7곳 가운데 5곳이 참가한다. 가람, 세이레, 예술공간 오이, 파노가리, 퍼포먼스단 몸짓(가나다 순)이다. 1983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39회째를 맞는 대한민국연극제 제주예선대회 가운데 역대 최다 참가 행사로 알려졌다. 당장 두 개 극단만 참여한 지난해와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인다.

참가 극단마다 지닌 사연도 눈길을 끈다. 

세이레는 제약을 풀고 올해부터 협회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모처럼 등장하는 첫 공식 행사가 바로 제주연극제인 만큼 남다른 각오를 가지고 있다. 

예술공간 오이와 퍼포먼스단 몸짓은 지난해 제주연극협회 회원 단체로 가입했다. 두 극단 모두 제주연극제 참가는 이번이 처음이다.

가람은 긴 역사만큼이나 예선대회에 꾸준히 참가해온 단골손님으로 최근 2년 간(2019 후궁박빈, 2020 울어라! 바다야) 연속해서 제주대표로 참가했다.  

이런 저런 사연과 함께 5곳 모두 창작극을 초연하거나 개작하는 등 자신들의 작품을 들고 나설 예정이라, 올해 제주연극제는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한 무대가 될 전망이다. 

현장 관람 여부를 비롯한 확정된 공연 계획은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 가람

가람은 창작 초연 ‘종이비행기’를 들고 온다. 이상용 작·연출이다.

자식만을 믿고 살았던 어머니가 늙고 병들어 요양병원으로 들어간다. 자식을 더욱 뒷바라지 못한 어머니는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이상용은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종이비행기를 멀리 날리려면 넓은 장소로 가야하는데 이를 부모와 자녀 관계에 빗대보면, 부모 마음 한 구석에는 자신이 충분히 뒷바라지를 했는지 돌아보기 마련이다. 부모 마음은 자녀에게 아무리 줘도 부족하다”라고 작품을 설명했다.

# 세이레

세이레는 창작극 ‘주천강 별곡’을 공연한다. 정민자 개작·연출이다. 

이 작품은 지난해 선보인 세이레의 창작극 ‘너른 세상을 가슴에 품은 자청비’를 개작했다. 제주 자청비 설화에서 자청비가 문도령을 찾아가는 과정을 재조명하는데, 작품 구성을 대대적으로 바꿨다.

정민자는 “작품 내내 추임새를 넣었던 이야기꾼의 역할을 새롭게 규정했다. 이야기나 작품 배경에 창작을 가미했다. 현대적인 감각도 추가하면서 지난해 작품을 기억하는 분들은 상당한 변화를 느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예술공간 오이

예술공간 오이는 창작 초연 ‘일곱 개의 단추’를 선보인다. 전혁준 작·연출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제주 소녀가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다. 타국을 떠도는 긴 고난 끝에 소녀는 고향으로 돌아온다.

전혁준은 “제주에도 일본군 위안소가 있었다는 연구와 언론 보도를 접하고 작품을 썼다. 시간이 지나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모르거나 무관심한 아픈 역사를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으며, 동시에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피력했다.

# 파노가리

파노가리는 창작극 ‘발자국’을 다시 공연한다. 문무환 작·연출이다.

현금 600만원과 긴 사시미칼, 우연히 주운 실탄 장전 총까지 지닌 남성은 자신을 떠난 아내를 찾고 있다. 그러나 노숙자에게 공격을 받으면서 기약 없는 혼수상태에 빠진다. 

이 작품은 지난해 제주연극제에서 첫 선을 보이고, 11월 소극장 연극 축제에서도 공연할 만큼 파노가리에게 애착이 큰 작품이다.

파노가리 문재용 배우는 “이번 발자국은 배역이 전부 바뀐다. 무대에도 영상 같은 장치가 추가되면서 극적인 표현을 보다 명확하게 전달한다”고 말했다.

# 퍼포먼스단 몸짓

퍼포먼스단 몸짓은 창작 초연 ‘코마’를 들고 온다. 한연경 작, 강종임 연출이다.

이 작품은 세상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혼란스러움을 뚫고, 자신을 얽맨 오랜 구속을 타파하는 이야기다. 제주 설화 속 가믄장아기를 일부 차용한 판타지 작품이다.

강종임은 “의식불명인 코마 상태처럼 한치 앞을 나아가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운명에 순응하기 보다는 극복하며 내 길을 만들어간다는 의지를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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